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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찾아가는 캠핑카 갤러리...혁신적 그림유통 스타트업, 전익관 회장

편완식 기자 wansikv@gmail.com 입력 2021/05/26 11:55 수정 2021.05.27 16:46
두대의 캠핑카를 개조해 갤러리로...‘The original Home Gallery’
"예술 향유는 인간의 기본권...예술, 인간다운 삶을 위한 문화복지"
전익관 회장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미술시장의 글로벌화 추세가 최근들어 가속화 되면서 미술유통서비스도 다양화되고 있다. 혁신적인 그림유통서비스를 지향하는 스타트업이 속속 생겨나고 그림투자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홈갤러리 서비스를 모토로 출법한 ‘The original Home Gallery’(㈜하비우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이 아끼던 대형 고급캠핑카까지 개조해 찾아가는 갤러리로 만든 하비우드 전익관 회장을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왜 혁신적인 미술유통서비스 스타드업에 뛰어들게 됐나?

사실 내겐 미술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택시운전기사 시절 부산미문화원 도서관을 자주 갔다. 그 근처 손님이 있으면 내려주고 문화원 담벽락에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주로 그림들이 실린 책들을 봤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러던 어느날 피카소그림이 실린 잡지가 있어 슬쩍 화장실에 가져가 그림부분을 찢어 가지고 니온 적이 있다. 너무나 갖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다. 집에 가져와 액자를 해서 걸어두고 10년을 봤다. 나의 외동딸 이름도 ‘그림’으로 지어주었다. 바로 '전그림' 이다.

어찌할 수 없는 이같은 유전자는 후에 자연스레 컬렉션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내가 미술일을 시작한다고 하니깐 모두들 웃었다. 심지어 아내와 딸 사위까지 나서서 말렸다. 나도 안다. 미술시장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하지만 미술컬렉터로 화랑과 경매회사를 접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유통구조가 너무나 폐쇄적이고 원시적이라는 점이다. 미술향유자 입장에서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경영과 마켓팅 노하우를 미술시장에 쏟아부울 생각이다. 내가 이 세상에 해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일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으론 말하면 신의 부름같은 것이다.

뭔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나는 물불가리지 않고 해내고 마는 성격이다. 사람들은 돈도 가질만큼 가졌는데 뭔 또 일을 벌이냐고 한다. 내가 이 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 말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하는 것이다.

지난 1년 가까이 주변 인물들을 설득하고 해서 회사의 인적구성를 만들어 냈다. 마켓팅, IT, 금융,보험,경영 ,문화분야 전문가들이 합류했다. 뜻을 세우니 적제적소의 인물들이 인연이 됐다.

이젠 정보네트워크로 이익이 창출되는 시대다. 독불장군을 생존하지 못한다. 정보네트워크의 기본은 투명한 데이터다. 심리학 전문가 등이 참여해 인터뷰방식으로 작가와 컬렉터에 대한 정보를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평가서도 가미된다.

작가들의 작품을 걸어 놓고 판매를 기다리는 기존갤러리 모습을 완전 탈피하기 위한 기초작업이다. 작가와 향유자가 적절히 정보를 매개로 만남이 이뤄지는 플렛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가와 향유자(컬렉터)가 동행하는 미술공유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혁신적 그림유통서비스 회사 ‘The original Home Gallery’는 플랫폼이 자생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실행시키는 주체다. 일명 ‘BOB(BANK of BEAUTY)’갤러리다. 통칭 ‘밥갤러리’로 부르기도 한다. ‘감성적 밥‘을 제공하게다는 의미도 담겼다.

