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가나아트센터는 9일부터 25일까지 10명의 작가로 구성된 ‘봄 이야기 II’전을 연다. 제1전시장에서는 한국 추상미술 1세대 작가 김환기(1913-1974)의 작업과 한국현대미술 1세대 여성 작가로 손꼽히는 최욱경(1940-1985)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색과 선을 통한 대비로 대상을 구분하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듯한 표현법이 돋보이는 김환기의 작품과 날렵한 곡선과 선명한 컬러를 사용하여 독자적 색채 추상화를 구축한 최욱경의 작품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제2전시장엔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에 있어 개념적, 형식적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친 이우환(1936-)과 조각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2000년대 이후 회화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심문섭의 작품이 내걸린다. 미술의 기본 조형언어인 ‘점’을 통해 우주의 무한, 생명과 죽음의 형이상학적인 개념에 접근하는 이우환의 작품이 회화와 예술의 근원적인 요소를 상기시킨다. 바다의 수평선과 반복되는 물결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심문섭(1943-)의 회화는 조각에서 물질의 개념을 탐구했던 그의 작업 철학이 페인팅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전개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제3전시장은 좀 더 다채로운 김태호, 박영남, 오수환, 이수경, 허명욱 작가의 작품들로 꾸며진다. 오래 연마한 세련된 선과 색으로 자신만의 회화적 지평을 넓혀온 오수환(1946-)은 컬러가
돋보이는 회화 작업과 함께 추상적 기호와 도상, 문자들이 조합된 작품을 선보인다. 박영남(1949-)은 인상파 그룹의 모네를 좀 더 추상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페인팅으로 특유의 유려한 색채 감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흙, 먹과 같은 보다 삶에 가깝고 친숙한 재료를 활용하여 사실적인 봄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임옥상 (b.1950-)의 작품이 함께 하면서 공간에 무게감을 더한다.
한편 씨줄과 날줄이 일정한 그리드를 이루며 거의 부조처럼 느껴질 만큼 요철감이 강조되는 김태호(1948-)의 작품은 일견 엄격하고 절제된 추상회화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한 색료의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색면의 축적으로 두껍게 쌓인 표면 이면에는 물감층에 숨어 있던 색점들이 존재하며 축적과 반복을 통해 구조화된 리듬감이 나타난다. 이와 더불어 장르의 구분 없이 사진, 공예,회화를 넘나드는 작업을 전개하는 허명욱(1966-)의 ‘옻칠’ 작업이 독특한 조형성을 드러내고, 파편화된 도자 조각들이 금빛 이음새로 인해 새로운 형상으로 펼쳐지는 이수경(1963-)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