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의 교훈
군자(君子)는 인간 존재의 본래모습을 실현하여, 천지만물을 전체적으로 조화시키는 천명(天命)을 실천하는 자라고 합니다. 전체적인 조화는 ‘시중(時中)’과 ‘처중(處中)’이 행해질 때 완성되는 것이지요. 군자는 그때그때 놓인 상황에 최선의 상태로 임하고 각각 맡은 자리에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분수(分數)를 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자는 이렇게 자신 놓인 위치에 따르기 때문에 그 지위에 부과된 역할을 다할 뿐, 그 지위에 관계없는 다른 일은 상관하지 아니합니다. 부귀의 상황에 처하게 되면 부귀의 상황에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다합니다. 그리고 윗자리에 있게 되면 아랫사람을 업신여기지 않고 잘 보살핌으로써 윗사람의 도리를 다합니다.
또한 낮은 자리에 있게 되면 윗사람에게 의지하거나 매달리지 않고 윗사람에게 할 도리를 정당하게 함으로써 아랫사람이 된 도리를 다합니다. 그리고 먼저 자신의 허물을 바로 잡고 일이 잘못 되었을 경우 그 원인을 남에게 구하지 아니합니다. 그렇게 되면 원망할 일이 없어집니다.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는 남을 탓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군자가 하는 일은 쉽고 순탄하여 전체적인 조화를 유지시켜가는 천명에 따르는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소인은 늘 욕심을 부리고 남과 이익을 다투며 일이 잘못 되었을 경우에 남의 탓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공자는 이러한 군자의 태도를 활 쏘는 일에 비유합니다. 활쏘기에서 정곡(正鵠)을 맞추지 못하였을 때, 그 이유를 다른 것에서 찾지 않습니다.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고, 정곡을 맞추지 못한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입니다.
공자가《논어(論語)》에서 “내가 종일 먹지 않고 밤새도록 자지 않고 생각해도 이익이 없는지라, 배우는 것만 못하더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는 사람을 위해 한 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배웠지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공자께서 하신 말씀이 구사(九思)입니다. 그런데 배움은 생각을 바르게 하려는 수단인데도 널리 배운 사람으로서 이 아홉 가지 생각을 잊어버리고 있는 사람을 위해 경각심을 깨우치려는 것이 공자의 본래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사’란 아홉 가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구사’는 소학(小學)에서 사람의 행실을 가르치는 데 마음가짐의 요령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그것을 율곡 이이 선생이 1578년 42세 때 공부하는 요령을 가르치기 위해 도학입문서로 저술한《격몽요결(擊蒙要訣)》<지심장(持身章)>에도 인용했습니다.
바른 생각을 하여 힘써 그것을 실천에 옮겨야만 올바른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쪽으로 발전하기는 어렵고, 나쁜 쪽으로 타락하기는 너무나 쉽지요. 그래서 우리는 숨이 넘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요즘 예의 없는 사람이 날로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구사의 교훈’이지요. 그러니까 ‘구사’는 학문을 하고 지혜를 더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말입니다, 그것을 한 번 알아봅니다.
<구사>
1. 시사명(視思明)입니다.
눈으로 볼 때는 밝게, 바르고 옳게 보아야 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편견을 가지고 밖에 나타나는 것만을 보지 말고 깊이 있게 보라는 뜻입니다.
2. 청사총(聽思聰)입니다.
귀로 들을 때는 무엇이든지 밝게 지혜를 기울여 진정한 것을 들어야 합니다. 들리는 것만이 말이 아니고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총명한 지혜로 알아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3. 색사온(色思溫)입니다.
표정 즉 낯빛은 항상 온화하게 가져야 합니다. 화가 난다든가 마음에 싫더라도 그것을 나타내지 말고 항상 고요하고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지요.
4. 모사공(貌思恭)입니다.
몸가짐이나 옷차림 등은 공손하게 해야 합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꾸미면 건방지다는 말을 듣게 되고 따라서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5. 언사충(言思忠)입니다.
말을 할 때는 잘 전달되게 해야 합니다. 충(忠)은 진실, 참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라도 헛된 말을 하면 사람이 경망하고 부실해 보이는 것이지요.
6. 사사경(事思敬)입니다.
어른을 섬기는 데는 공경스럽게 해야 합니다. 어른을 섬기면서 공경하지 못하면 그것은 섬기는 것이 아니지요.
7. 의사문(疑思問)입니다.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물어서 깨달아야 합니다. 의심나고 모르는 것을 그냥 넘기면 영 알 길이 없게 됩니다. 묻는 부끄러움보다 모르는 부끄러움이 더 큰 것이지요.
8. 분사난(忿思難)입니다.
분하고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참고 삭여야합니다. 그대로 나타내지 말아야지요. 만일 성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그대로 분출하면 어려운 결과가 생길 것이 뻔합니다.
9. 견득사의(見得思義)입니다.
재색명리(財色名利)에 허겁지겁 덤벼들면 안 됩니다. 오히려 화근이 되는 수가 많지요. 재색명리가 다가오면 이것이 정당한 것인가, 감당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가 행동할 때 이 아홉 가지를 생각하고 움직이면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이 힘이 센 것이 아닙니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진정 힘이 센 사람입니다. 이 ‘구사의 교훈’으로 천하 사람을 이길 군자의 힘을 길러 보면 어떨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3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2월 1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