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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을 보면 2016 총선이 보인다..
정치

4·29 재·보선을 보면 2016 총선이 보인다

윤호우 기자 입력 2015/05/03 12:12

4·29 재·보궐선거 결과는 내년 4월 13일 치러지는 20대 총선을 예측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딱 1년 후에 똑같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4·29 재·보궐선거를 치른 네 곳이 전국 선거의 표본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1년 후 총선을 예측하는 데 있어 큰 의미가 있다. 네 곳의 유권자 표심이 여론조사의 표본처럼 내년 총선에서 전국 지역의 각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천 서구·강화을은 여당 강세지역으로, 새누리당 대 새정치민주연합의 1대 1 대결로 치러지는 선거 모델이었다. 영남을 비롯해 강원·충청·제주 지역 대부분, 수도권 여권 강세지역이 서구·강화을의 모델에 속한다. 다만 여야 간 지지율차가 어떤 곳은 차이가 크고, 어떤 곳은 작을 수 있다.

 


4월 29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기표를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의 가장 큰 함수는 야권 분열

광주 서구을은 야당 강세지역으로, 호남 전역이 이 모델을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야권 강세지역은 서울 관악을 모델과 특성이 비슷하다. 야권 강세의 원인이 호남 출신·486·20~30대 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는 노동자·서민이 밀집한 지역이지만 관악을처럼 전통적인 야당 강세지역은 아니다. 진보정당 후보가 항상 변수였고, 야권연대를 통해서 매번 여야가 팽팽히 표대결을 벌인 격전지였다. 수도권에서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진보세력이 일부 진출한 지역들이 이 지역의 모델과 가깝다.

네 곳의 선거 결과를 통해 2016년 총선 시나리오를 예측해 본다면 총선 방정식에서 가장 큰 함수는 야권 분열이다. 야권이 분열되면 승리할 수 없다는 공식이 그대로 재현된 만큼 내년 총선에서도 야권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총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30%대 투표율의 재·보궐선거 결과이긴 하지만 보수층의 결집이 예전 선거보다 더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보수층의 결집 강화가 내년 총선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금은 보수성향 유권자가 진보성향 유권자보다 훨씬 더 많아 설혹 야권연대가 이뤄지더라도 야권이 이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보수 결집이 강화됐다는 결과로 볼 때 야권이 어떤 식으로든 연대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우세가 점쳐진다는 것이다.

이번 재·보궐선거의 야권 분열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눌 수 있다. 호남이라는 지역적인 축의 분열과 정의당·국민모임·옛 통합진보당 같은 이념적인 축의 분열이다. 전문가들은 이념적인 축의 분열보다 지역적인 축의 분열에 방점을 찍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한 데에는 호남 성향 유권자의 이탈이 가장 큰 요인이 됐고, 상대적으로 진보성향 정당의 득표율이 거의 미미했기 때문이다. 윤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패배는 진보진영의 분열보다 호남 성향 유권자의 이탈이라는 요인이 더 컸다”며 “서울 관악을의 경우에도 국민모임에서 내세운 정동영 후보가 얻은 표가 대부분 호남 정서에 기대어 얻은 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원심력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보진영의 분열보다 호남발 야권 재편이 발 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안의 호남’이라는 관악을에서 27년 만에 야당이 패배한 것도 충격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구을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두 배에 가까운 득표율로 참패한 것이 새정치연합에는 더 충격적이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광주에서 천정배 의원이, 관악을에서 정동영 후보가 야당 개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들을 찍은 유권자는 야당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실제로는 호남 성향의 옛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은 새정치연합의 대표가 친노의 문재인 의원이고, 호남 출신의 천 의원·정 후보가 새정치연합에서 핍박을 받는 인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 참여했던 새정치연합의 다른 한 관계자는 “실제로 유세과정에서 호남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더니 새정치연합을 ‘친노정당’이라고 치부하더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정의당이나 국민모임·통합진보당보다 더 겁이 나는 게 호남 신당”이라면서 “내년 총선에서 호남 신당은 호남권뿐만 아니라 수도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견했다.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이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파괴력 더 큰 호남발 야권 재편

