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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
기획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75회

한애자 기자 haj2010@hanmail.net 입력 2017/11/25 06:23 수정 2017.11.25 16:55

발견

채성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이런 상태가 서로에게 좋을 거야. 사람들은 부부는 정으로 살아간다고 하던데 난 왜 그렇게 애춘에게 모질었을까. 우리 어머니를 나는 혐오했어. 개인주의자, 이기주의자, 자기 밖에 모르는 여자였어. 난 그런 여자와 똑같은 애춘을 만난 것 같아 잘해주려고 해도 그 모습만 보면 혐오감이 몰려오더군!”

“여자는 모두 사랑을 찾아 이기적일 수 있어요!”

“하기야 요즘은 자기 핏덩이도 내버리는 독한 여자들이 많지만 거기에 비하면 애춘은 악한 것은 없어. 너무 호강하게 받들어 자라서 좀 푼수 같고 분별이 없어서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니야.”

“성형도 사장님의 사랑을 얻기 위한 몸부림이었잖아요!”

“왜…, 그것만은 난 말리고 싶었는데… 아내는 제 스스로 중독이 돼서 망가져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워! 이제 애춘은 자신을 잃어가고 있어. 자신의 정체성마저 거부하고 있으니 그 인격이야 온전하겠소!”

채성은 망가진 애춘의 육체가 떠오르자 이마를 찌뿌렸다. 졸도한 그녀의 곁에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연민을 느끼지 않았던가.

“요즘 성형도 하나의 상품가치가 되고 있어요. 더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삶의 열정이라 할 수 있지요!”

“열정? 무모한 열정이지. 끝없는 욕망일 뿐이야!”

“부인은 절 모델로 성형을 하고 있던데요. 절 이상형으로 알고 말이에요. 호호호….”

채성은 혜란의 나르시즘적인 웃음에 자존심이 약간 상했다. 자신을 모델로 성형한 애춘을 비웃는 듯해 미간을 찌푸렸다.

“푼수 같지만 법적으로 아직도 내 아내야. 난 여전히 그의 남편으로 존재하고 있지!”

그는 나체로 자신의 흉한 모습을 드러냈던 애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애춘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자각이 자신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채성은 혜란에게 결혼 같은 말은 꺼내지도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혜란은 자신과 멀어지고 있는 채성을 느꼈다. 결정적으로 오늘 그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역시 자신에겐 결혼의 꿈같은 것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였다. 오직 최고의 경영인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에만 매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제 온전한 싱글로 돌아가 최고의 경영인으로 성공하는 자신의 운명을 그리며 사는 것이다. 전부터 진실을 알고 싶었었는데 이제 채성에 대한 감정을 정리할 때였다.

‘역시 그는 아내를 버리지 못하는구나. 나도 이제 내 갈길 가야지….’

“미, 미안하오. 좀 신경질적으로 대한 것!”

“아뇨, 전 역시 싱글로 사는 게 제 운명이라는 것을 오늘 다시 확인시켜 주셨어요!”

“왠 싱글타령? 자! 우리 시원하게 바깥공기나 쐬러 나가볼까?”

혜란은 일단 그의 말에 순종하며 분위기를 맞춰 주었다. 혜란이 그의 뒤로 가 겉옷을 걸쳐주었다. 그는 남산파크와 그 주변을 돌며 삼청동의 숲속으로 드라이브를 즐겼다. 자연의 숲은 청아하며 그 진액을 마음껏 뿜어내고 있었다. 혜란은 답답한 듯 깊은 심호흡을 했다.

“섭섭한가!”

채성이 혜란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전 오늘 모든 게 정리가 되었어요. 사장님께서는 사모님을 염려하고 계시고 스스로 거부하면서도 사모님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요. 혹 제가 사장님을 사랑해 결혼한다면 사람들은 절 그렇게 평가할 거예요. 야망에 불타서 귀인건설을 움켜쥐려는 속셈이라고 말이에요. 그것보다 전 제 스스로 그 모든 정상을 정복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어요!”

“역시 혜란은 현명해. 혜란은 틀림없이 그 꿈을 이룰 수가 있어. 그런 자질이 충분하니까.”

“그 동안 저를 이만큼 키워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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