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흙탕물 안 튀게…’ 대선자금 양·음지 ‘이중구조’ 의혹
서울=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13일 “지난 대선은 내가 책임지고 치른 선거였다. 제가 아는 한 어떤 불법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공언처럼 여당은 지난 대선에서 ‘돈 문제’에 관해 한 점 의혹도 없을까.
당시 새누리당 캠프와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캠프 내부에서는 ‘박근혜 후보에게 흙탕물을 튀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투명하게’ 들어오는 돈이 한정적이었다면 나머지는 어디서 충당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대선 캠프를 드나든 자금이 ‘양지와 음지’라는 이중구조를 띠고 있었다는 것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새누리당과 합당한 2012년 11월 이후 ‘당원’ 신분으로서 공식적으로 특별당비를 낼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례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특별당비로 2억원을 냈다. 성 전 회장의 인터뷰와 메모가 모두 사실이라면 양지에서 ‘생색을 내며’ 투명하게 전달될 수 있는 돈조차 지하에서 캠프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선거자금을 책임진 박상희 전 새누리당 재정위원장(64)은 “(대선 당시) 영수증 처리를 안 하고 돈을 주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상희 박근혜 캠프 자금 책임자 “대선 때 영수증 처리 없이 돈 주려던 사람 있었다”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이 거부한 돈이 공식 창구가 아닌 대선 캠프 산하 본부로 음성적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것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폭로로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해 “신경이 좀 쓰인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박 전 위원장은 또 “확인을 해보니 성 전 회장은 (대선 캠프에) 특별당비를 낸 것이 없다. 그분은 돈을 낸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게 돈을 쓰는 사람들은 투명한 돈을 안 내놓는다”고 덧붙였다. 박 전 위원장은 성 전 회장이 대선 때 홍문종 의원에게 2억원을 줬다는 폭로에 대해 “나는 전혀 낌새를 못 챘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당시 선거 캠프에서 성 전 회장의 역할에 관해 “내가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공식 창구인 재정위원장을 거치지 않은 음성적인 자금이 캠프 산하 기구나 특정 개인에게 흘러들어 갔을 개연성이 있다. 성 전 회장이 공식적으로는 특별당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점도 이런 가능성을 높인다. 성 전 회장은 지난달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대선자금 장부에 회계처리가 된 돈이냐’는 질문에 “뭘 처리해요”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선거 때야 (영수증 처리 없이) 후원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저는 영수증 없는 돈을 일절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린 그런 돈을 가져오면 영수증 처리 안 하면 못 받는다고 하니깐…”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출신인 박 전 위원장은 2012년 4월 총선부터 그해 12월 대선 직후까지 새누리당 재정위원장을 지냈다. 박 전 위원장은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서병수 사무총장이 대선자금을 처리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됐다”면서 “내가 전결 처리했고 그것을 바로 중앙선관위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500만원 이상의 고액을 받지 말라는 것이 당의 방침이었다”면서 “(500만원 이상은) 돈에 냄새가 난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출에 대해서도 “돈을 안 준다고 (캠프 인사들이) 내 욕을 많이 하고 다녔다. 특히 야당에서 오신 분들은 여당 오면 돈이 많은 줄 알고 내 욕을 하고 다녔지만 나는 규정에 맞지 않은 돈은 못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 측이 대선에서 썼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비용은 479억여원으로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인 559억원의 85%였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신고한 484억원보다 6억원가량 적은 규모였다.
親朴 서청원, 김무성 "지뢰 밟았다" 작심 비판
친박계 핵심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4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주도한 공무원 연금 개혁안 합의에 대해 "지뢰를 밟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이번 협상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한다고 (야당과 합의)한 부분은 매끄럽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어 "보수 신문이든 진보 신문이든 언론을 보면 알지만 '333조 원 혹 떼려다가 1669조 원 혹 붙인 격', '공론화 없이 국민연금 더 준다 합의', '국민연금으로 불똥 튄 연금개혁',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담합'이라고 (언론에서) 얘기했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언론이 국민연금 연계 때문에 이렇게 비판했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50%까지 합의해 놓고 (국민연금 납입금 인상 등 후속 대책 관철을) 안했을 경우 솔직히 우리 당 운영에 지뢰를 밟았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공무원연금 문제에 대해 최종적으로 최고위원회를 열어서 문제를 같이 논의하자고 했는데, 우리도 언론을 보고 알았다. 아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청와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연계 부분에 대해 비박계 당 지도부를 겨냥 "월권"이라고 비판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여야 지도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합의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절감되는 부분을 국민연금에 투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끌어올린다는 방안에 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