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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의협의 총파업 논란, 국민 보건은 거래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임은희 기자 lehymc@naver.com 입력 2021/02/22 16:22 수정 2021.02.22 17:57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보건복지위 통과를 놓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 둔 상황에서 의협이 총파업을 예고하며 집단 행동에 나설 태세다. 만약 실제로 총파업이 시작된다면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국민 보건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위기 속에서 의협이 집단 이기주의에 빠졌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는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의협은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고 정부의 코로나 백신 접종 사업에도 협력하지 않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살인·강도·성폭행 같은 강력 범죄와 교통사고 범죄 등으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발의했다.

아울러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면 면허를 영구히 박탈키로 하는 등 한층 강화된 내용이다. 단 의료 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제외한다. 살인·강도·성폭행 같은 중대 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기가 막힌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여론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의협 등 의료계는 총파업을 운운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일 최대집 의협회장을 비롯해 시도의사회장단과 의협 차기 회장 출마 후보 6명은 “법사위가 개정안을 의결할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렇게 되면 코로나 대응 및 백신 접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물론 의료계도 중대 범죄 의료인의 면허 취소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교통사고 등으로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건 과도하다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공공의대 무산 논란과 같은 의협과 정부와의 갈등이 재점화된 셈이다. 특히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이 여권의 보복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의협과 여권의 감정의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현재로선 양측이 대립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의협이 집단행동을 현실화한다면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할 것이며, 단호히 대처해 엄중 단죄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가 직접 나서서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것은 의협의 집단행동을 좌시하지 않고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의협과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이번 주에 온 국민이 기다리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된다. 만약 의협이 현 시점에서 총파업과 같은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지난 1년 간 국민과 의료계가 공들여 쌓아 올린 K방역이 한 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집단 이기주의라는 국민의 싸늘한 시선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협과 여권이 서로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고 있지만 대화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양 측이 국민보건을 놓고 치킨 게임을 벌일 상황이 아니다. 백신 접종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마지막 보루다. 의협이 총파업이라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먼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여권도 마찬가지다. 국민보건은 거래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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