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올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정계가 바쁘다. 새해가 오기 전에 정책의 난맥상에 따른 국정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고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서다. 이에 연말연시에 개각과 권부 참모진 개편 등 인사쇄신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야말로 한해를 보내고 맞는 시점과 맞물려 구관(舊官)을 보내고 신관(新官)을 맞이하는 ‘송고영신’(送故迎新)의 긴박한 형국이다. 송고영신은 한(漢)나라 반고(班固)의 한서(漢書) 왕가전(王嘉傳)에 나오는 사자성어였다.
거기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吏或居官數月而退, 送故迎新, 交錯道路(관리가 수개월만 직책에 있다 물러나더라도 보내고 맞이하느라 서로 뒤섞여 도로가 혼잡하다). 하기야 이번 인사개편에서 청와대 한 수석비서관은 보임 몇 개월 만에 교체되기도 했다.
옛적에 인사교체 시 왜 도로가 혼잡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해당 사무실이 연말과 겹쳐 업무 인수인계와 새로운 체제 구축으로 혼잡할 듯하다. 신관은 국민의 정서를 헤아려 좋은 정치를 보여주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성어가 나중에 송(宋)나라 서현(徐鉉)의 ‘제야’(除夜)라는 시에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로부터 유래되어 지금은 해가 바뀌게 되면 ‘근하신년’(謹賀新年)과 함께 ‘송구영신’(送舊迎新)이 가장 대표적인 새해 인사말이 됐다.
이제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가는 물리적인 크로노스 시계가 어느덧 2020 경자년의 끝자락을 가리키며 송구영신해야 할 시점이다. 올해는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크로노스의 시간을 보냈다. 세계적인 대유행이 된 코로나19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방역에 최선을 다했지만 한계를 보였다.
헬라어로 시간에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흔히 우리가 말하듯 자연스레 흘러가는 양적인 시간을 크로노스라 한다. 그런가 하면 각자의 환경과 여건에서 목적과 의미 있게 보내는 질적 시간은 카이로스다. 곧 절대적인 시간과 상대적인 시간으로 구분된다.
올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로 덧없이 보내버린 시간은 크로노스적이다. 한편 그 가운데에서도 나름 소확행을 누리며 ‘소중한 시간’(quality time)을 보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시간은 카이로스적이었다 할 수 있다. 올해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는 각자의 기준과 판단이다.
그런 가운데 이제 곧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게 된다. 매년 새해가 동트면 누구나 올해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을 간절하게 바란다. 그렇기에 새해 벽두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안겨주며 기대에 부풀게 한다. 그래서 코로나 시국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모두가 새해 소망은 펼쳐야 한다.
물론 상큼하게 출발한 새로운 한해도 지나다 보면 다시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일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올바르게 생활을 꾸려가다 보면 나름 카이로스적 시간을 누릴 수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삶은 물의 속성처럼 앞을 향해 나아가게 되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올 한해가 ‘본립도생’(本立道生), 즉 사회의 기본이 갖춰져 바른 길로 나아가는 원년을 이뤄야 한다. 그래서 원칙과 질서가 존중되며 정치 리더십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새해에도 현실적으로 코로나에 사회경제적 상황들이 녹록치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만은 한해에 부족하고 미흡한 것은 채우고 메워간다는 긍정적인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한다. 사회 곳곳에 부정의 기운이 도사렸던 묵은해를 떨치고 긍정의 힘이 솟는 희망찬 한해를 일궈내야 한다.
지금 새로운 해를 맞는 시점에 에드거 앨버트 게스트의 ‘모든 것이 잘 될 것이기에’(Things Work Out)라는 시구가 떠오른다. 그는 일상에서 낙관적이며 영감이 깃든 시를 써서 힘겨운 현실에 있는 현대인들에게 희망을 던져준 시인이었다.
“...계획이 그르쳐졌다고/ 근심과 의심이 있을지라도/ 결국 모든 건 잘 풀리게 될 것이기에...” “...꾸준하게 노력하며 항상 희망을 품어라/ 주위에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라도/ 어떻게든 모든 일은 잘 되게 될 것이기에...”
새해에는 모두가 애드거 게스트처럼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다보는 습관을 길들이는 의미 있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슈바이쳐는 ‘인간의 미래는 생각하는 마음에 달려있다’고 했다. 또 소크라테스는 ‘세계를 움직이려 한다면 우선 자기 자신부터 움직일 것’을 설파했다.
2021년 새해, 우리 모두가 각자의 환경에서 긍정의 자세를 갖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도록 해보자. 오늘 한 알의 긍정의 씨를 뿌리면 내일에는 긍정의 열매가 풍성하게 열릴 것이다. 그래서 크로노스적으로 헛세월 보낸 올해와 달리 신축년에는 적극적으로 카이로스적 생활을 엮어가도록 하자.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