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역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율 비교>
▲2001년 10월 25일 = 41.9%
▲2002년 8월 8일 = 29.6%
▲2003년 4월 24일 = 26.0%
▲2005년 4월 30일 = 36.4%
▲2005년 10월 26일 = 40.4%
▲2006년 7월 26일 = 24.8%
▲2006년 10월 25일 = 31.2%
▲2007년 4월 25일 = 31.0%
▲2009년 4월 29일 = 40.8%
▲2009년 10월 28일 = 39.0%
▲2010년 7월 28일 = 34.1%
▲2011년 4월 27일 = 43.5%
▲2013년 4월 24일 = 41.3%
▲2013년 10월 30일 = 33.5%
▲2014년 7월 30일 = 32.9%
▲2015년 4월 29일 = 36.0%
4·29 재보궐선거 당일 아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선거운동 기간 중 다소 격한 설전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혹 마음을 다치신 분이 계신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미 승리를 예상한 듯한 여유 있는 태도였다.
4·29 재보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라는 초대형 악재 와중에 압승을 거뒀다.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완패했다. 이런 결과는 재보궐선거 지형이 현재 집권 세력인 ‘보수정당 필승’ 구도로 점차 굳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원인이 뭘까?
■ 야권 정치지형 붕괴
서울 관악을에서 정태호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얻은 표를 합치면 오신환 후보의 득표를 훨씬 웃돈다. 경기 성남 중원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신상진 후보는 2012년 총선 때는 통합진보당 김미희 후보에게 패했던 사람이다.
4·29 재보선 결과를 좌우한 가장 큰 요인은 야권의 분열이다. 야권 분열은 단순한 후보단일화 실패가 아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야권의 정치지형 자체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원을 따져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을 주도하고 있는 ‘공안세력’의 집요한 기획이 성공을 거뒀다고도 볼 수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고 2012년 4·11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127석)과 통합진보당(13석)이 140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야권 연대가 있었다. 그러나 2012년 총선 뒤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터져나온 종북 논란은 통합진보당 분열, 이석기 의원 사태,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이어졌다. 야권이 분열하고 위축된 상황에서 치러진 2013년 이후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은 거의 맥을 추지 못했다. 연대의 시너지 효과가 증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이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당내 리더십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국민모임 출범, 정동영·천정배의 탈당 등 분열 양상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종북논란…야권연대 실종
새정치는 탈당 등 내부갈등
기계적 경선으로 약한 후보 세워
동교동계·안철수 역량 못끌어내
여당은 일찌감치 ‘지역일꾼’ 후보
물타기·와병정치…악재를 호재로
■ 허약한 야당
문재인 대표는 지난 2월8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직후 “4월 재보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이다. 재보선에서 이기는 길도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는 약속한 대로 모든 지역의 공천을 경선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기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첫째, 공천 실패다. 문재인 대표는 4·29 재보선 후보 경선에 참신한 거물급 정치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기계적으로 치러진 경선에서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후보들이 선출됐다. 특히 광주 서을과 경기 성남 중원은 후보가 너무 약했다는 것이 당내 평가다.
둘째, 정치지형 관리 실패다. 국민모임 출범과 정동영의 탈당 및 출마, 천정배의 탈당과 출마 등 야권의 정치지형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아무런 예방 조처도 취하지 못했다. 실제 상황이 벌어진 뒤에도 무기력하기만 했다.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략과 정치적 상상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셋째, 당내 역량을 결집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경쟁자이던 박지원 의원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했다. 결과는 동교동계 일각의 선거 지원 거부 사태로 나타났다. 권노갑 상임고문과 박지원 의원이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호남의 돌아선 민심을 돌려세우지 못했다. 안철수 의원은 천정배 후보와의 인간적 도리를 이유로 광주 서을을 아예 외면했다. 서울 관악을에서 경선에서 패배한 김희철 전 의원은 공개적으로 정태호 후보 지원을 거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4·29 재보선 기간 내내 ‘콩가루 집안’이었던 것이다.
■ 막강한 여당
박근혜 대통령의 별명은 ‘선거의 여왕’이다. 이제 그 뒤를 이어 김무성 대표가 ‘선거의 왕자’로 등극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7월14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됐다. 그 직후 치러진 7·30 재보선에서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반바지를 입는 파격을 선보였고 압승을 이끌어냈다. 4·29 재보선을 앞두고 김무성 대표는 ‘지역일꾼론’을 내세워 일찌감치 후보를 확정했다. 그리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끊임없이 현장을 누볐다. 그의 큰 덩치는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채웠다.
위기 대처 능력도 야당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김무성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지자 곧바로 노무현 정부 특사 의혹으로 ‘물타기’에 나섰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행위였다. 그러나 선거공학적으로는 위력을 발휘했다. 중도층의 정치 혐오를 부추겼고 조직에서 앞선 여당 후보들을 속속 구해냈다. 친여 성향 언론의 물타기 보도와 문재인 대표의 어설픈 대응이 여당의 위기 탈출을 도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여당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고 봐야 한다. 자신의 건강 이상을 실시간으로 발표하도록 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정도로 부족했다고 판단했던지 투표 하루 전날 홍보수석을 통해 적극 지지층에 총궐기 동원령을 내렸다. 역시 선거의 귀신들이다.
