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1일 미국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열고 용산을 비롯한 전국에 산재된 주한미군 기지 12곳을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결정으로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게 될 주한미군 기지는 ▲용산기지 내 2개 지역(스포츠필드·소프트볼경기장 용지)과 용산 캠프킴 용지 등 서울 소재 6개 기지 ▲캠프워커 헬기장(대구 남구) ▲성남골프장(경기 하남) ▲캠프잭슨(경기 의정부) ▲캠프모빌 일부(경기 동두천) ▲해병포항파견대(경북 포항) ▲필승사격장 일부(강원 태백) 등 12곳이다.
특히 용산 기지는 구한말 청나라 군대가 주둔한 이래 일본군, 미군 등 외국군대가 주둔했던 곳으로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반환이 결정된 해당 지자체들은 본격적인 미군 공유지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반환 즉시 개발이 개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군 기지들이 장기 주둔으로 인해 유류, 중금속 둥으로 오염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환경 오염 정화 문제는 개발 사업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으로 작용해 문제 해결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에 반환이 결정된 기지들의 오염 상태는 국내법상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소한 2~4년은 지나야 개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환경 오염 정화비용 문제는 미국 측과 정화 주체를 놓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한미 간 갈등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양 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동실무단을 구성해 협의를 지속해왔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국제 환경법상 `오염자 부담 원칙`을 강조하며 당연히 미국이 정화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4조 1항을 근거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는 `미국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미군에 제공됐던 당시 상태로 원상회복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아니하며, 대한민국 정부에 보상해야 할 의무도 지지 아니한다`고 명시됐다. 특히 미국이 전 세계 미군 주둔지에서 비용을 부담한 전례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견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렇듯 양측의 입장이 상반되다 보니 빠른 시일 내에 원만한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번 환경 오염 정화 비용의 주체를 미국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한미 행정협정과 관행 상 미국의 책임이 없다고 해도 환경이 인류 공동의 문제임을 고려해 미국 측이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 정부가 SOFA의 해당 조항 개정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례가 없다면 새로운 원칙을 만들면 된다. 물론 미군 주둔이 우리 안보와 직결됐고, 한미 동맹의 주축인 것도 사실이지만, 환경오염을 우리가 요구한 것도 아니다.
타협은 서로의 주장을 조율하는 것이다. 한미 양측은 환경 오염을 특정 국가의 책임이 아닌 인류 공동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해결을 위한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