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손상철기자] ‘낙태죄(임신중절) 폐지’를 촉구한 청원 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23만명이 넘는 시민의 동의를 얻으면서 청와대가 이 국민 청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답변자로 나섰다. 청와대가 26일 오후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에 관한 국민 청원’과 관련해 “내년부터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임신중절) 관련 논의가 한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9월30일 제안된 낙태죄 폐지 요청 청원이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26일 현재 23만5372명)을 돌파하자, 이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왔다.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에 관한 국민 청원에 내놓은 공식 답변은 '정확한 실태조사가 먼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태아 대 여성, 전면 금지 대 전면 허용 식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6일 오후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게시한 동영상을 통해 지난 9월 3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2010년 이후 실시되지 않은 임신중절 실태조사부터 2018년에는 재개하기로 했다"면서 "임신중절 현황과 사유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된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13년 9월 학술지인 ‘서울대학교 법학’ 기고문에서 “형법은 낙태 처벌을 규정하고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범위는 협소하지만, 낙태는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법과 현실의 괴리 현상, 낙태죄의 사문화(死文化)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낙태 감소는 낙태의 범죄화와 형사처벌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시기부터 지속적·체계적 피임교육, 상담 절차의 의무화,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 입양 문화의 활성화 등 비형법적 정책을 통하여 가능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조 수석은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면서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임신중절 실태조사는 과거 5년 주기로 진행됐으나 2010년 조사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가 8년 만에 재개된다. 또한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한 번 낙태죄 위헌 법률 심판사건이 진행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공론의 장이 마련되고 사회적 법적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임신한 여성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낙태를 선택하게 될 수 있는데,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조화롭게 하는 방법이 있다"며 1970년대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을 예로 들어 "임신 후 일정 기간은 낙태 허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 수석은 "법 개정을 담당하는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자연유산 유도약의 합법화 여부도 이런 사회적, 법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조 수석에 따르면 2010년 조사 기준으로 임신중절 추정 건수는 한 해 16만 9000건에 달하지만,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하며, 임신중절로 인해 실제 기소되는 규모는 한 해 10여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 해 2000만명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절 시술을 받고 이 중 6만 8000명이 사망했다는 조사를 2006년 공개한 바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80%인 29개국에서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