비즈니스실행 방식은 향유자를 찾아가는 갤러리다. 코로나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일상은 뉴노멀이 되었다. 사적인 주거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상황 속에 자연스레 주거 공간의 가치와 의미는 일과 휴식, 그리고 사교를 위한 기능까지도 동시에 아우르는 영역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삶의 총체적 공간이자 문화·사회학적인 장소가 된 것이다. ‘찾아가는 갤러리’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시대의 미술향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사업으로 오는 6월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에서 찾아가는 갤러리를 펼친다. 이미 현대건설과 홈갤러리 서비스 MOU체결을 마친상태다. 고급 대형 캠핑카(에어스트림,조지타운) 두 대를 개조한 전시장이 아파트공간으로 찾아간다. 입주민들과 밀착 아트토크 공간이 될 것이다. 상세한 정보제공을 통해 입주민들에게 한 달간 집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걸고 향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입주민들은 취향에 맞는 그림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캠핑카 전시장은 미니 홈갤러리처럼 꾸몄다. 입주민들이 생활공간에 어울리는 것을 고를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생활공간과 밀착된 전시공간에서도 다양한 트렌디한 작품들을 집중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과 향유자들의 거리를 좁히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작가들의 데이터작업도 실행되고 있다. 차세대 한국미술을 이끌수 있는 인물들이 발굴될 것이다.

한국미술의 새로운 흐름의 한 축을 만들어 간다는 차원에서 향유자중심의 기획전과 해외전시도 추진된다. 향유자 친화형 아트페어도 만들 생각이다. 인적구성은 이미 마친상태다.

미술향유의 최전선이 된  에어스트림 캠핑카 갤러리
미술향유의 최전선이 된 에어스트림 캠핑카 갤러리

# 왜 ‘홈갤러리’인가?

스타트업의 모토는 ‘홈갤러리’운동이다. 우선 향유자와 소통의 거리를 좁히는 공간적 의미 뿐만 아니라 홈갤러리는 문화향유의 가치가 집약된 표현이다.

뿌리는 하이데거 철학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이데거에게 인간의 주된 문제는 '고향상실’이다.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의 본래적 성질을 온전히 내맡길 수 있는 고향이나 집(홈)과도 같은 장소를 상실하고 자기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한 체로 유령처럼 떠도는 존재다.

인간에게 어떻게 고향이나 집을 되찾아 줄 것인가? 이 문제에서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한다. 바로 '언어’가 고향(집) 같이 존재를 초연히 내맡길 수 있는 곳을 마련해준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언어는 '시적언어’로 '과학적 언어’와는 구별된다. 과학적 언어는 ‘공간’, 즉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몇미터, 몇평, 몇세제곱미터와 같이 측량과 측정이 가능하여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언어다. 반면에 시적언어는 ‘장소’, 즉 어쩐지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찾게되는 그 곳 같이 객관적으로는 측량할 수 없는 인간의 각자 경험이 생성되는 곳이다. 엄마의 등에 엎혀 신나게 밤하늘의 별을 헤이던 장소와 거리와 시간이다.

과학적 언어는 물질문명을 강화한다. 자본주의의 도구로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을 물화시키고 수단화함으로써 특정한 역할에 그 존재를 복속시킨다. 반면에 시적언어는 시,예술,문화의 언어로서 경직된 사물의 양태를 '움직이게’하고 그 고정된 의미를 해방하여 자유롭게 한다. 바로 이 시적언어가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에게 홈(장소-있을 곳)을 마련해준다.

미술을 포함한 예술이 존재의 집인 것이다. 그것에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초연히 내맡김으로서 자기 자신이 되며, 동시에 비본래성에서 본래성을 되찾음으로 인해 ‘치유된다.’ 예술 향유의 가치다. 바로 홈갤러리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미술향유 가치다.

# 왜 문화복지 차원의 미술향유인가?

예술이 ‘존재의 집’이라는 점에서 향유가치는 인간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문화복지 차원에서 다뤄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이제 세계각국은 문화전쟁에서 생존해야 하는 절박한 명제를 안고 있다. 문화복지는 ‘삶의 질’개선이라는 절대적 가치 뿐 아니라 문화우위시대 국민문화수용능력 향상이라는 과제도 떠 맡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미적 감수성과 문화적 창의력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시대가 됐다. 문화적 상상력과 창의성은 국가산업의 원동력이다.

