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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독서파만권..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독서파만권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12/07 09:26 수정 2017.12.08 11:19

독서파만권

▲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 칼럼니스트

‘독서파만권(讀書破萬卷)’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성(詩聖)으로 일컬어지는 당(唐)나라 두보(杜甫: 712~770)의 시(詩), ‘증위좌승(贈韋左丞)’에서 유래한 이 말은 ‘읽은 책이 일만 권을 돌파했다’는 뜻입니다. 원문을 보면「독서파만권 하필여유신(讀書破萬卷 下筆如有神)」‘만 권의 책을 독파하고 나니, 붓을 들면 신이 들린 듯하네.’입니다.

저는 아직 많은 책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과연 책을 1만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요? 그래도 저 역시 책을 꽤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는 축입니다. 지금도 저의 서재 한 쪽 벽면에는 책이 천정까지 가득차고 그것도 모자라 책장아래에 상(床)을 놓고 그 위에 읽은 책이 차곡차곡 쌓여만 갑니다. 저는 학창시절 공부를 잘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철이 들자 독서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 했습니다. 전문 서적은 아니더라도 닥치는 대로 읽었지요.

그 중에서도 특히 <원불교전서>를 많이 읽었습니다. 이 전서(全書)를 ‘만고희유(萬苦稀有)의 대법보(大法寶)’라고 합니다. 이 전서에 진리가 있고,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 있으며, 우리의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도(道)가 가득 차 있습니다. 33년간 무려 303번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제 눈에 이상이 생겨 이제는 더 이상 읽는 것을 중지하고 말았습니다.

그 덕분인지 학창시절 바닥을 헤매던 제가《덕화만발》이라는 글을 써 전 세계로 보냅니다. 그 외에도 6곳의 인터넷신문, 일간지와 월간지 등등에서 저의 글을 싣고 있습니다. 어째 이만하면 제가 독서를 조금 한 덕에 꽤 출세를 하지 않았는가요?

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 1874~1965.) 수상이 1953년도 노벨문학상을 탄 문학가였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처칠은 학창시절 저처럼 성적이 거의 바닥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0살 무렵 아버지가 사다준 <보물섬> 등 동화책을 읽으면서 독서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독서로 어휘력이 풍부해지면서 영어 성적이 항상 최우수로 올라갔습니다. 처칠은 22살 때, 인도에서 근무할 당시 매일 4~5시간을 플라톤의 ‘공화국’,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론’, 맬더스의 ‘인구론’, 다윈의 ‘종의 기원’, 쇼펜하워의 ‘염세론’ 등을 탐독하면서 사고(思考) 체계를 세워 나갔습니다. 특히 역사와 정치 관련 독서는 처칠에게 급박하게 전개되는 역사의 흐름을 읽어내고 격조 높은 문장과 연설문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를 보면 처칠의 노벨문학상이 우연한 것이 아니고, 독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 가슴을 때립니다. 저도 역시 젊은 시절부터 이렇게 어려운 전문서적을 읽었더라면 노벨문학상도 타고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을 런지도 모릅니다. 읽은 책이 일만 권을 돌파했다는 ‘독서파만권’을 보니까 독서의 힘이 다시 한 번 느껴지네요.

그럼 어떤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첫째, 독서는 타인과 만나고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책의 내용을 매개로 외부의 세계와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거나 만들어가면서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독서는 읽는 사람이 그러한 수많은 만남을 통해서 숨어 있는 의미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자나 자기의 문제의식이 담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적극적으로 구성해나가는 과정인 것입니다.

둘째, 독서는 인생을 깨닫게 하고 자기 성장을 이끌어줍니다.

독서는 내가 몰랐던 삶과 사회와 만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삶의 방식을 만나게 합니다. 또한 내 자신의 삶과 생각을 되돌아보고 곱씹어봄으로써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행위일 것입니다.

셋째, 독서는 잠재력을 일깨워 줍니다.

특정한 필요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와 인생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 이끌려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적 없이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하는 독서는 평소의 자기 세계를 넘어서고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책읽기는 나의 잠재된 다양한 능력 중에서 특정한 능력과 방향이 표출되도록 결정하고 발전시키는 기능을 하게 되지요.

넷째, 독서는 원하는 바를 얻게 해줍니다.

인간과 세상과 삶에 대한 글을 제대로 읽고 온전하게 이해하고 그것의 의의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그리고 현실의 문제에 적용하여 해결하거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을 습득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책에서 얻은 지식과 통찰력을 자신의 삶과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적용하고 응용하면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지요.

다섯째, 독서는 사회적 성공을 가능하게 합니다.

인생은 독서와 경험에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독서는 좁은 인간관계와 편협한 경험을 성찰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알게 하여 가치가 다른 다양한 사회와 세계 속에서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삶의 가능성에 도달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해 줍니다.

어떻습니까? 왜 독서를 많이 해야 하는지 더위잡을 수 있겠지요? 세상이나 사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다양한 차원과 다른 것과의 연관성을 제대로 분석해서 종합해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만물은 따로따로 있으면서도 동시에 서로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독서는 이렇게 하나의 대상을 종합적으로 상상하고, 통합적 사고력을 키워 창의적인 사고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삶이 무엇이고, 자신이 누구이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모른 채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외 없이 살아가면서 인생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바로 독서를 통해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요?

수천 년 동안 수많은 문제 상황에서 사람들이 겪은 여러 가지 경험과 지식과 지혜를 기록한 것이 책입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그것들을 고스란히 습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독서파만권! 비록 만권의 책을 읽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계획을 세워 욕심껏 읽어 가면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빛이 날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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