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임은희 기자 = 2021년 신축년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가 시작되면 60갑자를 중시하는 동양에서는 역사의 반복 가능성에 주목하곤 한다. 120년 전인 1901년은 대한제국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할 무렵으로 대혼란기였다. 당시 대한제국은 전차와 전신 신설 등 근대하를 적극 추진하면서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갈등 속에서 국가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외교전에 전념하고 있었다.
일본도 아관파천 이후 지나치게 친러 경향을 띠고 있는 고종과 명성황후의 태도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강대국 러시아와 섣부른 일전을 시도하기 보다는 영국과 미국과 같은 세계 열강을 우군으로 포섭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1901년 신축년은 러일 전쟁을 위한 준비기간이었던 것이다. 결국 일본은 러시아의 남진정책을 견제하고자 하는 영국을 포섭해 이듬해인 1902년 제1차 영일동맹을 맺게 된다.
하지만 국제정세에 어둡고 친러파에 휩싸인 고종과 명성황후는 특히 미국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못하고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꿈을 꾸다가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는 희대의 뒤통수를 맞게 된다. 그 결과가 을사조약이다. 대한민국은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하게 되고 얼마 후 일제 35년 식민통치가 시작된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1961년은 신생 독립국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는다. 이승만 독재 12년은 4·19 민주혁명으로 종식되고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의 롤모델로 화려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2공하국 장면 정부는 준비된 정부가 아니었다. 애국 시민들과 학생들의 피와 희생으로 성취한 민주주의를 결실로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민족의 고질적인 병폐인 패거리 문화에 젖은 집권 민주당은 신파와 구파로 분열돼 연일 내분에 휩싸였다. 독재는 물러갔지만 혼란은 가중됐다.
군부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6·25를 거치면서 거대한 권력집단으로 변질된 군부는 국가 안보에 사용해야 할 총과 칼을 정권 찬탈에 악용했다. 5·16 군사 쿠데타가 터졌다. 한강 다리를 넘은 박정희 군부는 모든 헌정 질서를 마비시키고 권력을 찬탈했다. 하루아침에 민주주의는 조종을 울렸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데는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이번 신축년 2021년 새해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죽음의 공포로 시작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신축년은 위기의 시대였다. 식민지로 전락하기 시작한 1901년, 군사 쿠데타로 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린 1961년이 주는 교훈을 우리는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