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유표에 담긴 뜻은
지금 나라꼴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 동안 쌓여온 적폐(積弊)를 청산해야 되는데 그 적폐세력의 반발이 지나쳐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며칠 전에도 어떤 모임에 다갔더니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외교와 경제 특히 안보에 대해 맹공을 퍼붓는 것을 보았습니다. 듣고 있자니 너무 민망하여 슬그머니 그 자리에서 물러 나왔습니다.
과연 현 정부가 다 잘못하는 것인가요? 물론 잘못하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폐 세력인 보수정당에서는 단 한 가지도 잘 하는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우리가 이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면 나라의 발전과 미래는 없습니다. 정권 초기에 이 모든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지금 개혁을 완성해야 나라가 반듯하게 일어설 수 있는 것입니다.
<경세유표(經世遺表)>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 1762~1836)의 대표 저서입니다. <경세유표>는 어떤 책일까요? <경세유표>는 ‘경세(經世)’를 위한 책입니다. 다산은 자신의 학문을 경학(經學)과 경세 학(經世學)으로 구분했다고 합니다.
‘경학’은 유학 경전, 즉 육경(六經 : 詩 書 禮 樂 易 春秋)과 사서(四書 : 論語 孟子 大學 中庸)를 연구한 것입니다. 그리고 ‘경세 학’은 세상을 경영하기 위한 것이지요. 다산은 경학을 통해서 수기(修己) 즉, 자신을 다스리고, 경세 학을 통해서 치인(治人) 즉, 남을 다스린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경학이 본(本)이고, 경세 학이 말(末)이라 했습니다.
이 <경세유표>는 국가경영을 위한 제도개혁안입니다. 그런데 제도 개혁이란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당장 현행 법제 아래에서라도 수령(首領)이 운영을 잘하면 백성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그럼 ‘유표(遺表)’는 무엇일까요? ‘유(遺)’란 죽어서 남긴다는 말입니다.
또 ‘표(表)’는 죽어서라도 임금에게 바치는 글이란 뜻입니다. 이와 같이 ‘유표’란 국가경영대책, 또는 국가개혁안이란 뜻이지요. 다산은 서문에서 군주에게 부지런(勤)함과 치밀함(密)을 요구했습니다. 군주는 신료(臣僚)들이 하는 일을 평가하고 이끌고 하는 일을 잘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근면함과 치밀함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다산의 군주는 천상의 전제적 군주가 아니라 부지런히 왕정을 시행할 책무를 지닌 공적(公的)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그럼 <경세유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우선 ‘설관분직(設官分職)’입니다. 즉, 관료체제 정비 론입니다. 그것은 제도가 오래되어 폐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개혁하지 않아 자칫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렇게 <경세유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공공성 그리고 시대에 따른 변화의 개혁성입니다. 그리고 부지런하고 치밀하게 일하는 지도자상(像) 등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98년 우리는 외환위기의 충격을 겪었습니다. IMF 처방에 따라 정상화를 조속히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우리 사회의 모습은 달라졌습니다. 기업 차원의 효율성 추구는 국민경제 차원에서 실업과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나타난 것이지요.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없어졌습니다. 개인은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사회는 분야마다 양극화의 폐해가 심화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과 고령사회 등이 우리의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방식이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문제가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요?
〈경세유표〉에서 정약용은 선비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일하는 사회를 도모했습니다. 심지어 국왕조차도 부지런하고 치밀하게 일하는 사람이기를 바랐습니다. 다산이 꿈꾼 나라는 모두 함께 일하고, 모두 함께 벌고, 모두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였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의 일자리입니다. 일자리의 부족과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공무원 충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소방공무원, 경찰관, 사회복지사 등, 공적인 일자리를 우선 적으로 채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기업의 임금 인상과 그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심한 반대에 부딪치고 있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공무원에서라도 찾아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일과 돈과 시간이 모두 조화롭고 균형을 이루게 되어 경제가 활성화되고 우리 공동체가 건강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각자도생에 급급한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과연 언제까지나 보수진영의 반대로 이 심각한 청년들의 일자리를 방관하고 있을 것인지 암담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이 어지러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를 실행에 옮겨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첫째, 온전한 적폐청산입니다.
과거에 쌓여온 폐단은 여와 야를 막론하고 뿌리째 뽑아내야 합니다. 성역은 없습니다, 그래야 다산이 꿈꾸고 우리 모두가 그토록 염원하는 진정한 일등 국가가 될 것입니다.
둘째, 자력확립입니다.
일자리가 없으면 청년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그 옛날 중동특수나 월남특수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일본에는 일본어를 아는 청년들을 무조건 채용한다고 합니다.
셋째, 당당한 안보입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4강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옛날의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세계 5~6위의 군사대국입니다. 아닌 것은 당당하게 아니라하면 좋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정 개혁이 저지 된다면 이 다산의 <경세유표>라도 차용해 지금에 펼쳐보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발원(發願)이 없고, 향상코자 노력함이 없는 사회는 곧 살았으되 죽은 사회나 마찬 가지입니다. 지금은 개혁하고 적폐를 청산 할 때입니다. 이제는 정권을 내놓은 보수 세력들도 새 시대가 도래 한 것을 인정하고 이 도도한 개혁의 물결에 흔쾌히 동참하여 우리 모두가 꿈꾸는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을 이룩하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2월 2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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