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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PD의 'MB국정원' 언론장악 수사에 속도내는 검찰..
기획

최승호PD의 'MB국정원' 언론장악 수사에 속도내는 검찰, PD수첩 제작진 "최종 책임은 MB"

안데레사 기자 sharp2290@gmail.com 입력 2017/12/03 09:45 수정 2017.12.03 20:39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정부 비판 성향 보인 공영방송 프로듀서(PD) 퇴출 계획 세우고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킨 결과를 '대통령 보고용' 문서로 작성
▲ 최승호 피디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수사와 관련해서 뉴스타파의 최승호 PD, 지난 6일 검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PD수첩, MBC PD수첩 제작하다가 2012년 MBC에서 해고당한 최승호 PD다. 10시에 들어가서 5시에 나왔다. 7시간이나 조사받으면서 검찰에 들어가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렇게 말했다는데. 조사받고 나온 최승호 PD를 만나 보았다. 검찰은 주로 뭘 묻던가요? 

〓 검찰이 그 당시의 일반적인 배경을 묻고 그리고 이제 검찰이 확보한 국정원 문건을 토대로 질문을 했는데. 그 문건 내용이 상당히 놀라운 내용들이 있더군요. 

▲ 공영방송 MBC가 지금과 같이 무너진 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 MBC는 개인이 아니라 공공기관이 주인인 회사라 구성원들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면서 정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일정 부분 독립성을 유지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MBC의 독립성을 가장 잘 보호해준 장치가 *단체협약의 공정방송협의회(이하 공방협)와 국장책임제였다. 공방협은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를 노사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제도였고 국장 책임제는 사원인 국장이 책임을 부여받고 경영 책임자인 사장과 본부장의 방송 개입을 막는 제도였다. 하지만 2010년 김재철 사장 이후에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상을 파기하고 프로그램 제작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협상을 시도해도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받길 희망한 노조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요구하면서 결렬됐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양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노조는 파업권을 얻고 합법적으로 파업을 진행했다. 합법적 파업은 노동자가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협상력을 가지는 최후의 수단으로 대체인력을 뽑거나 파업을 이유로 징계할 수 없지만 당시 경영진은 2012년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단행했다. 파업권은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협상할 때 행사할 수 있는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했던 당시 파업은 이와 무관하다며 정당한 권리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MBC가 급속도로 망가졌다.

▲. 전작 '자백'(2016)보다 흥행세가 좋다.

〓  스코어라는 것에 만족은 없다. 전작 '자백'에 비해 서둘러서 만든 영화였고 홍보 기간도 충분치 않았다. 그런데 개봉 전 출연자(MBC 전·현직 임원 5명)들이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으로 홍보를 해준 덕분에 생각보다 (스코어가)잘 나온 것 같다. 그러나 이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다.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자백'을 만든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차기작을 준비한 시간으로는 짧지 않았나 싶다. 다소 급박하게 영화를 준비한 이유는?

〓. '자백' 개봉 10일 후 JTBC의 '태블릿 PC'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 탄핵국면, 조기 대선이 이어졌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세상은 바뀔 텐데 (경영진이 그대로 남아있는) MBC와 KBS만 '동터의 왕국'으로 남겠다 싶더라. 정부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거면 모르겠는데 공영방송은 임기제라 마음대로 할 수가 없지 않나. 시민들은 공영방송이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다가 정권 바꾸니 도와달라고 하는 줄 알고 계실 것 같아서 그간의 진실을 알리는 차원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 약 10년 전부터 현재까지 MBC와 KBS의 몰락의 역사를 연대기별로 볼 수 있는 영상이 풍성하게 담겼다. 이 자료들은 각사의 노조를 통해 받은 것인가?

〓. KBS, MBC 노조를 통해서 받은 것도 있고, '미디어 몽구'처럼 독자적으로 취재했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필름을 받은 것도 있다. 나머지는 두 방송사의 영상 자료를 받아서 사용했다. 뉴스 영상의 경우 KBS는 팔았는데, MBC는 안 팔더라. 이 영화는 공적인 것이고 MBC가 당시 이런 뉴스를 했다고 인용한 것이기에 문제가 안 될 것 같아 홈페이지 영상을 받아다 썼다. 나머지는 공범자들을 찾아다니면서 현재를 기록한 결과다.

▲ 파업 이후에 발생한 일들에 대해 말해달라.

〓 노사에서 큰 소송 세 개가 발생했는데 노조가 회사 쪽에 건 해고무효 소송, 회사가 노조에 건 손해배상소송과 업무방해죄의 형사소송이었다. 세 재판 전부 2심까지 이기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파업자가 입는 피해가 너무 컸다. 노조 집행부를 해고하고,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조합원에 부당정직, 감봉, 징계, 전보 조치를 취했다. 특히 파업 이후 해직된 선배들의 경우 해고무효 1심을 이기고 회사가 항소하자, 상급 재판이 나오기 전까지 1심 결과를 강제로 이행할 수 있게 하는 가처분 신청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회사는 일산 사옥에 빈 책상에 랜선만 널브러진 이름 없는 사무실 201호에 출근시키면서 법원명령을 대놓고 조롱했다. 해직된 선배 여섯 분은 파업이 합법이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아직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 윤성민 MBC 예능PD

▲ 윤성민 MBC 예능PD 입사 3년 차 예능 PD가 어떤 이유로 해고됐나.

