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법정구속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구속은 지난 2017년 2월 17일 처음 구속된 후 2018년 2월 5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가 1079일만이다. 사법부의 판단은 준엄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도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기본 상식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해 법정구속했다.
이날 법원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장충기 등 前임원들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함께 법정구속했다. 다만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은 피했지만 삼성으로선 뼈아픈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기대하는 분위기였으나 법원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나마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또한 이 부회장 측이 강조했던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도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평가 절하했다.
법원은 이날 주요 쟁점이 된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 범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위법행위 유형에 대한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행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하는 활동까지 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故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후계구도 구축에 나섰던 이 부회장이 또 다시 구속됨에 따라 삼성은 현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전 세계가 반도체 공급 대란 등으로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총수의 부재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법은 최소한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현실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위법행위를 했다고 하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이 사법부의 판단을 인정하고 속죄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