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13번째 저서(著書) <봄꽃보다 고운 잘 물든 단풍>을 펴 낸지 벌써 재작년 2019년(원기 104년) 11월 이었습니다. 그럼 그때 보다 과연 얼마나 더 곱게 물 들었을 까요? 글쎄요? 몸이야 그때보다 더 늙었을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제 목소리를 들으면 아직도 청춘(靑春)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만난 동지들도 주름살 하나 없어 회춘(回春)하는 모양이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습니다. 물론 늙은이 대접을 하는 아부 성 발언이라고는 해도 여간 기분 좋은 소리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잘 늙으면 청춘보다 아름다운 황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얼굴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말해준다고 합니다. 인간의 노화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늙어갈수록 그 노화를 아름답고 우아하게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지요. 그 방법은 모든 착심(着心)과 욕심(慾心)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 봅니다.
비가 내립니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멈추지 않는 바람은 없습니다. 꽃이 피었습니다. 지지 않는 꽃도 없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친구도 젊음도 심지어 내가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을 것 같던 고통의 바다조차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매순간 열정을 다해 살다가 진리께서 부르시는 어느 날, 내가 지나온 모든 날들이 참 귀하고 값진 것이었다고 따뜻하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별의별 일들과 부딪치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편안하게 보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곱게 늙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뛰는 것‘입니다. 반대로 늘 불평하고 의심하고 경쟁하고 집착하는 것은 우리를 흉한 모습으로 늙어가게 합니다. 잘 물든 단풍은 땅에 떨어져도 사람들이 주워가 간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예쁜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아낌없이 주는 것입니다. 우리 원불교여의도교당이 곧 재건축에 들어갈 모양입니다. 그러면 지금 보다도 더 넓게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 동안 제가 읽은 책들에 아주 귀한 책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간 모아온 종법 사님들과 선진님들의 휘호(揮毫)를 비롯한 작품들도 적지 않지요.
정산(鼎山) 종사님의 친필 《반야심경(般若心經)》도 지난 정산종사 55주기 기념식 때 출품 했다가 아직 돌려받지 못해, ‘원불교 박물관’에 보관 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저의 평생 모은 소장품들을 저의 사후(死後) 원불교여의도교당에 희사(喜捨)해 저의 후진들이 볼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저의 모든 행위도 <봄꽃 보다 고운 잘 물든 단풍>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여기 아름답게 늙어가기 위한 아홉 가지 계명(誡命)이 있습니다.
첫째, 수행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수행이란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 삼학(三學)을 닦아 삼대 력(三大力)의 위대한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러면 모든 일을 원하면 원하는 대로 성취할 수 있습니다.
둘째, 남의 말을 많이 듣고 내 말은 적게 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다른 사람을 칭찬하며, 다른 사람에게 감사할 때 얼굴 표정도 밝아지고 품위가 생깁니다.
셋째, 아낌없이 베푸는 것입니다.
공덕(功德)에는 보시(布施)만한 것이 없습니다. 보시는 정신, 육신, 물질 삼 방면으로 하는 것입니다. 재물이 없으면 몸으로, 저처럼 몸도 여의치 않으면, 마음으로라도 빌어주는 것입니다. 이 공덕이 우리의 내생의 삶을 결정합니다.
넷째, 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쌓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여유입니다. 낙천적인 태도를 가지면 관대해 집니다. 완고하고 편협해 지는 사람이 되면 안 됩니다.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항상 크게 웃으면, 여유를 가지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다섯째, 공부와 사업에 몰두하는 것입니다.
늘 경전을 연마하고, 목표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입니다. 저의 사업은 죽을 때 까지 덕화만발을 쓰는 것입니다. 그래야 시대에 뒤 떨어지지 않습니다.
여섯째, 삼독 심(三毒心)을 버려야 합니다.
삼독심이란 탐심(貪心), 진심(嗔心), 치심(癡心)을 말합니다. 이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하는 한 언제나 중생의 탈을 벗을 수 없습니다.
여덟째, 행동을 신중히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노인이 되면 조급해 지기 쉽습니다. 그러면 실수하기 마련입니다.
아홉째, 크게 웃으며 사는 것입니다.
저는 언제나 큰 소리로 <하하하하하하하!> 하고 웃습니다. 그래서 제 아내는 절대로 저는 암과 치매는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놀립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아홉 가지만 실천해도 우리는 잘 늙을 수 있고 청춘보다 아름답게 노년의 여유를 만끽하게 되지 않을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5월 2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