홈갤러리 스타트업은 문화복지(미술복지)라는 명제하에 ‘찾아가는 갤러리’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향유공간을 온라인 뿐 아니라 지역에 산재한 오프라인 공간을 적절히 활용할 예정이다. 이 모든 일들은 창작자와 행유자의 문화복지 증진차원에서 추진된다.

#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된 주된 이유는?

작가와 향유자에 대한 정교한 정보가 절실했다. 기존의 화랑과 옥션사들의 폐쇄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한 정보에 의존하는 미술시장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다.

미술시장도 IT시대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 투명한 정보교류만이 미술시장을 살리는 길이다. 향후 뜻을 같이하는 갤러리 등과도 네트워트화 할 것이다. 주먹구구식 안방장사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세계 유수갤러리들이 이미 서울에 진출해 있다. 글로벌화 된 미술시장에서 생존의 길이 무엇인가 돌아볼 시점이다.

홈갤러리 스타트업은 작가와 향유자(컬렉터)들을 연결시키는 플랫폼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는 ‘제 3의 길’이다. 문화복지 기반확충이라는 큰 틀에서 공공성이 강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마켓팅 등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작가발굴과 향유자 확대를 위해 프로그램도 준비되고 있다. 한국미술의 글로벌유전자를 발굴하는 특별전과 공모전도 전문가들과 구상중에 있다.

특히 뉴욕등 세계주류미술계와 소통을 통해 발굴된 작가들의 세계무대 진출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인적 네트워크도 이미 가동중이다.

IT시대 비즈니스의 희망과 미덕은 가치의 연결에 있다. 홈갤러리 스타트업도 이에 충실할 것이다. 홈갤러리 스타드업의 수익은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캠핑카 갤러리 내부모습

#작가들에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컨템포러리 아트에서 중요한 획을 그은 작가를 엔디 워홀이라 생각한다. 그는 작업자체가 자본주의 대량생산시스템에 충실한 작가다. 상업적 자본주의를 작품자체로 보여준 작가다. 그런 시대정신의 반영,감수성이 필요하다.

사실 워홀은 처음에 6번의 드로잉전을 가졌는데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1958~62년 사이에 그는 심경의 변화를 맞이한다. 자신이 스스로 새로운 예술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자본주의 기계의 부속품처럼 작업을 했다. 실크스크린 큰 꽃그림은 그 때 만들어졌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스스로 자본주의 기계,노예가 되겠다고 했다.하루에 최대 142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자신과 작품 모두를 쏟아 상업 자본주의를 드러낸 것이다. 켐벨 수프 캔,브릴로 박스,마릴린 등의 작품들이 상징적이다.

생존작가중 가장 비싼 데이비드 호크니도 워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선도적 패션감각과 최신 기기(애플 아이패드 브러쉬)를 이용한 그림작업은 신세대 작가들에게 오히려 자극이 될 정도다.

이처럼 작가들도 철저히 시대감성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것이 향유자(컬렉터)와 소통을 가능케 만든다.

갤러리로 변신한 조지타운 캠핑카

전익관 회장은 인생 이력이 독특한 사람이다. 사춘기 소년시절부터 질풍노도의 길을 걸어 왔다. 감수성이 풍부한 소년은 자신의 내면적 요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바람과 구름에도 두둥실 마음을 내맡기고 싶었다. 어쩌면 가난의 해방처였는지 모른다. 어느날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속리산으로 들어갔다. 시를 써 시인이 돼야겠다는 각오에서다. 그날부터 그는 신문사 신춘문예의 단골 응모자가 됐다.

