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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감성호소 전략' 돌파구 발언 선택(?) 오세훈 후보

윤재식 기자 yiterran@naver.com 입력 2021/03/30 16:50 수정 2021.03.30 18:37
감정과 욕구를 호소하는 수단 파토스(Pathos), ‘고통’과 ‘병’을 뜻함'

[서울=뉴스프리존]윤재식 기자=

“기억 앞에 겸손해야 된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가진 토론회에서 “기억 앞에 겸손해야 된다”며 그간 모두 오류 난 기억의 돌파구를 만드는 감성적 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 평균 6.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서울뿐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가 높았던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박 후보는 예상대로 오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으며, 오 후보는 박 후보의 공약, 현 정부의 실정 등으로 대응했다.

이번 논란이 된 오 후보의 ‘기억 앞 겸손’ 발언 역시 박 후보가 오 후보의 권력형 특혜의혹이 있는 내곡동 셀프 특혜에 대해 묻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박 후보가 SH 답변서를 꺼내 들고 “단독주택용지를 추가로 특별분양공급을 받았다고 답변이 왔다”라고 하자 오 후보는 “몇 평이나 받았는가? 정확히는 제 기억엔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최근 이슈가 되는 내곡동 땅 측량 현장 방문에 대해서 물어보자 오 후보는 “안 갔다”라며 단호하게 답변했고, 다시 박 후보가 “분명히 안 갔는가”라고 묻자 오 후보는 “기억 앞에선 참 겸손해야 한다. 전혀 기억이 안 난다”며 말을 바꾸며 문제의 발언을 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가족과 처가 소유 내곡동 땅 보상 내역(SH제출)/©윤재식 기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가족과 처가 소유 내곡동 땅 보상 내역(SH제출)/©윤재식 기자

오 후보는 내곡동 땅 관련 사항에 대해 여권의 명확한 증거 공세가 들어오는 와중에도 계속 의혹에 대해 부정과 해명을 하고 있으며, 실증적인 근거나 합리적 이치로 설득은 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기억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이다.

실제로 휴먼앤데이터(소장 이은영)의 지난 3월19일부터 23일까지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오 후보는 주요 탈정치적인 특징을 보이는 키워드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메시지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대인 박 후보가 최근 문제가 도쿄 아파트 매매 같은 현안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주력하고 최근 지지율에 대한 초조함의 결과로 오 후보를 향한 공격적 키워드들이 주력인 것과는 비교되는 결과였다.

휴먼앤데이터 자료 '오세훈 감성 연관어'/©시사저널

박원순 프레임 쓸 처지 못되는 거, 국민의힘 스스로 아는 듯

현재 오 후보와 국민의힘 측에서 취하고 있는 감성에 자극하는 방식은 현재 이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잘 나타내준다. 사실 이번 서울 시장 보궐선거는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부터 시작된 선거로 오 후보와 국민의힘 측에서는 충분히 이 현안으로 박 후보를 공격할 수 있지만, 지난 주호영 원내대표의 ‘여기자 기습추행 의혹 사건’ 때문인지 그런 식의 박원순 프레임 사용도 자제하고 있다. 또 오 후보가 서울 시장 후보 출마 선언 직후 제기된 내곡동땅 셀프 보상 의혹으로 제대로 된 네가티브 전략을 구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오 후보는 2011년 무상급식 이슈로 스스로 던졌던 서울시장직에 다시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라 2011년, 2018년 그리고 2021년까지 세 번째 서울시장에 도전하며  준비 된 박영선 후보와 맞대결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 후보와 국민의힘이 선택한 방법이 합리적 설명과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휴먼앤데이터 자료 '오세훈 감성 연관어'  © 시사저널
휴먼앤데이터 자료 ''박영선 오세훈 후보 주요키워드''/©시사저널

대표적으로 어제 있던 토론회에서 오 후보는 자신이 시장 직을 버리면서까지 반대했던 무상급식과 관련해 “이른바 소득과 무관한 복지의 시작이라 봐서 무상급식을 반대했을 뿐이지 그것만 한다고 하면 반대를 안했다”며 “지금 부자와 어려운 이에게 같이 나눠주는 게 똑같이 되고 있지 않나. 부자에게 갈 돈 가난한 이에게 쓰자는 게 잘못된 것인가”라고 감성에 호소를 했다.

오 후보는 또 ‘안심소득이 가난한 사람들을 더 도와줄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3년간 200가구 대상으로 연 6000만 원을 지원하는 시험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심소득 지원대상 선정 기준은 그저 “골고루”라고 별다른 데이터나 뒷받침 되는 근거 없는 계획을 말했다.

이에 김한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은 30일 “안심소득은 장기적으로 복지에 들어가는 돈을 아낄 수 있지만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선별지원 방법을 마련했던 기존의 복지정책을 통폐합하게 되면 정작 필요한 곳에 지원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오세훈 후보는 그럴듯한 말만 늘어놓을 뿐,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본인이 하겠다는 제도를 잘 알지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저 관념적으로 가난한 사람과 잘 사는 사람을 나누어 무상급식 반대를 외치던 10년 전의 부끄러운 모습, 그것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오 후보의 감정 호소하는 방식을 비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019년 극우세력인 전광훈 목사가 주최한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  

감정과 욕구를 호소하는 수단 파토스(Pathos), ‘고통’과 ‘병’을 뜻함

고대 그리스에서는 청중을 설득하는 요소를 로고스(Logos), 파토스 (Pathos), 에토스(Ethos)로 나누었다.

로고스(Logos)는 인간을 논리적으로 실증적인 근거나 합리적 논리로 설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이라 논리만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 논리를 통해 이해를 시킬 수는 있으나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는 로고스만으로 부족하다.

파토스(Pathos)는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호소하여 설득하는 방법이다. 파토스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단어의 선택과 묘사 방법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주장을 강조하여 이해시킬 수 있다.문자 자체로는 고통이라는 의미이며 병을 나타내는 패스(path)의 어원이다.

에토스(Ethos)는 인성과 품성을 뜻한다. 화자의 인품으로 설득하거나 공신력으로 호소하는 방법이다. 청자와 화자간의 유대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명성이나 평판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에토스는 화자와 청자 간의 제한된 시간 안에 신뢰를 쌓기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의 인품으로 신뢰성을 주는 에토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으며 그 다음이 바로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인 파토스라고 했다. 실증의 근거나 논리로 설득하는 로고스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파토스가 더 효과적 대중 전달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오 후보의 “기억 앞에 겸손해야 된다”는 말은 언뜻 겸손한 발언 같지만 결국 수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사실에 대한 본질을 흐리고 감정에 호소하는 말이다. 

이미 내곡동 땅과 관련해 오 후보는 여러 번 거짓 해명을 하며 공신력을 잃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청중을 설득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던 에토스(Ethos)는 사용할 수가 없다. 대신 정확한 논리보다 청중의 감정이나 욕구에 호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걸 잘 알고 있는 거 같다.

대부분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박 후보에게 약 2배가량 앞서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오 후보의 감성 호소 전략이 맞아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청중의 감정과 욕구를 호소해 설득 하는 수단인 파토스(Pathos) 문자의 의미는 그리스어로 ‘고통’이며 ‘병’을 나타내는 패스(path)의 어원인 것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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