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류시화(1958~)와 배우 김혜자(1941~)씨를 모르시는 분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작가 류시화님은 시인이고, 번역가입니다. 그리고 배우 김혜자(1941~)님은 1963년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대한민국의 ‘국민 엄마’라는 칭호를 얻고 있는 대배우이지요.
작가 류시화씨의 작품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작가 류시화씨와 배우 김혜자씨가 함께 네팔을 여행 할 때의 일이 나옵니다. 그때, 카트만두 외곽의 유적지에 갔다가, 길에서 장신구들을 펼쳐 놓고 파는 한 여인을 보았습니다.
김혜자씨가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옆으로 가서 앉았습니다. 물건을 사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놀라운 일은 김혜자씨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울고 있는 그 여인의 옆에 앉아 그녀와 같이 울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말도 없이 그 녀의 한 손을 잡고 말이지요.
먼지와 인파 속에서 국적과 언어와 신분이 다른 두 여인이 서로 이유도 묻지 않은 채 쪼그리고 앉아서 같이 울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네팔 여인의 눈물은 옆에 앉아 우는 김혜자씨를 보며 웃음 섞인 울음으로 바뀌었으며, 이내 밝은 미소로 번졌지요.
공감이 가진 치유의 힘이었습니다. 헤어지면서 김혜자씨는 팔찌 하나를 고른 후, 그 노점상 여인의 손에 300 달러를 쥐어 주었습니다. 그 여인에게는 정말 큰돈이었습니다. 여인은 놀라서 자기 손에 쥐어준 돈과 김혜자씨를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그 여인은 좌판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류 작가가 왜 그런 큰돈을 주었느냐고 묻자 김혜자씨는 류시화씨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횡재를 하고 싶지 않겠어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잖아요.” 김혜자씨는 그 팔찌를 여행 내내 하고 다녔습니다.
그 무렵 김혜자씨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낼 때였습니다. 그러나 타인의 아픔에 대한 진실한 공감 능력으로 자신의 아픔까지 치유해 나갔습니다. 훗날 류시화씨가 네팔에서의 그 때의 일을 이야기 하자, 김혜자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 여인과 나는 아무 차이가 없었어요. 그녀도 나처럼 행복하기를 원하고, 작은 기적들을 원하고, 잠시라도 위안 받기를 원하잖아요? 우리는 다 같아요.”
어떻습니까? 김혜자님의 공감능력이요! 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가요? 공감능력이란 어떤 것일까요? 공감은 남의 주장이나 감정, 생각 따위에 찬성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감능력은 그 공감을 함께하는 능력인 것입니다.
이렇게 공감은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보고, 다른 사람의 느낌과 시각을 이해하며, 그렇게 이해한 내용을 활용해 자신의 행동지침으로 삼는 기술입니다. 따라서 공감은 동정심(sympathy)과는 다릅니다. 동정심은 어떤 사람에 대한 연민이나 불쌍하다는 마음일 뿐, 상대방의 감정이나 시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럼 어떻게 하면 그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첫째,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입니다.
상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끼어들어 말을 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습니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둘째, 상대방의 말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대화가 물 흐르듯 이어지려면 상대의 말에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끝말을 따라해 되묻거나 감탄사로 맞장구를 치는 것이 효과적이지요.
셋째,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상대의 행동이나 표정, 외모 및 생각 등에 관심을 가집니다. 상대가 나에게 묻는 말에는 무조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조언이나 핀잔은 삼가도록 합니다.
넷째, 질문으로 말을 마치는 것입니다.
상대의 이야기에 나의 생각과 관점으로 결론을 내리거나 조언하지 말고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다섯째,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입니다.
근거가 없는 칭찬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칭찬할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반드시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입니다.
여섯째, 상대가 생각할 법한 것을 질문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입장 바꿔 생각해 봅니다. ‘이런 때 나라면 어떤 감정이 생기고, 무슨 생각을 할까?’를 꾸준히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일곱째,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공감은 위로를 주고 대안을 생각할 수 있도록 마음과 태도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직접 요청하지 않는 한, 조언이나 해결책은 섣불리 하지 않도록 합니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것이 불보살의 자비심입니다. 우리 공감능력을 크게 키워 가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4월 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