하지만 현실은 그를 자유롭게 놔두지 않았다. 생활비라도 벌어야 하는 입장으로 내몰리면서 외판원, 노무자로 전전했다. 어느 때부턴가 고향 부산에서 택시운전대를 잡았다. 백미러에 비친손님들을 통해 세상공부를 했다. 문학도인 그의 손엔 늘 연필과 종이가 쥐어있었다. 시심이 발동하면 시가 한편씩 운전대 위에서 탄생했다. 

사람의 운명은 만남의 인연에서 바뀐다고 했던가. 어느날 밤늦은 시간에 태운 손님이 바로 고등학교 1힉년 때 친구였다. 옆자리에 앉자마자 그를 알아보곤 “안그래도 너를 만났어야 했다”며 여기서 지금 네가 이런일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미국 화장품과 미용용품 판매사업을 하고 있는 자신의 친구를 찾아가 보라고 권했다. 알고보니 친구의 친구는 판매를 잘하는 직원을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는 그가 외판원 시절 영업력이 탁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런 인연으로 미용용품에 눈을 뜨게 됐다. 히트상품인 두발용품 ‘실크테라피’에 대한 호기심과 선진 미용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어 90년대초 아예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미용실 프랜차이즈 환타스틱 샘즈(Fantastic Sam’s)의 캘리포니아 가맹점주 모집인(Regional Owner)으로 활약했다. 환타스틱 샘즈는 캘리포니아주 인구의 36%가 이용하는 미용실 체인으로 피자헛 등보다 프랜차이즈 순위가 높았다. 전미 프랜차이즈 중 40위권 안에 들 정도였다. 

한국에 돌아와 살롱매니지먼트 전문회사까지 만들어 경영 노하우를 고객인 미용업계에 전파했다. 당시 미용사 한 사람의 기술에만 의존하는 미용업계가 안타까웠다. 손님이 미용실에 머무는 시간에 미용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미용실 내부를 꾸미도록 했다. 머리를 만지는 것 외에 용품판매에서도 수입이 나도록 한 것이다. 이른바 PPH(Production Per Hour, 시간당 생산성)와 PPG(Products Per Guest. 고객 1인당 제품 판매액)이라는 선진화된 경영 개념을 통해 살롱의 낙후된 생산성을 개선하고 미용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했다. 1인 미용사 시스템에서 선진국형 다수 미용사시스템이 정착되도록 하면서 살롱의 수익은 물론 직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노력으로 국내 첫 미용시장경영 석좌교수(서경대)라는 명예도 얻게 되었다.

그는 필요하고 유익한 것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저질러 보는 직성를 지녔다.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면 실패의 두려움은 저만치 꽁꽁 묶어두는 스타일이다. 상대측에 이익이 되게 해주면 결실로 돌아 온다는 믿음이 있다. 이 같은 열정은 결실로 돌아왔다. 그가 창업한 두발제품유통기업인 K&I는 자연스레 승승장구하게 됐다. 고객이 회사를 키워주었다. 그의 진심이 통했던 것이다.

기업은 2013년 LG생활건강에 매각했다. 사업스트레스로 군시절부터 증세를 보였던 공황장애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두려움에 갇히는 병이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할리 데이비슨을 타게 된 배경이다. 두려움은 두려움으로 몰아내겠다는 의지였다. 그의 생각이 맞았다. 할리를 타면서 공황장애도 없어졌다. 늘 그는 사업도 생활방식도 도전이었다.

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스님들의 화두처럼 삼았다. 자신을 진정 알게 해주고 몸안의 위대함을 끄집어 내주었다. 종국엔 두려움이 그를 떠나면서 많은 가르침을 남기고 간다. 가방 끈 짧은 그에게 스승이 된 것이다. 벤틀리도 몰고 에어스트림 캠핑카도 애용하는것도 과시가 아니다. 그에겐 자기개발의 자극제다. 고급 시계 등 악세서리도 매한가지다. 몸을 깨우는 도구인 것이다.

그에게 한국미술의 또다른 희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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