재·보궐선거 후 야권의 흐름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은 4월 3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뉴 DJ(김대중 전 대통령)들을 모아 개혁적인 세력을 만들어 적어도 광주에서 새정치연합과 겨뤄보겠다”고 말했다. 호남이 지역구인 의원들의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 촉구에서 호남 신당에 대한 위기감이 부각되고 있다. 박주선 의원은 4월 30일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했다. 최고위원인 주승용 의원은 자신만이라도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호남이 바로잡아 주려고 지탱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무너져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정치연합의 주류 측에서는 호남 신당을 지역주의 정당의 출현이라는 뜻에서 ‘호남 자민련’으로 의미를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비주류인 비노 측에서는 호남 신당의 출현 가능성을 불안한 눈길로 주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천정배 의원에 이어, 박주선-박지원 의원으로 이어지는 호남지역 의원들이 출렁이며 수도권까지 이어진다면 큰 위기”라며 “여기에 비노계 거물들이 합류할 경우 내년 총선은 어쩌면 새누리당 대 새정치연합 대 호남 신당의 구도로 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친노 특혜 등의 시비가 일거나, 중진급 물갈이론이 나온다면 옛 민주당 출신의 중진급 인사들이 천 의원이나 정 후보처럼 뛰쳐나가 호남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호남 신당은 아마 호남이라는 지역적 특성에다 진보라는 정치개혁·이념적 성향을 더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친노성향의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호남 신당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에 설 것이고, 내년 총선은 새정치연합과 호남 신당이 2017년 대권을 놓고 야권의 헤게모니를 다투는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았다. 야권 헤게모니의 다툼은 내년 총선에서 야권의 패배로 귀결될 것이라는 게 홍 소장의 주장이다. 홍 소장은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은 호남 신당이 생기지 않도록 주류 측이 최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면서 “신당이 생기고 난 뒤 총선에 대처하겠다는 것은 사후약방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의 초점은 새정치연합의 주류인 친노 측에 집중되고 있다. 비노의 한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신당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문재인 대표가 먼저 많이 바뀌어야 한다”며 “그런 상황은 야권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친노 쪽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당대표가 된 후 많은 것을 바꾸려고 했지만 밖에서는 모든 것을 ‘친노 프레임’에 걸려고 한다”며 “문 대표가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문 대표를 바라보는 쪽이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총선까지는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호남 신당이 나름대로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에 출마해 낙선한 무소속 정동영 후보가 김세균 국민모임 상임대표(왼쪽) 등과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진보 통합, 통진당 악몽이 걸림돌


진보진영의 분열은 호남 신당 분열보다 파괴력은 미미하다고 하지만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한 감정의 골이 깊은 데다, 각 진보진영의 이념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여건이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관악을 선거과정에서 초기에 국민모임과 노동당·정의당·노동정치연대가 진보 결집의 모양새를 갖췄다. 정의당과 노동당 후보가 사퇴하는 식으로 정동영 후보로 단일화됐지만 실제적인 결집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정의당 내부에서도 관악을의 진보 결집에 대해 논란이 많았고, 당내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정동영 후보와 (결집) 이야기를 진행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좋지 않게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인천 서·강화을과 광주 서구을에 후보를 냈지만 미미한 득표율에 그쳤다.

국민모임은 여전히 4자 협의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양기환 국민모임 사무총장은 “정의당과 노동당, 노동정치연대와 함께하는 4자 정무회의가 있다”면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완전한 선거 연대는 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4자 간에 신뢰를 쌓아 나가 무당파층까지 규합하는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 사무총장은 “국민모임은 9월 정도에 공식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의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진보진영 내부의 긍정적인 전망은 많다. 하지만 통진당의 악몽을 극복하는 게 우선과제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예전의 민노당 모델처럼 진보통합은 결국 이뤄질 것으로 보지만 내부에서는 통진당의 종북논란처럼 NL(민족해방) 계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세력은 텃밭이었던 성남 중원구에서 무소속 김미희 후보의 득표율이 한 자릿수(8.46%)에도 미치지 못함으로써 빛이 바랬다. 다른 두 지역에서는 후보가 중도에 사퇴했다. 관악을 후보로 나섰다가 사퇴한 이상규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내년 총선에 대해 “지역별로 당원이나 지지기반이 있다면 무소속으로라도 (옛 통진당 인사가) 출마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그 지역에서 새정치연합이나 진보정당과 관계 설정이 되면 연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보다 진보진영 외부에서의 총선 전망은 더욱 어둡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재기불능을 선고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정의당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처럼 내년 총선에서도 활로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국민모임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윤 센터장은 “호남 신당이라는 세력화는 앞으로 국민모임이 설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 소장은 “국민모임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국민모임이 끼어들면 새정치연합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앞으로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이들 진보진영의 몫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내년 총선까지 1년 동안 앞으로도 많은 변수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는 선거제도의 개편이다.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같은 선거 룰의 변화가 야권연대에 어떻게 작용할지 아직 알 수 없다. 홍 소장은 “지금 야권이 코너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야권에 유리한 룰 개정은 이뤄질 수 없다고 본다”면서 “야권에서는 룰 개정으로 야권 분열을 모면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개혁을 통해 제대로 야당의 역할을 할 때에만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맞서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센터장은 “내년 총선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 선거의 성격을 띨 것이기 때문에 야권에서는 최대한 심판의 정서를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결국 총선의 판도는 야권이 연대하느냐 분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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