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고는 이야기 안 하지만 굳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뭐 일반 국회의원들처럼 야한 동영상 본 것도 아니고."
4월 8일 경남도의회 임시회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한 말이다. 그는 지난 임시회에서 노동당 여영국 의원이 발언할 때 의원석 모니터로 영화 예고편을 보고 있었다. 여 의원이 "그래도 되는 겁니까"라고 묻자 홍 지사는 위와 같이 대답했다. 여영국 의원은 기가 막혀서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홍준표 지사는 외려 "그런 거 가지고 시비 거는 게 잘못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관련 기사: 홍준표 "야동 본 것도 아닌데 굳이 잘못했다 생각 안 해" <NocutV>)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물어봐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것이다. 그러나 홍준표 도지사는 절대 자신이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사법시험을 패스하고 4차례나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도지사까지 하고 있는 사람이 사소한 잘못 하나 인정하지 못하는 걸 보면, 가방 끈 길고 출세했다고 양심까지 살아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홍준표 도지사의 영상을 보고 있자니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목사 한 명이 오버랩된다. 박사 학위 논문 2편과 석사 학위 논문 1편을 표절해 놓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다.
지난 4월 17일, 사랑의교회가 MBC PD수첩을 고소한 건에 대한 두 번째 증인신문이 있었다.
권 장로는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그의 최측근이라 할 정도의 인사였다. 오 목사가 2006년 '정감운동'을 전개할 때 권 장로가 이 사역을 맡았다. 정감운동이 무엇이냐고 MBC 측 변호사가 물었다. 권 장로는 '정직'과 '감사'로 세상을 바꾸어 보자는 취지의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교회의 직분자, 목사와 장로 등이 먼저 정직하고 감사하자는 운동이라고 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작년 8월 1일 MBC PD수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은 15억 원. 사랑의교회 명예훼손으로 10억 원을, 오정현 목사 개인 명예훼손으로 5억 원을 요구했다.
PD수첩은 작년 5월 13일 사랑의교회를 둘러싼 문제를 종합해 보도한 바 있다. 오 목사의 재정 유용 의혹과 논문 표절, 새 예배당 건축비, 정관 개정 등을 망라했다. 사랑의교회는 방송이 나간 후 곧바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방송 내용이 편파적이었다는 반박 자료를 내고, PD수첩 제작진과의 인터뷰 영상 원본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3월 13일은 이 소송의 세 번째 변론 기일이었다. 이날은 특히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 김 아무개 집사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날이었다. 김 집사는 작년 PD수첩 방영 때 출연해 사랑의교회와 오정현 목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다. MBC 측과 사랑의교회 측은 각각 60개의 질문을 준비했다. 약 2시간 동안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MBC 'PD수첩'이 5월 13일 오정현 목사의 재정 유용 의혹과 논문 표절부터 새 예배당 건축과 정관 개정 논란까지, 사랑의교회를 둘러싼 문제를 종합해 보도했다.
처음은 오정현 목사가 교회 재정을 함부로 썼다는 의혹이었다. PD수첩은 오 목사가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를 2년 반 동안 107일을 이용한 일과, 특별 새벽 기도 라이브 실황 CD 수익금 2억 3000만 원이 오 목사 개인이 관리하는 통장으로 입금된 일 등을 보도했다.
사랑의교회의 2012년 감사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모두 나온다. 당시 감사위원들은 재정집사가 장부를 공개하지 않아 감사를 모두 진행할 수 없었고,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한정' 의견을 내놨다. PD수첩이 만난 회계 전문가는 "있을 수 있는 감사 의견 중 최악이다. '한정'은 '부적정'하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상장 기업이었으면 곧바로 상장 폐지될 일"이라고 말했다.
재정 의혹은 오 목사가 남가주사랑의교회에 목회할 때도 있었다. 남가주사랑의교회 전 교인이 갱신위 교인에게, 2002년 남가주사랑의교회 감사 보고서를 보내 왔다. 이 감사 보고서에는 영수증과 당회 결의 없이 지출이 있었다는 기록과, 2년째 교회 회계장부에 나와 있는 금액보다 은행 통장의 잔고가 더 많다는 기록이 있다. 이에 대해 회계 전문가는 "교회 계좌라고 하면서 돈을 받는데 회계장부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실질적으로 비자금이다.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남가주사랑의교회는 내부 감사 후 심각성을 인정하고 외부 감사를 맡겼다. 제작진은 당시 남가주사랑의교회 외부 감사에 관여한 관계자에게,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여러 면에서 담임목사의 권위에 무조건 순종하는 시스템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랑의교회 당회 도송준 총무장로는 "(오정현 목사가) 외국에 나가서 선교사에게 돈을 건넬 때 일일이 사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전 감사위원장 백복수 장로는 "2012년 감사 보고서는 담임목사를 표적으로 한 일방적이고 왜곡된 보고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위원들은 사실에 대한 감사만 했다고 말했다.
