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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 세풍→차떼기→성완종, 그 다음은....
정치

성완종 게이트, 세풍→차떼기→성완종, 그 다음은..

김현태, 심종완 기자 입력 2015/04/19 15:55
'성완종 게이트'가 한국 사회를 강타하면서, 기업의 불법 정치자금을 이용한 정경유착이 또다시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연합통신넷= 김현태, 심종완기자]  기업 정치자금의 역사를 2000년대 이후로 좁히면, 투명성을 대폭 강화한 2004년 3월 정치자금법 개정이 분수령으로 꼽힌다. 법 개정 전에는 두가지 방식으로 검은돈이 오갔다. 하나는 일종의 공식 통로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직 임원은 "정치권이 선거 때 전경련에 요구액을 보내오면, 그룹별로 사전에 정해진 비율로 모금을 해서 여야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개별 기업과 정치권 간 직거래 방식이다. 돈이 필요한 정치권과, 특혜를 바라거나 '보험'을 들고 싶어하는 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경우다.

1997년 대선 때의 세풍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인 이회창씨의 동생이 국세청을 동원해 20여개 대기업으로부터 166억여원의 대선자금을 걷은 사실이 들통났다. 2002년 대선 때도 한나라당이 대기업들로부터 82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 터졌다. 당시 모 재벌은 현금 150억원을 수십개의 사과상자에 나눠 실은 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트럭째 바로 넘겨 '차떼기' 용어의 유래가 됐다.

2004년 이후에는 전경련을 통한 공식 모금은 사라졌다. 정치권과 개별 기업 간 직거래는 남았지만, 규모가 과거보다 대폭 줄었다고 한다. 5대 그룹의 한 전직 사장은 "2008년 총선 때 일부 후보자를 지원했는데, 규모가 1인당 수백만원 정도로 성의 표시 수준이었다"고 털어놨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기업인과 정치인의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적 존재다. 일반 기업의 정경유착 수준을 넘어 정경일체를 추구한 특이한 인물이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그가 작은 지방 건설사를 시작으로 35년 만에 도급 순위 20위권인 대형 건설사의 회장 자리에 오른 과정은 '정경유착의 역사' 자체라 할 수있다.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비리를 제외해도, 지난 20여년간 정치자금 제공, 부정 비리, 선거법 위반 등의 불법 혐의가 제기된 것만 5건에 이른다. 이 중 2004년 자민련에 16억원 불법 제공, 2007년 행담도 개발사업 비리 등 3건은 처벌까지 받았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두차례나 특별사면이라는 특혜를 받아, 2012년에는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금융감독기관들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경남기업의 특혜를 위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최대한 이용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셈이다.

세풍→차떼기→성완종으로 이어지는 불법 정치자금의 고리를 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박근혜 정부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이완구 총리가 '사정 대상 1호'라고 쏘아붙였다. 성완종 리스트에 나오는 8명은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해 친박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홍문종 의원이 받았다는 2억원은 2012년 대선자금의 일부일 수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옛말이 있듯이, 부정부패를 근절하려면 대통령 주변부터 청소하는 게 순서다.

법치주의의 재확립도 중요하다. 성 전 회장이 과거 엄벌에 처해지고 특별사면이 없었다면, 현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여야 정치인 중에는 검은돈을 받고도 버젓이 지도자 행사를 하는 인사들이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검은돈을 준 기업도 나쁘지만, 검은돈을 받고도 솜방망이 처벌과 사면복권의 특혜를 받아 다시 정치를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처럼 기업인과 정치인의 두 얼굴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정리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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