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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모델들…알고 보니 사내 ‘엄친딸’..
사회

증권사의 모델들…알고 보니 사내 ‘엄친딸’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4/26 11:34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각종 금융상품의 광고 모델들은 누구일까?

 

언론이나 금융 상품 전단에 등장하는 증권사의 새 금융상품을 알리는 '훈남'과 '훈녀' 중 십중팔구는 실제 증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수년간 불황의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증권업계에선 몸값이 비싼 연예인이나 직업 모델 대신 사원들을 상품 홍보 모델로 쓰는 문화가 굳어졌다. 그러다 보니 금융투자업계 내에서 이들 사원 모델을 발탁하는 홍보 임직원들 간에 은근한 신경전도 펼쳐진다.

 

◇ 증권사 광고 모델들, 회사채 발행·PB센터·PF부서 등 '전문직 종사자'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사원 모델 중에는 본사 소속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 사내 '엄친딸', '엄친아'인 셈이다.

 

사원 모델 '발탁' 업무를 하는 홍보실 임직원이 본사에서 근무하는 만큼 우수 인력이 모인 본사 소속 직원들이 모델에 낙점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입사 2년째인 하나대투증권 사원모델 A씨(여)는 발행 시장실에서 회사채 발행과 유통 업무를 담당한다.

 

입사 8년차 미래에셋증권 사원모델 B씨(여)는 본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에서 일한다.

 

대신증권의 사원모델인 C주임은 회사의 정보기술(IT)시스템 관리 업무를 한다. 여성 위주인 증권가 사원 모델 세계에서 청일점 격이다.

 

삼성증권의 금융상품 모델인 D 대리(여)는 강남 부촌인 도곡지점에서 자산가들의 재산을 주무르는 프라이빗뱅커(PB)로 활동한다. D 대리는 삼성증권 PB 중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둔 이들만 되는 WM(웰스매니저)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이기동 미래에셋증권 홍보실장은 "사원 모델을 고를 때는 신뢰감을 주는 얼굴을 가장 중요시한다"며 "홍보 판에 있는 상품에 대해 궁금할 때 이 사람한테 물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면 사원 모델로 제격"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발탁에서부터 관리까지 연예 매니지먼트사 역할을 해야 하는 홍보실 관계자들에게는 말 못할 고충도 적지 않다.

 

'이 사람이다' 하는 모델을 어렵게 찾아도 당사자가 고사하면 그만이다. 적임자를 겨우 설득해 데려와 사진을 찍어보고 실물과 사진 속 이미지가 달라 중간에 탈락하는 때도 비일비재하다.

 

일단 '발탁된다'고 해도 사원 모델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대체로 '밥 한 끼'가 전부다. 더 해봐야 모 증권사가 상품권 '석 장'을 준 것이 사원 모델에 대한 보상으로 최고였다. 대신 한 주에도 몇 개씩 금융 상품이 쏟아져나올 때마다 사원 홍보 모델들을 부르지는 않는다. 미리 찍어둔 사진 속의 모델이 든 패널 속 글자만 슬쩍 손을 봐 광고로 내보내는 것이 홍보실의 '업무 비결'이다.

 

◇ '김태희 사건?'에 '발칵'…증권사들 '모델 발탁' 눈치작전·신경전

 

사원 모델 문화가 정착하면서 이미지 관리를 책임지는 증권사 홍보실 사이에선 사원 모델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펼쳐진다.

 

지난 2012년 '김태희 사건'이 불을 지폈다. 당시 한화투자증권이 파격적으로 톱 연예인 김태희를 모델로 기용하자 다른 증권사들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사원 모델이 주류인 증권업계에서 김태희가 광고모델로 나온 ELS는 '김태희 ELS'로 불리면서 타사들을 주눅들게 했다.

 

그러나 불황이 심화하면서 증권업계 상품 광고 시장의 모델은 결국 '사원'으로 '하향 평준화'됐다. 

 

한 증권사의 홍보실 팀장은 "최고경영자(CEO)가 사원 모델에 대해 한마디씩 할 때도 있어 선정할 때 신경을 많이 쓴다"며 "다른 회사들이 사내 모델을 어떻게 선정하고 활용하는지도 늘 지켜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 내부에선 사원 모델 관리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다수 증권사가 보통 1∼2명의 사원 모델을 선정해 운영하지만, 삼성증권은 작년에 대대적인 사내 선발 대회를 열어 차장에서 사원급에 이르는 남녀 사원 5명의 풀을 구성했다. 여성 모델 위주의 천편일률적 이미지에서 탈피해 상품의 성격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사원 모델을 쓰겠다는 취지다.

 

대신증권도 작년 하반기부터 남성은 사내 모델을 쓰고, 여성 모델은 직업 모델을 기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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