PD수첩은 1998년 오정현 목사의 남아공 포체프스트룸대학 신학 박사 학위 논문이 표절로 드러난 정황을 자세히 그렸다.
한 교수의 글을 통해 소문이 퍼진 것부터, 당회 조사위원회가 표절을 밝혀내고, 오 목사가 처음에는 표절하지 않았다고 하다가, 나중에 사실이 드러나자 교인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한 것까지 모두 보도됐다.
이 부분에서는 오정현 목사의 '거짓말'이 부각됐다. 방송에는 조사위원장이었던 권영준 장로와 오 목사의 육성 대화가 나온다. 권 장로가 오 목사 앞에서 표절 사실을 밝히자, 오 목사는 맨 앞 다섯 페이지를 고친 논문을 권 장로에게 새로 건네며 수정된 논문이라고 했다. 권 장로가 이 다섯 페이지에 다섯 배 이상 되는 표절 부분을 찾았다고 하자, 오 목사는 "아이고 굉장하시네요. 어떻게 찾았습니까"라고 말한다.
PD수첩은 오 목사의 2005년 바이올라대학 탈봇신학대학원 목회학 박사 논문이 포체프스트룸 논문을 자기 표절한 사실도 방영했다.
이외에도 오 목사가 1988년도에 쓴 칼빈신학대학원 신학 석사 논문도 표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보도했다. 현재 밝혀진 것만 해도 20% 가까이가 표절이라고 했다. 갱신위 한 관계자는 "1988년부터 2005년까지 근 20년 동안 오 목사는 논문을 쓸 때마다 표절했다"고 말했다.
오 목사의 논문 표절에 대해 묻는 제작진에게, 사랑의교회 주연종 부목사는 "우리 목사님 고등학교 때는 논문 안 썼나요? 중학교 때 한 숙제 중에 표절한 것은 못 잡아냈나요?"라고 되물으며 웃었다. 주 목사는 "석사 학위 논문은 연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전 일을 얘기한다면 도대체 어디까지 얘기할 것이냐며, 대한민국에서 논문 표절을 문제 삼는 사람은 99% '다른 의도가 있다'는 조사 보고서가 있다고 말했다.
'용팔이' 김용남 집사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지난해 6월 30일 사랑의교회 당회실에 불을 지르려 한 것과 지속적으로 갱신위 교인들을 방해한 내용이 나왔다.
제작진은 문서를 하나 입수했는데, 교회 측의 '소송단 회의록'이었다. 여기에는 김 집사에게 치료비와 위로금 명목으로 55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교회 측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문서는 의혹으로 남았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1월 공동의회에서 새 예배당 건축 누계액으로 총 3001억 원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오 목사가 이전에 밝힌 금액보다 900억 원이 초과됐지만, 교회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사랑의교회 안수집사들이 소송을 걸어 교회가 건축 도급 계약서를 보여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교회 측은 계약서만 보여 주고 설계도면 등 첨부 문서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건축 전문 변호사는 첨부 서류까지 하나로 묶어서 도급 계약서로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건축 공사비 정산 업체 전문가는, 도면이 없이는 공사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도송준 총무장로는 "건설 업체에서 (도면은) 자기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안전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PD수첩은 최근 논란이 일었던 사랑의교회의 정관 개정 시도도 다뤘다.
사랑의교회가 내놓은 개정안 때문에, 담임목사와 당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교인의 권리는 제한하는 정관이 한국교회의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정관 개정은 현재 소강상태다.
방송이 나간 후 사랑의교회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돈 앞에서는 신앙도 없어지나요", "큰 교회 치고 제대로 된 교회가 없다"며 오정현 목사와 사랑의교회를 비판했다. 개중에는 "보도가 너무 오 목사 반대 측에 편향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교회 측은 5월 14일 즉각 홈페이지에 반박 영상을 게재했다. 교회 측은 영상에서, 사랑의교회와 한국 기독교계를 뒤흔든 대혼란은 권영준 장로가 오정현 목사에게 사임하라고 압박한 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포체프스트룸대학이 오 목사의 논문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전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홍정길 이사장)이 오 목사의 사임을 권하는 등 성급한 행동을 했다고 나온다. 대학이 오 목사의 논문의 독창성을 인정했는데도, 이탈 교인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배후 세력이 의심된다고도 했다.
