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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봉 시인의 문학 추억여행 29..
문화

박상봉 시인의 문학 추억여행 29

박상봉 기자 psbbong@hanmail.net 입력 2020/12/31 15:11 수정 2020.12.31 16:26
대구경북작가회의 한 해를 결산하고 대경작가들의 목소리 담은 ‘작가정신’ 통권 42호 출간
코로나19의 혼란 속에서도 작가로서의 자긍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어요

[대구=뉴스프리존]박상봉 기자=대구경북작가회의가 2020년 한 해를 결산하고 대경작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작가정신’ 통권 42호를 펴냈다.

먼저 기획특집으로 구성된 ‘작고 회원을 기억한다’에는 작년에 작고한 류근삼 선생의 작품세계와 문학적 삶을 배창환 시인이 회고하였고, 올해 작고한 르포작가 서분숙 선생의 삶과 문학적 행적은 이철산 시인이 추모의 글을 실었다. 이어 회원들의 시 86편과 소설 1편, 수필 5편, 평론 1편을 싣고, 여름문학제의 세미나 주제인 ‘코로나19 이후 생태적 삶과 문학을 말한다’의 발제 원고와 제5회 작가정신 문학상 심사평과 박승민 시인의 수상소감과 자선작품 ‘기계의 시간’ 외 4편을 수록했다.

대구경북작가회의 한 해를 결산하고 대경작가들의 목소리 담은 ‘작가정신’ 통권 42호 표지. 회원들의 시 86편과 소설 1편, 수필 5편, 평론 1편을 싣고, 작고 회원 추모특집과 제5회 작가정신 문학상 특집 및 올해의 새책 북리뷰 등을 수록했다. /Ⓒ박상봉
대구경북작가회의 한 해를 결산하고 대경작가들의 목소리 담은 ‘작가정신’ 통권 42호 표지. 회원들의 시 86편과 소설 1편, 수필 5편, 평론 1편을 싣고, 작고 회원 추모특집과 제5회 작가정신 문학상 특집 및 올해의 새책 북리뷰 등을 수록했다. /Ⓒ박상봉

끝으로 올해의 새책 북리뷰 순서로 최영 시인의 ‘바람의 귀’ 외 12명의 시인이 펴낸 신간 시집들에 대한 서평과 정지창 평론가의 비평산문집 ‘문학의 위안’에 대한 서평을  수록했다.

대구경북작가회의 김은령 지회장은 모두(頭) 글에서 "올해는 코로나19의 혼란 속에서도 작가로서의 자긍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고 소회(所懷)를 밝혔다. 김 회장은 "문학의 본연은 사실 얼굴을 마주보고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비대면의 상태로 소통하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를 지나 코로나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실에서 작가정신은 문학의 본연에 따라 회원 모두에게 작가의 가치와 소명을 확인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작가정신 모두(頭)에 김은령 회장이 쓴 ‘책을 내면서’만 읽어보더라도 코로나19라는 엄혹한 시대에 대경작가회의 임원들이 얼마나 고심하고 애를 많이 썼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우리들의 모든 일상을 옥죄이고 변형시켜 놓았다. 연례적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이루어져야 하였고, 집행부 임원들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부대끼는 일정이며 고된 시간이었을 터이다. 대경작가회의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대면 행사가 어려운 강퍅한 일정 속에서도 밴드를 통해 4.19 관련 시를 릴레이로 올리고 공유하는 형식으로 4.19문학제를 진행했다.

지난 7월에는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치유사업’으로 코로나19를 겪는 환자, 의료진, 관계 부처에 속한 분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사화집 ‘마스크의 시간(부제 : 문학으로 치유하는 코로나19)’을 발간하여 다소나마 작가의 소명에 응하였다. 우리 작가회의 회원 52명이 참여한 이 책은 올 봄 역병이 창궐한 대구와 경북의 모습을 그린 시와 동시, 산문 등 총 53편의 작품을 담았다.

대경작가회의 핵심사업인 여름문학제는 코로나 정국에 걸맞는 주제로 대구문학관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집단모임을 할 수 없어 영상제작을 통하여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과 공유하고 2020 대구경북 작가회의 회원들의 작품을 모은 76인의 시선집  ‘옆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을 여름문학제 기간에 발간하여 비대면 시대의 아쉬움을 달랬다. 제8회 10월 문학제는 공개행사 없이 시첩 ‘기와 까치구멍집’ 300부를 제작해 배부했다. 신기훈 평론가와 안상학 시인을 포함해 작가 78명이 참여해 평론 1편과 시 77편을 실었다.

필자는 이번 작가정신에 ‘비파나무 악기’라는 제목의 신작시 한 편과 최영 시인의 첫 시집 ‘바람의 귀’에 대한 서평으로 ‘세상의 모든 게 시고 거울이다. 죽비 아닌 게 없다’를 써서 발표했다. 이 서평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닭이 알을 깔 때,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쪼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줄탁동시(啐啄同時)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소통과 상호 협력의 힘으로 모든 하는 일의 형평과 가치를 지킬 수가 있다.

여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2021년 소띠 해를 맞아 신축년 새해에는 아무도 다투지 말고 서로 도와주는 협력과 협치가 성행하는 평화로운 올바른 민주사회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비파나무 악기

박상봉

초승달이 만드는,
귓전에 웅웅 울리는 저, 소리

부드럽고 결 곧은 늘 푸른 큰키나무 소리 듣기 전에는
손톱이 소리가 되고 나무가 음악이라는 것

경전 속 어지러운 문맥이 흙으로 빚은 소리인 것
알지 못했네

비파나무 열매 단단한 껍질 속
술대 퉁겨 내는 소리 듣고 나니, 비로소
달콤하고 시린 인생의 참맛 알게 되었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서늘한 바람소리가
모두 게송인 줄 모르고
악기만 찾아 헤매고 다녔던 것이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서늘한 바람소리가/모두 게송인 줄 모르고/악기만 찾아 헤매고 다녔던 것이네/Ⓒ박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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