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 대한민국은 또 다른 대혼란에 빠졌다. 이른바 내로남불의 신 버전인 아시타비(我是他非)다.
올해 우리나라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지난 20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7∼14일 전국의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2.4%가 꼽은 사자성어가 ‘아시타비’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으로 최근 사회 지도층의 삐뚤어진 세태를 상징하는 ‘내로남불’과 같은 뜻이다. 자기 책임은 애써 외면하고 남 탓만 일삼는 사회 지도층의 꼬락서니를 교수들이 보다못해 일침을 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표현이 더 주목받은 이유는 올해에는 일반적으로 교수들이 고전을 인용하지 않고 신조어를 만든 데 있다. 특히 현 정부 인사들이 자기 쪽 인사의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자기 편만 감싸는 모습을 자주 보인 탓이 크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몽니를 부리는 왜곡된 자세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특히 보수 야권은 지난 탄핵정국에서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죄를 지었음에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얼마 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사과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내홍을 겪었는지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국민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다.
한 나라의 국정을 맡고 있는 양대 세력이 이 모양이니 국민들의 마음은 오죽 하겠는가? 속이 타 죽을 지경이다.
특히 산업계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은 ‘노심초사’(勞心焦思)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자성어로 풀어 본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지난 14일 밝혔다.
중소기업인들은 올해 경영환경을 뜻하는 사자성어로 ‘노심초사’를 선택했다. 올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후 '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운다'는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극심한 경기침체로 매출 감소와 폐업 위기를 맞이해야 했던 중소기업인들의 심정을 여실히 드러낸 사자성어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중소기업인들은 정치인들과 달랐다. 코로나19 탓으로 돌리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내년도 경영환경과 경영의지를 담은 사자성어로 ‘토적성산’(土積成山)을 정했다. 토적성산은 ‘흙이 쌓여 산을 이룬다’는 뜻으로 부활 의지의 표현이다.
'아시타비(我是他非)'에 머물고 있는 정치인들이 '노심초사'하는 국민들의 애절한 마음을 헤아려 ‘토적성산'의 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