또 교회 측은 PD수첩의 내용이 왜곡되고 과장됐다고 말했다. 정해 놓은 의도와 방향에 따라 자료를 조합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또 제작진의 취재에 협조해 5시간가량 반론 인터뷰에 응했으나, 교회 측 입장이 나온 장면은 45분 중 3분에 불과했다며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교회 측은 MBC에 반론 및 정정 보도를 요청할 것이며, 허위로 제보한 사람과 방송에서 거짓 진술을 한 사람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사랑의교회 내 갈등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교회 측이 갱신위 교인들을 고소하기 시작하면서 양측의 소송전이 시작됐다. 주일마다 갱신위 교인들은 강남 예배당에서 기도회를 열고, 나머지 교인들은 서초역 새 예배당에서 예배를 한다. 매주 금요일에는 갱신위 교인들이 서초역 새 예배당 앞에서 기도회를 하고, 오 목사 측 교인들은 교회 마당을 봉쇄한다. 벌써 반년이 지났다.
좁은 법정에 갱신위 교인들과, 교회 측 주연종 부목사, 박 아무개 사무처장 등 직원 및 교인들이 40명 넘게 모였다. 자리가 모자라 서 있는 사람도, 그냥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혀를 차거나 한숨을 쉬었다. 법정 안은 양측 교인들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으로 팽팽한 긴장 상태였다.
판사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올 줄은 몰랐는지, 방청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공손하게 말했다. 판사는 본격적인 증인신문이 시작되기 전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소송을 제기하셨는데, 한편으로 판사 입장에서 보면 무슨 실익이 있을까 싶어요. 지면 타격이 클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긴다고 해서 과연 명예가 회복될 것인지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거든요. 굳이 소송을 제기해서 끝까지 가려고 한다면 재판부로서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수밖에 없지만…. 재판이 한계가 있거든요. 진실을 다 밝힐 수는 없어요. 증거 법칙에 의해 증거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결론이 일반 세상에서는 통용될 수도 있겠지만, 과연 여러분과 같이 신의 영역과 관련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서 주제넘지만 말씀을 드렸습니다."
법정에 있던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아마 속이 뜨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판사의 완곡한 충고는 한때는 모두 사랑의교회 교인이었던 사람들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소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원수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들은 다 같은 교회에서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잖아요. 서로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한다고 하고 있을 거예요. 근데 '내 뜻이 꼭 하나님의 뜻이다' 이런 확신을 인간이 할 수는 없잖아요. 상대방이 하는 게 하나님의 뜻일 수도 있는 것이고. 나를 깨우쳐 주기 위해서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서로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뜻에 반한다고 해도 서로 존중하고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재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판사는 재판을 시작하기 앞서 사랑의교회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취지도 지적했다. 그는 "원고의 소장을 보면 방송 내용 중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허위라는 건지 모르겠다. 또 방송 내용이 원고 교회의 명예를 훼손한 것과 원고 오정현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다를 텐데, 청구 취지를 보면 두 개를 뭉뚱그려 놨다"고 말했다. 교회 측 변호사가 오 목사는 교회의 대표자이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답하자, 판사는 "그렇다고 해도 둘은 엄연히 다르다. 이렇게 적는 건 부적절하다. 목사라는 것도 교회를 위해 있는 것이지, 교회가 목사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청석에서 "아멘"이라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MBC 측, "교회 수익이 개인 통장으로?"…교회 측, "오 목사가 진짜 골프 쳤나?"
증인신문이 시작됐다.
먼저 MBC 측 변호사부터 김 집사에게 물었다. PD수첩의 방송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오정현 목사의 교회 재정 유용 의혹부터 새 예배당 건축비, 정관 개정 시도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물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건, 교회의 수익이 오정현 목사의 개인 계좌로 들어간 사실이었다. 김 집사는 특별 새벽 기도(특새) 라이브 실황 CD '내 영혼의 풀 콘서트' 수익 2억 3,000만 원이 오 목사 비서실 계좌로 들어간 것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김 집사는 당시 특새 CD 총괄 책임을 맡았던 박 아무개 목사를 만나 직접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박 목사는 CD 수익금이 일단 자신의 계좌로 들어왔지만, 오 목사가 필요할 때마다 연락해 이체하라고 지시했다며 자신의 통장은 '대포 통장'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집사는 박 목사의 통장 내역도 봤다고 했다.
