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뉴스프리존] 강승호 기자= 여순 민중항쟁 과정에서 희생자의 재심 청구 첫 공판을 앞두고 유족들과 지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철도원 고 김영기 씨는 여순민중항쟁 당시 군사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마포형무소 수감 중 실종됐다. 고 김영기 씨의 재심재판 및 첫 번째 공판은 오는 13일 오후 2시 20분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법정 316호에서 열린다.

고 김영기 씨는 여순민중항쟁 당시 순천열차사무소 차장이다. 고 김영기 씨는 봉기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군경에 체포돼 1948년 11월 14일 순천동국민학교(현 순천성동초등학교)에서 열린 군사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마포형무소 수감 중 6·25 한국전쟁 시기에 실종됐다.

유족들은 고 김영기 씨의 무고함을 밝혀달라며 지난 해 5월 12일, 순천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 1월 29일 재심 개시결정을 내렸으고 오는 13일 첫 번째 공판을 연다. 

아들 김규찬 씨에 따르면 고 김영기 씨는 1948년 10월 20일, 국군 14연대 봉기군과 일반 승객을 실고 여수역을 출발해 오전 9시 순천역에 도착한 열차를 이리역(현 익산역)까지 운행했다. 이 과정에서 열차가 동순천역과 학구역 사이 구간을 운행할 때 진압 경찰대와 열차를 타고 있던 국군14연대 봉기군 사이에 교전이 일었다. 

이후 순천을 점령한 진압군경은 순천 덕암동 철도관사 자택에서 아침식사 중이던 김영기 씨를 이 열차 운행을 운행했다는 이유로 체포해 순천경찰서로 연행하고 취조를 이어갔다.

김영기 씨는 무고함을 주장했지만 결국 사형선고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을 뿐 어떤 구제절차도 없이 목포형무소를 거쳐 마포형무소로 이감됐다.

김영기 씨 체포 당시 태중에 있었던 아들 김규찬 씨는 돌이 지나 어머니 등에 업혀 아버지 면회를 다녀온 후 6․25 한국전쟁으로 다시는 부친을 보지 못했다.

유족들은 재심 청구를 통해 "지난해 순천법원에서 진행된 철도원 기관사 故 장환봉 씨의 재심에서 재판부는 '장장환은 좌도 우도 아닌 성실한 철도원이었다'며 사죄와 함께 무죄판결을 내렸다"면서 "부친도 순천철도국 내의 직원으로 소속은 다르지만 당시 순번에 따라 승무에 임한 성실한 철도원 여객 차장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유족들은 "군사재판에서 적용한 포고령 위반은 계엄법도 없이 내려진 잘못된 명령이고 내란 및 국권문란죄는 범죄의 구성요건에도 맞지 않는 국가권력의 폭력"이라며 "(당시) 재판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당시의 군사재판은 무효이며 무죄가 선고돼 부친의 명예가 회복돼야 하며 철도당국은 소속 직원을 보호하지 못해 국가폭력에 희생된 다수의 철도직원에 대해 위령비를 건립하는 등 유족을 위로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