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민이치(富民易治)이라는 말이 있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 관자가 한 말로 “백성이 부유해지면 다스리기 쉽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민생 해결이 정치인의 제1의 임무인 것은 틀림이 없다.
맹자도 항산항심(恒産恒心)을 강조했다. 일정한 생산(生産)이 있으면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생업이 있어야 도덕심도 생긴다는 의미다. 배고파 죽겠는데 무슨 선한 마음이 생기겠냐는 맹자의 지적이다.
부동산 대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 와중에 전세자금대출금리마저 올라서 서민들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1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103조3392억원이다. 작년 12월 말(80조4532억원)과 비해 22조8860억원이나 증가했다.
전세자금대출의 폭증은 전세가 상승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고 전세 수요는 증가하자 전세가가 급상승한 것이다. 이에 자금이 부족한 수요층이 전세자금대출로 몰린 것이다.
이 와중에 은행권이 전세대출금리마저 인상하니 전세수요층은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문제는 전세시장이 요동치니 월세시장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강북지역에 400만원짜리 월세가 등장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지난 8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되자 월세도 상승했다고 전해진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높게 올릴 수 없게 되고 종부세 부담도 커지자 월세라도 올리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즉 월세를 올려 종부세 부담을 덜겠다는 계산이다. 한 마디로 집주인도 전월세입자 모두 불편하고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이 상황이 강북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지방까지 확산될 분위기다.
맹자가 말한대로 항산(恒産)이 불안하니 항심(恒心)이 생길 수가 없는 분위기다. 마찬가지로 관자의 부민이치(富民易治)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항산(恒産)과 부민(富民)이 돼야 항심(恒心)과 이치(易治)가 생겨나는 법이다.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고 했다. 시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기 시작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