교회가 운영하는 서점 '사랑플러스'의 수익 중 1억 7,500만 원도 오정현 목사가 사용했다. 김 집사는 "특새 CD나 사랑플러스의 수익금은 당연히 교회 공금 계좌로 귀속돼야 한다. 그런데 이 돈이 다른 계좌로 흘러들어가 오 목사 개인이 사용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랑의교회 어느 부서도 공금을 이런 식으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계장부 열람 소송을 하면서 교회 측이 제시한 자료들을 살펴본 결과, 오 목사가 사용했다는 금액의 증빙도 형편없었다고 김 집사는 말했다. 그는 "영수증이 있는 건 1~2만 원씩 쓴 자잘한 것밖에 없었다. 대부분 수백만 원씩 ATM에서 현금 인출한 내역이었는데, 이를 어떻게 썼는지는 알 수가 없다. 계좌 이체한 내역도 있었는데, 그중에는 오 목사 자신의 다른 통장으로 이체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 측 변호사도 증인 김 집사에게 PD수첩이 보도한 내용을 전반적으로 물어봤다. 중점이 된 것은 김 집사가 오정현 목사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김 집사는 오 목사를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고, 논문 표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어떠한 감정도 없었다고 답했다. 변호사는 2013년 4월 김 집사가 개인 트위터에 쓴 글을 증거로 제시했다. 오 목사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김 집사는 그때가 이미 오 목사의 논문 표절 사건 후였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는 오정현 목사가 자주 사용했다는 오크밸리 리조트 회원권이었다. 교회 측 변호사는 오 목사가 2년 반 동안 회원권을 38회에 걸쳐 107일 사용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고, 사용한 것이 '콘도 회원권'인지 '골프 회원권'인지를 따져 물었다. 갱신위가 몇 차례 오 목사를 골프광으로 매도했다는 것이다. 김 집사는 회원권 이름이 '골프 빌리지'였고, 오크밸리에는 골프장이 많기 때문에 거기 묵으면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변호사는 그것만으로는 오 목사가 골프를 자주 쳤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되받았다.
교회 측은 회심의 카드를 하나 준비했다. 그동안 갱신위는 교회가 오크밸리 회원권을 구입하는 것을 결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날 교회 측 변호사는 2006년 6월 21일 사랑의교회 당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고 옥한흠 목사의 건강이 좋지 않아 오크밸리 회원권을 구입한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러나 김 집사는 "이 회의록은 본 적이 없지만, 분명한 것은 옥 목사는 이 회원권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정현 목사가 95% 이상 이용했고, 이미 2010년 내부 감사에서 교회가 이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매각을 권고한 상태였다"고 받아쳤다.
"교회는 권력 분립이 안 돼 있네요"
장장 2시간에 걸친 증인신문이 끝났다. MBC 측은 김 집사 외에도 사랑의교회 개혁파 권 아무개 장로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사랑의교회와 MBC는 4월 17일 권 장로가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다시 한 번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판사의 말을 또 하나 빌려 기사를 마무리해야겠다. 판사는 변호사들의 증인신문이 끝난 후, 자신도 한 가지 물어보자며 김 집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판사는 장로교회에서 당회의 장이 누구냐고 물었고, 김 집사는 담임목사가 당연직으로 당회장이 된다고 답했다. 판사는 우리나라 장로교회가 다들 비슷하냐고 물었고, 김 집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는 입법·사법·행정 3권이 분립돼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 장로교회는 권력 분립이 되어 있지 않은 시스템인 것 같네요. 제가 보니, 권력 분립이 안 돼 있는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해도 괜찮다는 입장과, 이 구조가 잘못됐다는 입장이 대립하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네요."
판사의 말투나 언행을 보건대 기독교인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재판 시작과 끝에 나온 판사의 말은 한국교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고 있었다.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의 말은 비신자들이 한국교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라는 말은 단지 기독교인들의 자조 섞인 말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는 사랑의교회 개혁파 권 아무개 장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권 장로는 작년 5월 방영된 PD수첩 '법원으로 간 교인들, 사랑의교회에 무슨 일이'에서 오 목사의 논문 표절 사태를 설명한 사람이다. (관련 기사: PD수첩,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집중 조명) MBC와 교회 측 변호사들이 논문 표절 사태에 대해 물었다.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이 드러나기까지의 과정은 2013년을 전후해 2012년 6월, 한 신학교 교수가 페이스북에 한 대형 교회 후임 목사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 및 대필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사랑의교회 이야기라고 눈치챈 고 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 대표(도서출판 은보)가 당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관련 내용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회 차원에서 조사위원회가 구성됐고, 권 장로가 위원장이 되었다.
