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이란 무엇일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분(緣分) 또는 사람이 상황이나 일, 사물과 맺어지는 관계를 말합니다. 그리고 불가(佛家)에서는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인 인(因)과 간접적인 원인인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요? 우리는 그 인연이 어디서 와서 어떻게 흐르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종횡으로 짜여 진 그물처럼 언제부인가 엮이고 설 킨 한마당의 인연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여러 계곡물이 모여 큰 강이 만들어지듯, 인연의 강에서 끝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용수(龍樹 : 150?~250?)의 〈중론(中論)〉에 의하면 존재의 생멸(生滅)은 진실한 모습이 아니므로 ‘불생불멸(不生不滅)’이며, 나아가 그 인연마저도 실재성이 부정되므로 모든 존재는 공(空)이라고 했습니다. 석가모니의 ‘모든 것은 인(因)과 연(緣)이 합하여져서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진다.’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그래서 불가에서의 인연은 ‘인연일 뿐 자성(自性)이 없으므로 집착할 것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연의 강에서는 어제의 물은 물이로되 이미 오늘의 물은 아닌 것입니다. 미국의 어떤 도시에서 한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그의 재산을 물려줄 상속자가 없었습니다.
그는 죽기 전 변호사에게 자신이 죽으면 새벽 4시에 장례를 치러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유서 한 통을 남기고는 장례식이 끝나면 참석한 사람들 앞에서 뜯어 읽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새벽 4시에 치러진 장례식에는 불과 네 사람만 참석하였습니다.
고인에게는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죽은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정말 귀찮고 쉽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에 달려와 준 네 사람은 진정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장례식을 경건하게 치렀습니다.
드디어 변호사는 유서를 뜯어 읽었습니다. “나의 전 재산 4천만 달러(한화 4,800억 원)를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유서의 내용 이었습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네 사람은 각각 천만 달러(1,200억 원)씩 되는 많은 유산을 받았습니다.
그 많은 유산을 엉겁결에 받은 네 <친구>들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의 유산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사회에 환원하여 고인의 이름을 딴 도서관과 고아원 등을 건립하여 <친구>에게 보답하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4종류의 <친구>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 꽃과 같은 <친구>입니다.
즉, 꽃이 피어서 예쁠 때는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아끼지 않지만, 꽃이 지고나면 과감히 버리듯 자기 좋을 때만 찾아오는 <친구>를 말합니다.
둘째, 저울과 같은 <친구>입니다.
저울이 무게에 따라 이쪽으로 저쪽으로 기울 듯이 자신에게 이익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 이익이 큰 쪽으로만 움직이는 <친구>를 말합니다.
셋째, 산과 같은 <친구>입니다.
산처럼 온갖 새와 짐승의 안식처이며 멀리 보거나 가까이 가거나 늘 그 자리에서 반겨주고,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마음 든든한 <친구>가 바로 산과 같은 <친구>입니다.
넷째, 땅과 같은 <친구>입니다.
땅이 생명의 싹을 틔워주고 곡식을 길러내며 누구에게도 조건 없이 기쁜 마음으로 은혜를 베풀어주듯,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친구>이지요.
어떻습니까? 우리에게는 친구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친구>는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연의 강에 흐르는 그 깊이가 중요합니다.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죽어 새벽 4시에 장례를 치른다면 과연 몇 명이나 참석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런 우정은 우리 덕화만발 도반(道伴)과 동지(同志) 중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도반이란 함께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벗으로서, 도(道)로서 사귄 친구란 뜻입니다. 그야말로 금란지교(金蘭之交)와 같은 우정이지요. 그런 도반을 가지려면, 다음의 세 가지를 유념하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함께 성장을 위해 동고동락(同苦同樂) 할 수 있는 도반.
두 번째, 어떤 모습을 보이더라도 서로의 곁을 지켜 주는 도반.
세 번째. 서로 예의를 지키며 잘못 된 것을 충고해 주는 도반.
우리 덕화만발 가족들이 아마 이 정도의 인연이라면 가히 금란지교를 이루며 영생을 통한 인연의 강에서 함께 오래오래 흘러 갈 수 있지 않을 런지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2월 1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