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이중섭의 ‘황소’, 클로드 모네의 ‘수련', 르누아르의 ‘책읽는 여인’, 살바도로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여인들’ 등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은 28일 삼성전자를 통해 공개한 보도자료를 통해 “고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서양화 작품, 국내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 건, 2만3000여 점의 미술품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자코메티,베이컨,로스코 등 서양 현대미술품 대부분은 삼성미술관 리움으로 가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일부 근대 미술 작품은 작가의 연고지 등을 고려해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될 예정이다.
미술계는 이번 기증 규모를 감정가 기준 1조원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수중으로 들어갈 작품들의 면모를 보면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는 색면으로 분할된 배경에 사슴, 여인, 도자기 등을 단순화된 형태로 그려 배치한 작품이다. 도자기를 들고 있는 반라의 여인들은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도상이다. ‘여인들과 항아리’는 이 시기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대작이다. 당시 작가가 한국의 전통미에 주목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은 아이를 등에 업고 절구질하는 여인의 모습을 화면 가운데 클로즈업하여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전체적으로 갈색조를 띠는 화면에 단순하고 평면적인 형태로 대상을 묘사하였다.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하여 만들어 낸 표면의 거친 질감에서 소박한 정취가 느껴진다. 박수근의 ‘농악’은 흥겨운 동작으로 농악기를 연주하는 인물들을 그렸다. 원근과 명암을 배제한 평면적인 화면 구성과 단순한 인물묘사가 특징이다.작가는 전면적으로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하여 만들어 낸 화강암 같은 질감의 표면 위에 은은한 선과 엷은 색채로 농악패의 모습을 표현하여 통일감 있고 담백한 화면을 구현했다.
이중섭의 ‘황소’는 강렬한 붉은색 배경에 황소가 고개를 틀고 울부짖는 듯한 순간을 그렸다. 머리를 화면 가득 묘사함으로써 소가 내뿜는 힘찬 기운을 강조한 작품이다. 강한 선묘는 소의 동세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거친 붓놀림과 강렬한 색감은 표현주의적인 경향을 보여 준다. 작가가 일본에 있는 가족과 곧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던 시기에 제작한 것으로 당당한 기세가 화면에 드러난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풍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끌로드 모네는 지베르니의 자택에서 연못에 핀 수련을 주제로 250여 점의 작품을 제작했는데, ‘수련’은 이 연작 중 하나이다. 작가는 가로로 긴 화폭에 흰색, 초록색, 보라색을 겹쳐 바르는 방식으로 화면 가득 연못의 수면과 수련만을 묘사했다. 수평선을 드러내지 않은 평면적 구성을 통해 수면에 반사된 빛만을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모네의 ‘수련’ 연작은 작품 제작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작가가 백내장으로 시력을 점차 잃게 된 후기 작업의 추상화된 경향을 보여준다.
마르크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에는 붉은색의 꽃들이 꽂혀 있는 화병이 화면의 중앙에 크게 그려져 있고 양옆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연인 한 쌍과 마을의 풍경, 과일바구니와 와인병 등의 정물이 작게 묘사되어 있다. 연인과 꽃이 함께 묘사된 도상은 샤갈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푸른 색조의 배경과 빨간 꽃의 색채 대비가 강조되며, 몽환적인 분위기와 밝고 강렬한 색채의 사용 등에서 샤갈 작품 특유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분석학자 오토 랑크(Otto Rank, 1884-1939)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랑크는 출생 자체가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일 수 있다는 이론을 제기했으며, 정신분석학을 전설과 신화, 예술과 창조성의 영역으로 확장한 학자다. 달리는 랑크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으며 스스로 출생 전 기억이 있다고 믿었다. 작품에는 신화 속 존재인 켄타우로스들이 출산을 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달리는 복부에 난 둥근 구멍에서 차례로 아기들을 꺼내고 있는 장면에 대하여 자서전에서 “엄마의 자궁이라는 낙원에서 나올 수도 되돌아갈 수도 있는 켄타우로스가 부럽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에서 그린 작품이지만 배경의 바다는 작가의 고향인 카탈루냐의 해안의 모습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정교한 테크닉과 균형감 있는 구도가 돋보이는 이 작품에 대해 달리는 스스로 고전주의 양식으로의 회귀를 드러낸 작품이라고 밝혔다.
인상주의의 창시자로 알려진 프랑스 화가인 카미유 피사로의 ‘퐁투아즈 시장’은 퐁투아즈의 시장 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짧은 붓터치로 대상을 표현한 방식은 이후 쇠라가 사용한 점묘법과 유사하다. 피사로는 루브시엔느에 있던 집이 전쟁 때 파괴된 후 파리 북서쪽의 퐁투아즈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퐁투아즈의 전원 풍경이나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즐겨 그렸다.
폴 고갱의 ‘무제’는 작가가 전업 화가로 활동하기 전, 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울 때 제작한 작품이다. 이 시기에 작가는 주로 풍경화를 그렸다. 특히 센강 주변의 공장, 항구, 다리 등을 안정적인 구도로 묘사한 작품이 많다. 고갱이 자신의 독자적 화풍을 형성하기 이전의 초기작으로 사실적인 묘사에 바탕을 둔 인상주의적 경향을 보여준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은 작가가 즐겨 그린 소재인 독서를 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화면에는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붓 자국과 화사한 색채감이 드러나며 자연광의 색감을 눈에 보이는 대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밝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여인의 모습에서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라는 르누아르의 예술관이 드러난다.
르누아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중 한 명이다. 빛과 색채를 조합하여 일상의 풍경과 여성, 아이들을 주로 그렸다. 1862년에 프랑스 국립미술학교인 에꼴 데 보자르에 입학하여 클로드 모네 등의 화가들과 교유하며 센강 주변 풍경을 그림으로 옮겼다. 1881년에 이탈리아 여행 중 르네상스 화가 라파엘로의 그림과 폼페이 벽화에서 감명을 받았다. 이후 작품에서는 원색 대비와 명확한 형태감이 돋보이는 방식으로 인물을 묘사하는 등 화풍에 변화를 보였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