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이완구 국무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모두 2명의 총리가 사퇴하고 3명의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는 수난사가 쓰였다.
[연합통신넷= 김현태, 박정익기자] 앞서 이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언론 외압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강하게 반발, 청문회 '문턱'도 힘겹게 넘어선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총리직에 신임됐지만 이번에는 성완종 파문에 연루되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사퇴 압력을 받았고, 결국 버티지 못하고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경제부총리에게 권한을 넘기고 총리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게 됐다.
이 총리는 20일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7일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의 표명 시점으로 따지면 이 총리의 재임 기간은 63일에 불과해, 헌정 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 제대'라는 오명도 남기게 됐다.
경우는 각기 다르지만 총리직을 둘러싼 잡음과 수난은 현 정부 들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2013년 1월 말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도덕성 논란 속에 불과 닷새 만에 낙마했다.
김 후보자는 헌재소장 퇴임 닷새 만에 법무법인으로 옮기는 전관예우 특혜뿐만 아니라 자신과 가족이 소유했거나 소유한 부동산 10여 곳 대부분이 투기성이 짙다는 의혹을 받은 끝에 물러났다.
이후 정홍원 총리가 취임했으나 세월호 참사의 대응 미숙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고, 이후 안대희 전 대법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후임 총리 인선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후임총리 누가 될까?
정치권에서는 이미 10명이 넘는 후보군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인사청문회 통과를 염두에 둔 도덕성을 갖춘 인사들이 최우선 고려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후임 총리 콘셉트와 관련해 국민통합형, 정무형, 정면돌파형 총리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 총리가 아직 사의를 밝히기 전인 20일 오후부터 차기 총리 후보군에 대한 말들이 오갔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2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여권 내부에서는 다양한 차기 총리 후보가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무형 총리보다는 국민통합형 총리가 적절하다는 언급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정 정국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법조인 출신 총리, 총선을 책임질 정무형 총리,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고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경제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경제관료 출신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후임 총리는 박 대통령 측근 인사에서 발탁해서는 안 된다"며 "박 대통령이 껄끄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인사라도 국민적 신망이 있고 청렴결백하고 자기 소신과 국가에 대한 철학이 명확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정치인 중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꼽힌다. 그러나 '2인자'를 두지 않는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인사 중 큰 흠이 없는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거론된다. 국민통합형 총리로는 노무현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한덕수 전 국무총리,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료 출신 인사를 발탁해 경제활성화 드라이브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이름도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거론된 인물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찾을 가능성이 많다"며 "위기 때 깜짝 놀랄 선택을 해온 박 대통령의 행보를 볼 때 야권 인사나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 중 총리 후보를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