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이 《덕산재(德山齋)》를 찾아오셨습니다. 올 한 해도 다 지나가는데 하는 일 없이 보낸 것 같아 화가 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해는 뉘엿뉘엿 황혼은 짙어 가는데 하는 일 없이, 또 한 일도 없이 넘어간다면 화만 나는 것이 아니라 울화(鬱火)가 치밀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화만내고 있어야 할까요? 마음을 돌리는 것입니다. 아직도 우리에겐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살아 갈 날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설사 이생이 당장 막을 내리더라도 우리에게는 내생도 있고, 영생(永生)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생 아니 영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오늘도 여한 없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언젠가는 보지 못할 때가옵니다. 그럼 어찌하면 좋을까요? 할 수만 있으면 자주 보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말 못할 때가옵니다. 그럼 지금 따뜻한 말 많이 하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웃지 못 할 때가옵니다. 그럼 평소 신나게 웃는 것입니다. 억지라도 웃는 것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웃으니까 행복해 지는 것이지요.
언젠가는 움직이지 못할 때가옵니다. 저처럼 다리에 고장이 생기면 어디를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못 갑니다. 그러니 다닐 수 있을 때 마음껏 다니는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저는 다리가 아프지 않을 때 세상 온갖 곳을 누벼보았으니 여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람이 그리울 때가옵니다. 세상의 복 중에 인연 복이 제일이라고 했습니다. 인연 복이 얕은 사람은 외롭습니다. 좋은 사람 많이 사귀고 많이 만나면 좋겠습니다. 저는 평생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 제일가는 인연은 아무래도 우리 덕화만발 가족을 비롯한 도반(道伴) 동지(同志)가 최고입니다. 마음껏 사람을 만나고 정을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다 내생을 잘 살기위한 투자이고 밑천입니다.
언젠가는 감격하지 못할 때가옵니다. 마음을 숨기지 말고 좋은 것을 보면 마음껏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사는 것입니다. 가슴이 후련해지고 좋은 기운이 마구 솟아오를 것입니다. 또한 언젠가는 우리는 세상의 끝자락에 서게 될 것입니다. 가면 다시 오는 것입니다. 내생에 다시 올 때도 회한 속에 살아야 쓰겠습니까? 신앙과 수행에 몰두하며 내생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캐롤 자코우스’라는 수녀가 있었습니다. 그 수녀는 아등바등 살아가는 속세의 인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충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충고를 책으로 출판했는데, 그 제목이 바로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일곱 가지 제안’입니다.
첫째,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즉시 실천하라.
마음껏 웃음을 터뜨리면서 최상의 시간을 가지는 것보다 기분을 들뜨게 하고, 기운을 솟구치게 하는 것이 없습니다. 가능한 이런 웃음을 생활화한다면 사는 동안 즐거움과 활력이 넘칠 것입니다.
둘째, 너무 열심히 일하기보다 가진 걸 조금씩 나누라.
세상의 이치가 가면 오고, 주면 받는 것입니다. 부지런히 베푸는 것입니다. 베품은 꼭 재물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 육신, 물질로 하면 됩니다.
셋째, 피해 입은 일들은 용서하고 잊어버려라.
피해를 입은 일이 있거든 전생의 업보라 생각하고 달게 받는 것입니다. 원한을 서로 갚기로 하면 멸망 밖에 없습니다. 내가 갚을 차례에 쉬는 것입니다.
넷째, 통찰력을 갖고 관조하는 습관을 가져라.
마음이 곧 진리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관조(觀照)하고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넷째, 항상 좋은 글을 써라.
일기도 좋고, 수필도 좋습니다. 항상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 정신도 통일 되고 치매도 예방 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사람들과 어울리고 좋은 인연을 맺어라.
복 중의 제일은 인연 복입니다. 이왕이면 상생선연(相生善緣)을 맺는 것입니다. 그 인연을 맺는 최고의 인연은 바로 덕화만발 가족입니다.
여섯째,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라.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탐욕을 부리겠습니까? 아낌없이 베풀고 가는 것입니다.
일곱째, 공부와 사업에 몰두하는 것입니다.
일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여 정열적으로 일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행을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습니다.
어떻습니까?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문제는 실천이지요. 행복하지 않더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제는 이 해도 할 일 없이 보냈다고 화를 낼 이유는 사라졌을 것입니다. 후회 없는 삶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이자 의무가 아닐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12월 1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