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 배달사고 의심 배제 위해 가족 계좌추적까지 병행
윤씨 전달 일시ㆍ장소ㆍ방법 등 구체적 진술에 다양한 검증도
洪 출근길 발언 통해 법리다툼엔 "검찰은 수사하는 법률가" 반박
"수사의 목적은 기소다." "소환은 그냥 통보가 아니다."
[서울= 연합통신넷, 심종완기자] 이번 주 후반으로 예정된 홍준표 경남지사의 소환을 앞두고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5일 '성완종 리스트'수사 이후 처음으로 홍 지사 측근의 소환을 언론에 공개하며 홍 지사를 압박했다. 검찰은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지금까지 네 차례 불러 조사했다. 돈 전달 상황을 입증할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는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이 생전에 남긴 메모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공개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메모뿐 아니라 관련자 진술, 객관적인 증거들로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수사의 목적은 기소이며, 아무런 단서 없이 소환 절차를 밟지 않는다고 말해, 홍 지사 주장을 공개 반박했다.
'성완종 리스트'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지시로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1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하고, 이 돈이 윤 전 부사장을 거쳐 홍 지사에게 전달된 과정을 사실상 모두 복원한 상태다. 윤 전 부사장이 중간에 배달사고를 내서 1억원을 직접 챙겼을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위해 윤 전 부사장 가족의 계좌추적 등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윤 전 부사장에 대해 네 차례 소환 조사를 마쳤다"며 "1차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사항 모두에 대해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윤 전 부사장에 대해 철저히 비공개 조사를 진행해왔던 검찰이 이런 수사상황을 언급한 것도 처음이다.
윤 전 부사장이 금품 전달 장소를 의원회관에서 제3의 장소로 번복했다는 소문이 정치권 등에 퍼지기도 했지만, 그의 진술은 상당히 일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에서 "2011년 6월 아내가 운전한 차량을 타고 국회 의원회관으로 갔고 보좌관이 있는 자리에서 1억 원을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 전달의 중요한 제3의 목격자인 윤씨의 부인도 같은 취지로 검찰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부사장 진술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이나 제보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선을 입증할) 주차 위반 내역까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임박한 홍 지사 소환을 앞두고 이날 그의 당대표 경선 때 재무관리를 담당한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 같은 경선 캠프 관계자 강모씨 등을 상대로 경선자금 내역 등을 추궁했다. 그러나 이들은 돈 전달 시점의 홍 지사 일정 등을 제시하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 수사는 이번주 질적으로 도약했다. 성 전 회장 주변과 경남기업의 증거인멸을 다루는 1단계에서 성 전 회장 메모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에 대한 금품수수 의혹을 밝히는 2단계로 돌입했다.
검찰은 이번주 홍 지사의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한 뒤 다음주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처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죽은 성완종’이 현 정부 실세인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옭아매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별수사팀은 5일 “수사가 2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홍 지사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홍 지사 측은 전날 저녁 검찰로부터 이번주 내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고 소환 일정을 미뤄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홍 지사 소환을 늦출 경우 여론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주에 조사를 끝내기로 했다.
홍 지사의 검찰 출석을 준비하는 검찰은 이날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오전에는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홍 지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지난달 말부터 윤 전 부사장을 방문 또는 소환하는 방식으로 4차례 조사했다.
오후 2시에는 경선 당시 홍 지사 캠프의 자금·회계를 담당한 나경범씨가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나씨에 대해 “중요한 참고인”이라고 설명했다. 나씨는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홍 지사에게 금품이 전달된 상황을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나씨를 상대로 윤 전 부사장이 금품을 전달한 당일의 행적을 집중 추궁했다.
오후 7시에는 홍 지사 캠프에서 활동한 강모씨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강씨의 캠프에서의 역할과 윤 전 부사장을 캠프에서 만난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홍 지사 측근 한 사람을 추가로 소환조사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별수사팀은 출범 후 2주 동안 성 전 회장 측근만 구속했을 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홍 지사 및 이 전 총리의 측근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가 사건의 본류인 ‘리스트 8인’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인멸한 자료를 확보하고 경남기업의 자금 흐름을 분석하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어떤 것은 처음에는 굉장히 명료했다가 희미해지는 경우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무가치하고 의미 없게 간과했던 것이 하루이틀 지나 실체의 전모를 규명하는 결정적인 단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며 수사 단서의 의미를 단정하기에 이르다는 취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