〓 MBC에 입사하기 전 내부적 어려움을 알고 있었지만 금방 정상화 될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입사 하루 전날 파업에 들어가면서 사령장 수여식은 고사하고 전 직원이 사무실이 텅 빈 광경을 목격했다. 전운이 감돌았던 그 날이 내 MBC 생활의 시작이었다. 입사 후 수습 기간이 끝나자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파업에 참여했지만 MBC는 더 철저하게 망가졌고 내부에 있으면서 그 현장을 목격하는 게 괴로웠다. 특히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보도할 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경영진들이 기자들을 쫓아내고 만든 뉴스에 대해 유족들이 처절하게 항의했다. 원래 MBC는 사내 게시판이 인기 커뮤니티 못지않게 활발했지만 당시는 조금이라도 비판 글을 쓰면 어김없이 삭제됐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회사가 마음대로 지울 수 없는 유머커뮤니티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편파적인 보도가 나가는 이유와 내부 상황을 누가 주도하는지를 알리고 이를 사과하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졸업 학기에 온라인 공론장을 연구하면서 유머커뮤니티가 여론이 형성되고 확산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글이 빠르게 퍼져 해고 바로 아래 단계의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다. 2012년 파업 때 노조 집행부로 앞장섰기에 검찰에서 구속영장 청구까지 한 김민식 PD가 정직 6개월을 받았는데 불과 2년 뒤 인터넷에 비판적인 글을 게시했다고 정직된 것이다. 정직 후 예능국이 아닌 수원의 영업 부서로 발령받았으나 저성과자로 합법적 해고를 할 수 있게 처음부터 책상에 앉아있어도 일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예능 PD들이 얼마나 웃긴 사람들인지 그린 일상툰 ‘예능국 이야기’라는 만화를 그렸다. 당시 ‘유배 중’이라는 말을 썼는데 회사의 정당한 인사발령을 유배라고 폄하해서 회사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명목으로 나를 해고했다.

나는 복 받은 해고자, 누구에게나 지지받고 누구든지 지지할 수 있어

▲ 직접 겪은 해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사실 회사에서 해고가 나왔을 때 솔직히 무덤덤했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결정이 많이 내려졌고 이를 적나라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기를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고 뉴스타파에서 객원 PD로 일하는 등 여러 콘텐츠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나를 괴롭혔던 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혔다. 그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는 복 받은 해고자였다. MBC라는 강력하고 똑똑한 노조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법정 소송과 경제적 부담이 적었고,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분노했다. 일반적인 부당해고자들은 자신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고, 법정 싸움을 이어가더라도 비용과 시간을 감당해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해고자에게 사회는 많은 배려를 베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복 받은 해고자지만 한편으로 그 복은 다 짐이자 빚이다. MBC 파업에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다. 사회 도처의 부당함과 억울함을 알아내기 힘든 현실에서 우리가 모든 시민을 대신해 연대와 지지의 뜻을 보내고,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보고 들어서 사실 그대로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MBC를 떠나지 않고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예능은 보도국, 아나운서국처럼 쫓겨나거나 시사교양국처럼 부서가 사라지지 않았지만 MBC 식구로서 같이 망가졌다.  정권에 미운털 박힌 출연자는 섭외하지 못하거나 프로그램을 하차시켰다. 김제동 씨가 하던 '환상의 짝꿍'처럼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도 폐지하라고 국정원 문서에 다 적혀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조직이었던 예능국이 권위주의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상급자가 제작의 자율권을 보장하지 않고 툭하면 출연진, 선곡 등을 바꾸게 했다. 사실 악화된 제작환경에서 벗어나 타사의 좋은 제작여건을 보장받기 위해 상당수의 예능 PD가 나갔다. 나간 이들을 탓하는 건 아니다. 나를 비롯해 파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MBC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사주가 있는 회사는 결국 사주의 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영방송을 포기한다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요직을 차지하며 체제를 방조하게 되고 MBC를 무너뜨린 이들의 언론장악이라는 목표를 도와주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MBC를 지키려 한다.

▲ 공영방송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운영돼야 하나.

〓 이전까지 정치적 윤리와 대통령의 도의에 의존했던 공영방송의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이번에 경험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정권 때 발의된 언론장악방지법은 공영방송이 정권에 의해 장악된 내용을 완화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후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법안을 활용하면서 기존의 장악상태가 유지되는 형세가 됐다. 부당노동행위를 체계적으로 자행했던 책임자들을 먼저 정리하고 그다음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그 방식은 정치권의 개입을 성문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같은 중대한 결정에 시민을 참여를 유도하는 ‘시민 참여제’까지 이어져야겠다. 추가로 공방협과 국장책임제 같이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도 강제력을 통해 확실하게 마련돼야 한다. 이 같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내용이 추상적이고 복잡해 언론인들이 이를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제도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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