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검찰이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 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전준철)는 10월 6일 SK네트웍스 서울사무소 등 10개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SK네트웍스의 비정상적 자금 흐름을 포착해 비자금 조성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 수집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최신원 회장 자택도 포함됐습니다. 검찰은 최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저녁 무렵, 한 젊은 여성이 전철(電鐵)에 앉아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저녁노을을 감상하며 가고 있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한 중년여인이 올라탔습니다. 여인은 큰소리로 투덜거리며 그녀의 옆자리 좁은 공간에 끼어 앉았지요. 그러고는 막무가내로 그녀를 밀어붙이며 들고 있던 여러 개의 짐 가방을 그녀의 무릎 위에까지 올려놓았습니다.
그녀가 처한 곤경을 보다 못한 맞은편 사람이 그녀에게 왜 여인의 무례한 행동에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처녀가 미소 지으며 말했지요.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언쟁을 할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우리가 함께 여행하는 시간은 짧으니까요. 저는 다음 정거장에 내리거든요.”
함께 여행하는 짧은 시간을 우리는 얼마나 많은 다툼과 욕심과 무의미한 논쟁으로 우리의 삶을 허비하고 있는가요? 너무나 짧은 여정(旅程)인데도 서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탐욕을 부려 비자금을 조성하며, 실수를 들춰내고, 불평과 불만을 일삼으며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음 정거장에 내려야 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우리 인생을 살아가는 길에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재벌이 조금 양보하는 미덕으로 살면 될 텐데, 조금 돕고 베풀면 행복할 텐데, 조금 배려하고 용서하면 될 텐데, 조금 덜먹고 나누면 행복할 텐데, 무엇이 그리 길고 질기다고 움켜만 쥐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검찰의 조사를 받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떠나갈 때는 너나 나나 보잘것없는 알몸뚱이 하나뿐인데 말입니다.
누구나 올 때는 알몸, 갈 때도 빈손입니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이 세상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북망산천(北邙山川)으로 떠나갈 때에는 국화꽃 수백 송이와 삼베 몇 필 감고 가는 그것이 고작입니다. 그 많은 재산 마음껏 베풀고 가지 비자금을 산처럼 쌓아 놓고 영생을 살 것처럼 탐욕을 부리다 가면 과연 어디로 가겠습니까?
우리는 다 길 떠나는 나그네입니다. 언제 떠나는지 서로 몰라도 가다보면 서로 만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애절한 사연 서로 나누다 갈래 길 돌아서면 어차피 헤어질 사람들입니다. 더 사랑해 줄 걸 하고 후회 할 것인데, 왜 그리 못난 자존심으로 용서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만 하며, 욕심만 부리고 살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며 살아도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곧 다음 역에서 내려야 할지 모릅니다. 정신 육신 물질로 베풀어 주고, 그리고도 남는 것들인데 웬 욕심으로 무거운 짐만 지고 가는 고달픈 나그네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가요? 그 날이 오면 다 벗고 갈 텐데, 무거운 물질의 옷도, 화려한 명예의 옷도, 자랑스러운 고운 자태도 한낱 여름밤의 꿈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그리워하면 더 만나고 싶고, 더 주고 싶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법인데, 왜 그리 마음에 문만 닫아걸고 더 사랑하지 않았는지, 아니 더 베풀지 못했는지 한숨만 나옵니다. 사랑한 만큼 사랑 받고, 도와준 만큼 도움 받는데, 심지도 않고 거두려고만 몸부림쳤던 부끄러운 나날들을 우리 지금 회광반조(廻光返照) 해야 합니다. 서산의 낙조(落照)도 곧 떨어지려 하네요.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대종경 선외록(大宗經 選外錄)>에 우리들의 삶에 대해 이런 말씀을 내려 주셨습니다.
「중생들의 생활은 마치 아이들의 소꼽놀이와 같아서 큰일이나 하는 것같이 종일토록 부산히 싸대나 아무 소득이 없는 것이다. 가족 몇 식구 데리고 의식(衣食)에 급급하여 탐·진·치(貪瞋癡)로 죄만 짓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들은 생사의 이치와 인과의 이치가 사시순환(四時循環) 주야변천(晝夜變遷)같이 되는 것을 깨달아서 육도 사생을 자유 자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생들은 내 마음이지마는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못하고 물욕(物慾)에 끌려서 마음을 내고 들이는 것이, 마치 가을철에 마른 잎이 바람 부는 대로 쏠려 다니는 것 같은 것이다. 그대들은 여기에 주의하여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하는 힘을 얻어서 만법귀일(萬法歸一)의 이치를 알아 가지고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성취하기 바라노라.」
이제 우리는 다음 역에 내릴지도 모릅니다. 바쁩니다. 어서 어서 마음껏 사랑하고, 잇는 대로 베풀며, 깊은 수양으로 내생을 준비하면 어떨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4월 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