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압구정 제1투표소는 투표자(1815명)의 93.7%(1700명)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자에게 표를 던졌다.
이 투표소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얻은 표는 100표로 전체 5.5%였다. 그리고 이 지역은 최근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아파트가 있다. 즉 압구정 제1투표소는 압구정고등학교 투표소로서, 이곳에서 투표한 유권자는 모두 압구정현대아파트 3, 6, 7차에 거주하는 주민들이었다.
여의도도 비슷하다. 압구정과는 조금 차이가 있으나 오세훈 후보는 여의도동 전체 투표자 18,047표 중 13,816표(76.55%)를 얻어 3,844표(21.2%)를 얻은 박영선 후보를 압도했다.
이는 지난 해 4월 총선과 비교해도 더 참담한 결과다. 총선 당시 여의도동 전체 19,054투표수 중 국민의힘 박용찬 후보가 얻은 표는 12,291표(64.5%), 민주당 김민석 후보가 얻은 표는 6,067표(31.84%)였으므로 이번 재보선의 여의도동 표심 변화를 확연하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표심 변화는 무엇보다 재개방 정책에 대한 오세훈 후보에 대한 기대감으로 볼 수 있다. 즉 전임 박원순 시장 체제에서 손해를 봤다고 느끼는 이들이 “재건축 심의 일주일이면 가능”이란 오세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표로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 주민들의 기대는 선거가 끝난 지 보름도 안 돼 실망과 ‘분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후보시절 재건축심의 일주일이면 된다고 말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단지들의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예방책’ 마련에 나서면서다.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지금 오 시장이 말한 토지거래허가제가 오 시장 당선 후 호가 3억 인상 등 뉴스에 놀라 규제 완화 공약 후퇴 기미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선거전 “당선되면 일주일내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규제를 풀겠다”던 공약은 이미 “일주일은 의지의 표현이었다”라거나 “집값 상승 방지 예방책이 우선이다” 등으로 깨진 상태다.
이에 압구정 여의도 등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기대를 걸고 몰표를 던졌던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배신당했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도시정비닷컴을 준비 중에 있으며 도시재개발 재건축과 관련 컨설팅을 주로 하는 한 관계자는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주민들 카톡 단체방에서 ‘오 시장한테 배신당했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하면서 “이들은 ‘오 시장의 재건축에 힘을 쏟겠다는 공약을 믿었는데 오히려 규제 먼저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들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여론은 재건축을 희망하는 단지가 많은 지역일수록 높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오늘(21일) 오후 3시 30분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기존 강남·송파 등의 구역 지정은 기한을 연장을 발표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한 회의를 오후 2시부터 진행한 뒤, 이 위원회 결론에 따라 새롭게 지정될 구역과 기존 구역 연장을 결정했다.
이에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압구정 일대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강·남북 주요 재건축 단지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와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일대,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등이 새롭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고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은 구역 지정 기한이 6월에 만료되지만, 이날 위원회 결정으로 기한이 연장되었다.
앞서 오 시장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규제완화에 따른 기대감으로 호가가 오르는 등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국무총리 대행을 겸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시장이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에 대해 단호히 경계한다”며 “2·4 대책 이후 가격 상승세가 조금씩 둔화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어렵게 안정세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10주 만에 다소 확대되며 불안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재건축 완화대책을 발표하고 그에 따라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폭을 높이게 되면 결국 그에 대한 책임을 오 시장과 국민의힘이 감당해야 하므로 오 시장은 재건축심의 완화 대신 토지거래허가제 등 규제 쪽으로 키를 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재건축을 희망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게 되어 이들의 ‘분통’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