4·29 재보선 여당 압승…새정치 지도부 어떻게 되나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궐선거에서 예상 성적표 중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오랜 동지들이 일으킨 ‘안방 반란’ 등으로 출범 3개월 만에 ‘문재인호’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광주 서구을과 서울 관악을 패배는 ‘호남 유권자들의 외면’으로 해석될 수 있어, 문 대표의 지도력과 전략적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요동치는 ‘당심’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문 대표의 대선 구도도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나올 수 있는 첫번째 원인은 후보 선정의 실패다. 야권 분열 구도 속에 ‘필승’할 후보를 내세웠어야 하는데 ‘공평한 경선’을 명분으로 그러지 못했다. 당대표를 지낸 한 중진의원은 “선거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다. 욕을 미리 먼저 먹는다는 생각으로 이길 후보를 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의 핵심들이 줄줄이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라는 메가톤급 호재를 만나서도 전세를 역전시키지 못한 것이 두번째 이유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정무적 판단 실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이완구 총리 해임 건의안만 밀어붙이는 것 외에는 명확한 전략도 갖추지 못해,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역공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을·서울 관악 패배
‘호남 유권자들’ 외면 현실로
‘성완종 리스트’ 호재 못살려
책임론 등 거센 후폭풍 예상
새누리당이 ‘사면특혜 의혹’으로 물타기 할 때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사면 논란이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걸 국민들이 알면서도, 사면 경로 등을 말끔히 해명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면서 쟁점이 흐려지는 것을 차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우선 비노계(비노무현계)가 ‘친노 한계’ 등을 지적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최고위원 중 일부가 ‘문재인 책임론’ 등을 제기하며 사퇴할 경우 문 대표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일어난 야권의 ‘1차 분열’에 이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신당론’이 가시화할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각종 여론조사 1위를 달리며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문 대표의 위상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보인 리더십 등을 바탕으로 바짝 추격하거나 1위로 나설 경우, ‘문재인 대세론’도 흔들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당장 ‘지도부 총사퇴’ 요구 등 가시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 더 많다. 문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고작 석달밖에 되지 않은데다, 확실한 ‘대안 세력’도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성완종 정국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적전 분열은 자제해야 한다는 경계심도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가 총사퇴한 뒤 벌어졌던 당의 혼란 경험이 학습효과로 작용해, 당분간은 문 대표 퇴진론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29 재·보선, 새누리 ‘성완종 물타기’ 힘입어 관악을 등 예상 밖 완승
무소속 천정배 광주서 부활… 새정치, 책임론 휩싸이며 격랑 속으로
‘성완종 리스트’ 파문 속에 전국 4곳에서 치러진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수도권 3곳을 석권하며 압승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지 기반인 광주에서마저 무소속에 의석을 내주며 한 석도 건지지 못한 채 참패했다. 새정치연합은 여권을 강타한 성완종 파문 속에서도 영패함으로써 야권 분열과 정국 대응 실패의 책임론에 휩싸이며 극심한 혼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수세를 벗고 정국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최대 접전지로 꼽힌 서울 관악을에서는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가 43.9%를 얻어, 34.2%에 그친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현 여권이 이 지역에서 의원을 배출한 것은 27년 만이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영 후보는 20.2% 득표로 3위에 그쳐, 원내 재진입에 실패했다.
경기 성남 중원에서도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가 55.9%의 높은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정환석 새정치연합 후보는 35.6%, 김미희 무소속 후보는 8.5%에 머물렀다. 인천 서·강화을은 이날 밤 11시30분 현재 86% 개표 상황에서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가 53.7%를 얻어 새정치연합의 신동근 후보(43.4%)를 누르고 원내 재진입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야권의 팽팽한 대결로 관심을 모은 광주 서을에서는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52.4%로 압승했다.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는 29.8%에 그쳐 박빙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0%포인트 이상 큰 격차를 보였다. 정승 새누리당 후보는 11.1%를 득표했다.
새정치연합이 참패한 것은 애초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에서 각각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영, 천정배 후보와의 ‘야권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 게 첫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새정치연합은 이어진 성완종 파문 속에서도 ‘노무현 정부의 성완종 특별사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새누리당의 ‘물타기’에 말려들어가며 효과적인 대응에 실패했다. 선거 전날 박근혜 대통령까지 병상에서 야권을 겨냥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보수층을 결집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패로 문재인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론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야권 전체의 재편 논란이 불붙는 상황도 예상된다.
반면 여권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한층 강화된 여권 내 위상과 당 장악력을 바탕으로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한 전열을 정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도 단단해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예고한 대로 정치권 전방위 사정 드라이브에 열을 올리며 국정 주도권을 쥐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회의원 4곳 재보선 평균 투표율은 지난해 7·30 재보선(32.9%)보다 3.1%포인트 높은 36.0%로 잠정 집계됐다. 광주 서을이 41.1%로 가장 높았고, 서울 관악을이 36.9%, 인천 서·강화을이 36.6%로 뒤를 이었고, 경기 성남 중원이 31.5%로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