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7일 덕화아카데미에서는 세 번째 초청강연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동국대 교수님이시고, 해양문화연구소장님이신 윤명철(尹明喆)님이 <한민족의 해양활동과 21세기 동아시아 해양영토 갈등>이라는 주제로 열강을 펼치셨습니다. 이제 3회를 맞이한 초청 강연은 비로소 많은 분들이 그 진가를 알아보시고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여간 마음이 흐뭇한 것이 아닙니다.
윤명철 교수님은 <바다를 막는 역사는 망하고 바닷길을 여는 역사는 흥한다.>고 하셨습니다. 윤 교수님은 고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로서 우리민족의 고대해양 루트를 직접 뗏목으로 답사한 실천적 해양탐험활동가이기도 합니다. 직접 뗏목을 타고 산둥반도에서 서해를 횡단, 부산에서 일본까지 뗏목횡단 등을 성공적으로 펼치면서 해양강국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알렸습니다.
약 1시간 40여분에 걸친 이 명 강연을 제가 혼자 옮기기엔 너무나 힘이 들어 여수에서 올라오신 ‘영지 정수미’님에게 SOS를 쳤습니다. 그래서 우선 정수미님이 요약 정리하신 강연 내용을 옮겨봅니다. 그리고 강연 실황을 <덕화만발> 카페 맨 위의 <공지사항>에 올려놓았으니 한 번씩 윤명철 교수님의 열강에 취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3회 덕화 아카데미초청강연> -영지 정수미님 정리-
동국대 윤명철 교수님의 ‘한민족의 해양활동과 21세기 동아시아 해양 영토 갈등’
현재 동아시아는 11개 지역이 국가 간의 갈등 내지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 중 6곳이 해양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륙만 한정지어 살펴보면 독도와 이어도(離於島)가 갈등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신 실크로드 정책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최근 일본은 해군력 강화는 물론 인도와도 손잡고 유라시아 재편전략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에게도 새로운 국가 브랜드 디자인 전략이 절실합니다. 그래서 이번 강연은 반도사관을 뛰어넘어 해양과 대륙의 유기적인 개발을 통한 청사진을 고구려의 해양활동을 통해 찾아보고자 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흔히 해상활동이라 하면 발해의 장보고를 떠올리지만, 국가 단위의 모델로는 고구려가 적합하며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는 전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요충지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고조선의 정신을 물려받은 고구려는 뚜렷한 천손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자의식이 무척 강했습니다. 내부의 통일성을 이루면서 개방적이고 다양화를 추구했다는 점에서도 다문화 시대의 규범이 될 만합니다. 비록 <삼국사기>에는 단 한 줄도 기록되지 않은 고구려의 해양활동이지만, 김부식의 아버지 김근이 송나라 ‘소식’과 ‘소철’의 이름 끝 자를 따서 자신의 세 넷째아들을 ‘부식’과 ‘부철’이라 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광개토대왕비에는 ‘수군’이란 용어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고, 미천왕과 고국원왕 때는 배를 이용해 북방민족들과 군사동맹을 맺었으며, 439년 장수왕 때는 고구려의 선단이 800필의 군마를 송나라로 보냈다는 것을 <송서(宋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양력이 약화되었을 때 왜구(倭寇)가 발호되었던 역사, 백제도 황산벌전투가 아닌 나당수군연합군에 의해 멸망되었습니다. 단재 신채호가 ‘조선상고사’에 써놓은 ‘고수전쟁(高隨戰爭)’과 ‘자치통감’의 ‘고당전쟁(高唐戰爭)’ 등 정사에 근거한 여러 예시들이 제시되었습니다.
바이킹보다 앞선 해양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정치 외교적으로 중핵(CORE) 역할을 하고 무역의 목(HUB), 문화의 교차점(I.C HEART)이 되는 그 날을 기대해 봅니다. ‘바다를 막는 역사는 망하고 바닷길을 여는 역사는 흥합니다.’ 우리 이 말을 길이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그 긴 강연을 이 짧은 글로 되살려 내신 정수미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해양이 영토가 되는 세계사적 현실에서 우리에게 해양은 생존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윤 교수는 “반도사관은 한민족 역사의 공간을 한반도로 축소시키고, 해양 활동도 없거나 미약해 바다에 포위된 것으로 해석한 것”이라했습니다.
윤 교수는 그동안 공간적으로 반도사관을 극복하는 역사관으로, 육지사관도 해양사관도 아닌 내륙과 해양을 유기적인 관계로 보는 해륙사관을 주창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역사 활동의 무대를 개념화시키기 위해 동아지중해(East asia-mediterranean sea) 모델을 설정, 우리 역사 무대가 동아시아 전체의 중핵(中核)에 있다는 논리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윤 교수는 “집단에게 정체성이란 생존 자체와 연결될 수 있는데, 정체성을 찾고 인식한다는 측면에서 반도사관 등의 식민주의적 인식은 탈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해양사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역사 공간, 역사 시간, 역사 주체에 대한 사실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려 6.39m인 <광개토태왕릉비문>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국강상 광개토경평안호태왕… 18세에 즉위했고, 연호는 영락(永樂)'이다. … 나라는 부강해지고 백성들도 많아지고, 오곡이 잘 익었다.」
고구려의 태왕은 22년 동안 재위하면서 우리 역사상 가장 많은 영토를 넓혔습니다. 자의식이 강했으며 군사전략에도 탁월했습니다. 그리고 세계국가적인 성격의 고구려를 만든 리더, 즉 왕 중의 왕이 태왕입니다. 통찰력이 뛰어난 광개토태왕은 국제질서의 본질을 꿰뚫어보면서 과감하고 전격적으로 국가발전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우선 군사력을 동원해서 22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영토를 확장하고, 전략거점을 확보했습니다. 이것은 국제질서의 재편, 외교노선의 다변화, 경제력 향상 및 물류망 확대, 문화국가의 실현과 관련이 깊은 것입니다.
극하면 변하는 것이 우주의 진리이고 역사입니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도 어깨를 펴고 고구려 시대와 마찬가지로 21세기 동아시아 해양 신질서의 수립과 상생, 공동체 구성에 더욱 박차를 가해 고구려의 기상을 다시 찾으면 좋겠네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2월 1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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