중요한 사건은 2012년 7월 6일, 조사위원회와 오정현 목사가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권 장로에 따르면, 오 목사는 "그 교수의 페이스북 글은 굉장히 악의적이다. 내가 작성한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이나 대필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나의 양심과 명예를 걸고 떳떳하게 내가 작성한 논문임을 밝힌다. 만약 추후에라도 나의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한 그 어떤 부정직한 증거라도 나온다면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사퇴하겠다"며 펄펄 뛰었다. 이 내용은 조사위원회가 7월 13일 당회에 제출한 활동 보고서에 그대로 적혀 있다고 했다.
이후의 내용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오정현 목사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그가 1998년 남아공 포체프스트룸대학에서 받은 신학 박사 학위(Ph.D.) 논문은 표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2005년 미국 바이올라대학에서 받은 목회학 박사 학위(D.Min.) 논문도 표절한 자신의 논문을 베낀 것이었다. 작년에는 그가 1988년 쓴 미국 칼빈신학대학원 석사 학위(Th.M.) 논문도 표절인 사실이 알려졌다.
표절 자체도 남의 것을 훔쳤다는 문제가 있지만, 진짜 문제는 오정현 목사의 반복되는 거짓말이었다. 신학 박사 학위 논문에는 바이올라대학 마이클 윌킨스 교수의 저서를 베낀 부분이 많았다. 오 목사는 윌킨스 교수에게 허락을 받고 썼다고 했지만, 윌킨스 교수는 허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금세 들통 날 거짓말을 하고 나서도, 오 목사는 바이올라대학 총장이 윌킨스 교수에게 허락을 받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조차 거짓이었다. 그는 포체프스트룸대학에 논문 수정을 요청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사망한 교수의 서명이 추가되기도 했다.
그의 논문이 표절이라는 증거는 명백했다. 포체프스트룸대학도 오 목사가 표절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오 목사는 표절 증거가 드러나면 사임하겠다는 말을 지키지 않았다. 아니, 그는 자신이 표절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2013년 2월 교인들 앞에서 사과할 때는 "참고 문헌을 쓰는 과정에서 일부 미흡했던 것은 인정한다"고 말한 후, 눈물을 흘리면서 "사임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교회 측 변호사는 오정현 목사의 거짓말에 비해 지엽적인 질문을 던졌다. 오 목사의 논문을 조사위원회 차원에서 조사한 것인지 권 장로 개인이 조사한 것인지, 권 장로가 2013년 1월 27일 오 목사와 만난 자리에서 허락을 받고 녹음했는지, 그날 오 목사에게 24시간 내에 사임하라고 협박성 발언을 했는지, 왜 하필 오 목사가 가장 바쁜 일요일에 만났는지, 표절에 대한 연구 윤리 규정은 2005년 이후 정교해졌는데 그 기준으로 옛날 논문을 검토하는 건 부적절한 것이 아닌지 등을 물었다.
권 장로는 변호사의 질문에 조목조목 대답했다. 그는 사안이 민감하고 실제로 의혹을 제기한 신학교 교수가 압박을 당하는 상황이라 드러나지 않게 조사했다고 했다. 당시 녹음한 것은 오목사가 하도 거짓말을 하니 나중에 자신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으려는 목적이었다고 했다. 오 목사에게 24시간 내에 사임하라고 말한 적 없으며, 단지 교계 한 원로목사의 뜻을 전달한 것이었다고 했다. 오 목사는 평일에는 뭐하는지 알 수가 없어 일요일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다고 했다. 연구 윤리 규정이 최근에 정교해졌다고 해도, 오 목사의 표절은 그런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교회 측 변호사가 자꾸 주변적인 것들만 질문하자 권 장로가 말했다. "2012년 7월 6일, 조사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오정현 목사님이 '내가 잘못했다', '당시 교회도 담임하고 있을 때라 바빠서 실수했다', '부족한 사람이니 장로님들이 잘 처리해 달라' 이 정도로만 얘기했어도 지금 사랑의교회가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랑의교회를 떠나거나 개혁을 외치며 따로 떨어져 있는 교인들은 오정현 목사가 논문을 표절했다는 사실에 실망한 것이 아니다. 잘못을 거짓으로 덮고, 그 거짓 위에 또 거짓을 덮고, 결국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되자 말을 바꾸는 태도.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 절망하고 질려 버린 것이다.
한 신학자는 논문 표절이 제8, 제9계명을 어긴 것이라고 했다. 학위, 즉 명예를 하나님보다 소중히 여겼으니 제1, 제2계명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굳이 십계명까지 갈 것도 없다. 표절이 잘못이라는 것은 어떤 신학적 분석이 필요한 게 아니다. 거짓말이 나쁘다는 건 초등학생 아이에게 물어봐도 안다. 역시 가방 끈 길고(박사 학위 2개) 출세했다고(강남 대형 교회 목사) 양심까지 깨끗한 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