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토인비의 『도전(挑戰)과 응전(應戰)』은 정말 의미심장한 책입니다. 토인비는 그 책에서 자연조건이 좋은 환경에서는 인류 문명이 태어나지 않았고, 거의 다 거친 환경, 가혹한 환경에서 이루어졌음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고대 문명과 세계 종교의 발상지는 모두 광야 같은 척박한 땅이었지요.
이집트 문명, 수메르 문명, 인더스 문명, 중국 문명이 그렇습니다. 이집트 문명을 일으킨 민족은 아프리카 북쪽에서 수렵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던 이들이었습니다. 지금부터 5, 6천 년 전이었지요. 강우(强雨) 전선이 북쪽으로 이전하게 되어 아프리카 북쪽이 모두 사막지대로 변하게 되자 세 부족으로 나누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남아서 그냥 그대로 살아간 부족, 그들은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북쪽으로 강우전선을 따라간 부족도 그곳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맹수와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나일 강 지역으로 이주하여 농경과 목축, 어업으로 생활방식을 바꾼 부족들이 찬란한 이집트 문명을 만들어 냈던 것입니다.
그들은 나일 강의 범람 시기를 알아내기 위해 천문학과 태양력을 발달시켰습니다. 나일 강이 범람하였다가 물이 빠지면 온통 쑥밭이 된 토지를 나누기 위하여 기하학, 측량술이 발달되었고,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축조기술이 발달되었습니다. 도르래가 발명되었고 축대를 쌓는 기술이 탁월하여 졌지요.
그래서 불가사의한 피라미드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렇게 거친 환경이 유능한 문화를 만들었지요. 중국 문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에는 유명한 두 강이 있습니다. 양자강과 황하이지요. 양자강 유역은 기후가 온화합니다. 강도 범람하지 않아 그 주변 사람들은 살기 좋고 편안 하였습니다.
그러나 황하는 쿤룬산맥에서 발원하여 발해만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혹독한 추위로 겨울이면 얼어붙어서 배가 다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범람하여 수많은 인명을 빼앗아 갔습니다.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었지요. 그런 거친 환경과 싸우다 보니 황하문명이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민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거친 환경에서 살아온 민족이 유대인입니다. 서기 70년 7월 9일에 나라를 빼앗기고, 1948년 5월 14일 독립할 때까지 1900년 동안 이곳저곳 쫓겨 다니며 나라 없는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유대인을 잡아서 총살연습을 하기도 하였고, 총알 하나로 몇 명을 죽일 수 있는지 일렬로 세워놓고 총을 쏘는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히틀러는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하였습니다. 유대인들을 반기는 곳은 지구상에 아무 곳도 없었습니다. 가장 가혹한 환경 속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그래도 온 세계가 유대인을 박해할 때, 유대인을 품어준 나라가 미국밖에 없었습니다. 2차 대전 후 몰려드는 유대인들에게 미국은 허드슨 강변을 내주었지요.
험악하고 최악의 조건을 갖춘 거친 환경의 땅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옹벽을 쌓아 허드슨 강이 범람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금융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온 세계의 금융의 중심지가 되었지요. 이곳이 지금의 맨하탄 월가입니다. 이렇게 세계 문명을 꽃피운 민족이 유대인이었던 것입니다.
0.3% 밖에 안 되는 민족이 지금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긴 세월동안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긍정적 신념을 공유하고 살아오는 동안 거친 환경을 이길 수 있는 DNA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한 부자(富者)가 있었습니다. 그 부자는 무인도 하나를 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잘 심고 꽃도 여기저기 심어 아름다운 섬으로 만들었지요.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토끼를 풀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토끼들은 눈빛이 흐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털에 윤기가 사라지면서 병든 토끼같이 보였습니다. 드디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였습니다.
부자는 탄식을 하였지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병이 나다니‘ 수의사를 불렀지만 고개를 저으면서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하고 돌아갔습니다. 할 수 없이 지혜로운 현자(賢者)를 찾아가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현자는 껄껄 웃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리(狼)를 같이 기르세요.” 부자는 놀라서 물었습니다. “토끼를 다 잡아먹으면 어떻게 합니까?” 현자는 “토끼의 병은 환경이 너무 좋아서 생긴 병입니다. 이리 와 함께 기르면 이리에 안 잡혀 먹히려고 힘차게 도망 다닐 것입니다. 눈빛이 빛나게 될 것입니다. 다리에 힘이 생기고 털에 윤기가 흐를 것입니다.”
그랬더니 토끼 몇 마리 잡혀 먹히기는 하였지만, 모두가 건강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 인간도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온 사람이 보다 알찬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거친 파도가 유능한 사공을 만드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송죽(松竹)은 상설(霜雪)을 지냄으로써 그 절개(節槪)를 얻고, 보살은 인욕(忍辱)으로써 그 마음을 기릅니다. 인욕의 공부는 처음에는 죽순 같고, 다음에는 대 같고, 마침내는 태산교악(泰山喬嶽) 같아 만세에 뽑지 못할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인욕을 견뎌내고, 만세에 뽑히지 않을 태산교악이 되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4월 2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