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성대(以小成大)’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큰일을 이룬다.>는 뜻이지요. 이 말은 원불교를 불과 100여년 만에 한국 4대종교의 대 회상(大會上)으로 키워온 창립 정신의 하나이지요.
그래서 원불교를 창교(創敎)하신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평소 ‘조각 종이 한 장, 도막 연필, 소소한 노끈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지 아니하시고 아껴 쓰시며 이런 법문(法門)’을 내리신 것입니다. 「아무리 흔한 것이라도 아껴 쓸 줄 모르는 사람은 빈천 보(貧賤報)를 받나니, 물이 세상에 흔한 것이나 까닭 없이 함부로 쓰는 사람은 후생에 물 귀한 곳에 몸을 받아 물 곤란을 보게 되는 과보가 있느니라.」 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집 사람 ‘사랑초 정타원(正陀圓)’은 이 창립정신을 아주 철저히 실행하는 참다운 새 부처님의 진정한 제자임이 틀리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다 그러하시겠지만, 우리 정타원은 유독 이소성대의 정신이 투철하지요. 그래서 우리 가정이 이만큼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야 워낙 사람 좋아하고 퍼주는 것이 특기라 그것을 보완하는 의미로 더 철저히 이소성대의 정신을 실행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식빵봉투를 묶는 손가락만한 철사 줄 초차 버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소한 노끈 하나, 도막연필, 이면지 한 장도 두었다가 아주 유용하게 쓰지요.
또한 우리 집 거실에는 각종 화초와 나무들이 그득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외출을 못하고 지내므로 환경을 좋게 하려는 의도인지 저의 아내가 지극 정성으로 화초를 키웁니다. 그런데 그 화초나 나무 화분들은 거의 다 남들이 쓰다가 버린 것들을 주어다 살려 쓰는 것이지요.
줄곧 일등으로 달리다가 42.195km 완주를 불과 얼마 남겨 놓지 않고 갑자기 멈춰 선 마라토너에게 기자 한 사람이 물었습니다. “잘 달리다가 왜 갑자기 포기했습니까?” “무엇이 당신을 가장 힘들게 했는지요?” “더운 날씨인가요? 높고 가파른 언덕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 질문에 마라토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반환점을 막 지났을 때 운동화 안으로 들어온 작은 모래알 하나 때문입니다!” 질문한 기자의 예상과 달리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더운 날씨도, 가파른 언덕도, ‘마라톤 벽’이라 불리는 30km 지점도 아니었습니다.
대수롭지 않을 것 같은 모래 한 알이 그토록 그를 괴롭혔던 것입니다. 이처럼 성공을 향한 마라톤에 있어서도 아주 작은 것이 생각보다 큰 장애가 되곤 합니다. 살다 보면 아주 사소한 작은 것들이 삶을 힘들게 할 때가 있습니다. 목에 걸리는 것은 큰 소의 뼈가 아닙니다. 아주 작은 생선 가시가 걸려서 힘들게 하는 것이지요.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도 지극히 사소한 것이 큰 오해와 불신을 일으키곤 합니다. 입술의 30초가 가슴의 30년 된다고 하듯,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어떤 말은 상대에게 꿈과 용기와 희망을 주기도 하고, 어떤 말은 분노와 오해와 절망을 주기도 합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비록 작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격려의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작은 물결이 모여 큰 물결이 되고, 그 힘은 일찍이 꿈꾸지도 못했던 거대한 제방도 허물어뜨립니다. 이렇게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상처 주는 말 한마디로 평생 원수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불행한 운명도 바로 자신의 입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옛 선현(先賢)의 말에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라 했습니다. 인간관계는 유리그릇과 같아서 조금만 잘못 다뤄도 깨지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원수가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우정을 쌓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단 1분이면 족합니다. 이렇듯 세상만사가 ‘이소성대의 이치’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억만 거액도 한 푼 두 푼이 모여 거부장자가 된 것입니다. 개인이나 단체도 마찬 가지입니다.
공부나 사업을 이루는 데에 처음엔 미약한 곳에서 시작하더라도 오래오래 공을 쌓고, 정신을 흩어버리지 않고 모으고 모아서 일단의 힘을 기르게 됩니다. 그리고 요행이나 일확천금을 바라지 않고 정당한 노력을 계속한다면 오랜 세월 유전될 사업이 절로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원불교 창립 당시 소태산 부처님은 인연을 결속하고, 수 만년 버려둔 간석 지(干潟地)를 개척하여 논을 만들고, 사무여한(死無餘恨)의 정신으로 세상과 창생을 구원하겠다는 지극한 정성으로 천의(天意)를 감동케 했습니다.
우리 공부와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급속한 마음을 두지 않는 것입니다. 한 때의 편벽된 수행으로 짧은 시일에 큰 도력을 얻고자 하는 것도 어리석은 욕심이요, 역리(逆理)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도 공부와 사업에 진정한 승리를 거두려면 모두 이 이소성대의 지혜를 길러야 하지 않을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3월 3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