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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리스트에 잃어버린 사람들..

성완종리스트에 잃어버린 사람들

안데레사 기자 입력 2015/04/23 08:50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경남기업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 전 회장이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김 전 비서실장과 40여차례, 이 비서실장과 140여차례 통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통신넷= 안데레사기자] 수사팀은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성 전 회장이 내년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면을 받으려 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성 전 회장은 19대 총선에서 당선됐으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확정받으며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성 전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2차례 사면을 받은 바 있다.

수사팀은 전날 2차로 압수수색에 나서며 성 전 회장이 현 정권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인 사실이 있는지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남기업 본사를 비롯해 13곳을 압수수색하고 성 전 회장의 유서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까지 포함하면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세 번째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 총리의 사퇴는 파문의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여권 실세만 모두 8명.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화살은 이제 나머지 7인에게 향하고 있다. 이 총리의 진퇴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던 사이 나머지 7인의 행보는 어땠는지 돌아봤다.



① 도피성 외유 의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성완종 리스트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만 해도 가장 시선이 집중된 인사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 기자와 한 마지막 통화에서 김 전 비서실장에게 뒷돈을 건넨 장소와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이런 의혹들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청와대 비서실장 재임 시절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했던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재임 중 성 전 회장을 단 한 차례도 만난 적 없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하면서 그의 해명은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또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김 전 실장의 자택이 있는 평창동 주변을 배회한 흔적까지 나오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여기에 김 전 실장이 19일 일본으로 출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피성 출국 논란까지 더해졌다. 김 전 실장이 20일 귀국하면서 출국 소동은 일단락됐지만, 검찰이 사건의 주요 관계인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판이 쇄도했다.



② "나는 떳떳하다"고 하지만- 홍준표 경남지사

성완종 리스트 파문 초반 관심이 집중됐던 또 다른 인사는 홍준표 경남지사였다.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유일한 친이계 인사인 홍 지사는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1억원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홍 지사는 의혹이 불거진 시기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삭제해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홍 지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언론인 출신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틀리다라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금품 전달 혐의를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홍 지사는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며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이 홍 지사 측근 계좌에서 1억원 수수를 확인했다는 등의 기사들이 나오면서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홍 지사는 지난 21일 거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불편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결국 홍 지사는 22일 "오늘부터 말하지 않겠다"고 입을 다물었다.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총리 사퇴 이후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7인 중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는데 대한 부담감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③ 정치 생명의 기로에-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도 파문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단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리고 성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하지만 홍 의원은 성 전 회장의 비망록에 18차례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이 나오자 말을 바꿨다.

홍 의원이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성 전 회장이 건넸다고 하는 2억원이 지난 2012년 대선자금으로 쓰였다고 주장한 데 있다. 검찰의 수사가 대선 자금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홍 의원의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는 휘발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겠다.홍 의원은 본인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연구해 보겠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홍 의원의 정치 생명도 백척간두의 상황에 처해 있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대사 신임장 및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④ 한 발 물러서 있던 게 아닌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성완종 리스트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 "(성 전 회장 입장에서) 내가 구명 요청을 거절해 섭섭했을 것이다"라며 성 전 회장 자살 전 상황에 대해 선제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또 성 전 회장이 남긴 리스트에서도 이 실장의 이름만 있을 뿐 구체적인 액수가 적혀 있지 않다는 점에서 성완종 파문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성 전 회장이 죽기 전 이 실장과 140여 차례 통화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실장과 성 전 회장의 관계에 대한 의구심도 다시 커져가고 있다.이 총리 사의 표명 이후 타깃이 이 실장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⑤ 소나기는 피하고 보는 게 상책? -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이후 이 총리의 진퇴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는 대표적 인사들이 있다.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현역 광역단체장인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에 7억원을 건넸다고 돼 있는 허 전 실장의 경우 성 전 회장이 생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게 해준 장본인'으로 지목했다는 점과 맞물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성 전 회장이 3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유 시장이나 2억원을 건넸다고 한 서 시장도 "절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몸을 바짝 숙이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홍문종 의원과 함께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가 대선 자금 수사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자칫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수사팀은 전날 참고인으로 불렀던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를 긴급 체포했다. 그는 검찰이 경남기업을 두 차례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CC(폐쇄회로)TV를 끈 채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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