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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내 땅 팔고 세무조사 요청" 그 기막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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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내 땅 팔고 세무조사 요청" 그 기막힌 사연Ⅱ

이미애 기자 pinkmie69@naver.com 입력 2021/05/20 11:04 수정 2021.05.20 16:08
②외롭고 기나긴 싸움...그리고 세무행정의 ‘민낯’

전 세무서 조사팀장 뇌물 받고 세무조사 중단시켰다 구속
세무서 직원에 뇌물 준 동생도 뇌물공여 혐의로 형사처벌
"내 통장 줄테니 자금흐름 조사해달라" 요청에도 '묵묵부답'
자신은 부동산 매매대금을 손에 만져보지도 못했지만, 거액의 세금폭탄을 맞은 박학재 씨의 기나긴 법정다툼과 관계기관에 제출한 진정 및 호소문 뉴스프리존
자신은 부동산 매매대금을 손에 만져보지도 못했지만, 거액의 세금폭탄을 맞은 박학재 씨의 기나긴 법정다툼 서류와 관계기관에 제출한 진정 및 호소문 ⓒ뉴스프리존

[김해=뉴스프리존]이미애 기자=김해시 진영읍에서 고철업체를 운영하면서 친동생의 부동산 명의신탁으로 20억 원의 세금폭탄을 맞고 가산을 탕진하게 된 박학재 씨. 그는 지난 달 28일 창원지방검찰청으로부터 의미 있는 답변서를 받았다.

박 씨가 국민신문고에 넣은 민원이 대통령비서실과 대검찰청을 거쳐 창원지검으로 이첩됐고, 창원지검에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답변서였다.

민원 내용은 박 씨의 친동생 A씨가 명의신탁 계약을 통해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탈세했으니 부동산 실소유주 확인 등을 조사해달라는 것이 요지다.

박 씨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어 국민신문고에 다시 민원을 제기한 이유는 동생 A씨의 양도소득세 조세시효가 내달 1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조세시효가 만료되면 거액의 탈세혐의가 벗겨지고 국고손실로 이어지며 조세정의가 바닥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의 박 씨의 주장에는 신빙성이 있을까. 진실 여부는 지난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에 관한 재조사 요구 민원’에 대한 답변, 그리고 창원지검 수사와 창원지법 판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창원지법, 사문서 위조 협의 재판에서 "실소유주는 동생"

먼저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김해세무서는 지난 2015년 1월쯤 박학재 씨가 요청한 양도소득세 관련 세무조사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중단했다. 이 과정에 당시 세무조사 팀장이었던 B씨와 A씨의 유착관계가 드러나면서 두 사람 모두 뇌물수수죄와 뇌물공여죄로 구속돼 형사처벌을 받았다. 부동산 실소유자가 자신이 아니라면 세무서 직원에게 뇌물을 주면서까지 세무조사를 막으려하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어 박 씨가 대법원에 상고까지 하면서 제기한 부동산실명법 위반 과징금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다음해인 2017년 11월, 창원지방법원은 동생 A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를 재판하면서 토지의 실소유주를 동생 A씨로 판단했다.

국민권익위는 이 같은 근거에 더해 “토지의 명의신탁 여부에 관한 과세관청의 실질적 조사 없이 과세처분이 행해진 점, 그리고 박 씨가 탈세제보를 한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토지의 실소유주는 A씨이고 박 씨는 명의수탁자에 불과하다는 박 씨 주장에 상당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익위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공정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양도소득세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사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국세청에 이첩한 뒤 처리결과를 박 씨에게 통보하도록 조치했다.

국민권익위도 "박 씨는 명의수탁자에 불과"

국민신문고와 국민권익위의 이 같은 판단과 권고에 따라 국세청은 탈세 혐의에 대한 재조사를 김해세무서에 지시했고, 3년이 지나서야 최근 그 결과가 나왔다.

김해세무서가 지난 12일 박학재 씨에게 보낸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는 문제의 땅 실소유주가 박 씨의 동생 A씨이고, 따라서 A씨가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양도소득세를 탈세했다는 문제의 4필지 중 3필지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하지 않았고, 지번으로 보면 마지막 1필지에 대해서만 세무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또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의 내용란에 ‘명의신탁과 관련해 A씨의 불복이 예상되므로 불복 결과에 따라 재결정 통지 하겠다’는 설명을 붙였다.

김해세무서가 최근 박학재 씨에게 보낸 세무조사 결과 통지문.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는 박 씨의 동생 A씨 불복이 예상된다며 재결정 가능성을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프리존
김해세무서가 최근 박학재 씨에게 보낸 세무조사 결과 통지문.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는 박 씨의 동생 A씨 불복이 예상된다며 재결정 가능성을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프리존

"통장 줄테니 자금흐름 파악해 달라" 요청에 세무서는 '뒷짐'

종합하자면 상급 기관의 지시에 의해 세무조사를 하긴 했지만, 문제의 필지 중 유독 1필지에 대해서만 세무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통보하면서도 A씨의 불복이 예상된다는 추측을 하면서 불복 결과에 따라 재결정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마땅히 세금을 징수해야 할 세무당국이 왜 박 씨 명의 통장에 찍혀있는 부동산 매매 자금 흐름을 조사하지 않는지, 무슨 이유로 세무당국 스스로 불복을 미리 점치면서 재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지서에 첨부했는지 역시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김해세무서 관계자는 “문제의 4필지 중 3필지에 대해서는 박 씨 소유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 나머지 1필지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아 세무조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의 통장에 찍혀 있는 입출금 흐름만 파악해도 4필지 전체 부동산의 실소유자가 누구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데, 왜 자금 흐름은 조사하지 않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소속 직원의 뇌물수수와 그로 인한 세무조사 중단, 그리고 사법처리로 얼룩진 김해세무서가 상급기관의 지시에 의해 벌인 세무조사 역시 허술하고 편파적이며 석연치 않은 결론을 내리는 사이 거액의 탈세 혐의를 받는 A씨의 조세시효는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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