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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젓가락 문화와 표용의 덕..
오피니언

[덕산 칼럼] 젓가락 문화와 표용의 덕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21/05/13 07:45 수정 2021.05.13 07:47

요즘 대선(大選)이 1년 앞으로 다가오자 또 온 나라가 고질 적인 당파 싸움이 기승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조선의 사색당파(四色黨派)란 네 가지의 색깔의 당파라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동인(東人)⸳서인(西人)⸳남인(南人)⸳북인(北人)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또 서인이 노론(老論)과 소론(少論)으로 나눠진 뒤에는 노론, 소론, 남인, 북인의 4대 당파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습니다. 그 후, 또 붕당(朋黨)은 선조 8년(1575)에 동 서로 나뉘어졌는데, 이 가운데 동인이 남인과 북인으로 나눠지고 북인은 다시 대북(大北)과 소북(小北)으로 양분되었습니다.

그런데 16세기 선조(宣祖) 대 이전에는 정쟁이야 있었겠지만, 이렇게 사분오열 되기 이전에는 그래도 온 국민이 이렇게 고약한 당쟁은 별로 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전래의 <젓가락 문화와 포용의 덕> 덕택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세계적인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1928~2016)는 “젓가락 사용을 잘 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지배할 것이다.”라고 예언했습니다. 이렇게 젓가락은 쌀을 주식(主食)으로 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현재 세계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베트남, 태국 등입니다.

대표적인 한, 중, 일 세 나라의 젓가락 모양을 비교해 보면, 중국은 길고 굵으며, 일본은 길이가 짧고, 한국은 길이가 중국과 일본의 중간정도입니다.

이렇게 한국은 대륙(大陸)인 중국과 열도(列島)인 일본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는 반도(半島)에 걸맞게 젓가락의 길이와 굵기가 두 나라의 중간인 것이 절묘하고 이채 롭지요.

또한 중국이나 일본은 숟가락의 기능이 점점 퇴화하여 왔지만, 한국은 국과 밥을 떠먹는 기능으로서의 숟가락과 젓가락 문화가 함께 어울려 발달해, 우리 조상의 슬기와 독특한 감성에 절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이러한 우아한 음식 문화는 이 두 가지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1915~1980)’는 이러한 젓가락을 새부리의 연장으로 보았습니다. 동양인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모습이 꼭 새가 모이를 쪼아 먹는 모습과 같다는 것이지요. 그는 “젓가락은 음식을 아이처럼 부드럽게 어른다.”며, 젓가락을 ‘문화인의 도구’, ‘사랑의 도구’라고 예찬하며, 그 젓가락의 포용성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서양 사람들이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하는 모습은 고양이가 발톱으로 쥐를 잡아 찢어 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포크와 나이프를 고양이 발톱으로 본 것입니다. 서양인들은 고기를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의 구분이 확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동양은 음식을 만들 때부터 먹을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젓가락 문화에서는 서양의 포크 문화가 담아내기 어려운 ‘관계의 미학’과 '포용의 덕‘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젓가락질은 두뇌 발달에 좋아 우리는 흔히 손과 손가락을 ‘제2의 뇌’라고 보았습니다. 젓가락 동작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듯하지만, 계속적인 뇌의 자극과정이며, 젓가락질이 두뇌 발달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외국 과학계에서 입증한 바 있다고 하네요.

특히 한국인이 쓰는 금속젓가락은 우리 민족의 슬기인 것입니다. 그러나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 중에서도 한국 사람이 특히 손재주가 뛰어난 이유는 한국인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금속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왜냐하면 일본과 중국의 나무젓가락보다 훨씬 가느다란 금속젓가락을 사용하려면 최대 3배 정도의 근육이 더 동원되며, 정교하고 예민한 손놀림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한국인이 금속젓가락으로 콩을 집거나 묵을 썰어 젓가락으로 집는 기술은 거의 예술의 경지입니다.

“젓가락질은 한국 음식문화의 꽃”이라고 밝힌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19161999)’은 오래전에 “찔러서 먹는 공격적인 포크에 비해 다치지 않게 집는, 정적이고 평화적인 젓가락 문화의 발견은 나의 음악에 커다란 변화를 주었다.”며 우리의 젓가락 문화를 극찬했습니다.

그런데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최근 한국 성인의 62%, 어린이 80%가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포크로 상징되는 서양 음식문화가 우리의 식생활을 야금야금 변화시켰기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젓가락 문화와 표용의 덕’을 살려 이제 화합 단결하는 한국인위 위상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큰일입니다. 당장 우리손자 녀석도 포크를 고집하니 말입니다. 우리가 지금처럼 젓가락을 포크처럼 쥐고 밥을 먹는 아이에게서는 한국인 특유의 정밀한 손재주는 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젊은 엄마 자각하면 안 될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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