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다종교사회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종교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지요. 그런데 지난 5월 19일(음 4월 8일) ‘부처님오신 날’ 서울의 유명 사찰인 종로구 조계사와 강남구 봉은사에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서울의 대표적 사찰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 봉축법요식이 진행 중에 기독교인 수 십 명이 몰려와 “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러 왔다”며 소리쳤고, 난데없이 ‘찬송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여호와를 경외(敬畏)하라”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팻말에는 ‘인간이 손으로 만든 탑도 불상도 모두 우상이다.’ ‘오직 예수.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라는 성경 구절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가 넘어서자 이들은 조계사 일주문으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확성기를 들고 “하나님을 믿으세요. 회개하십시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불자들의 법요행사를 방해했습니다.
또한 조계사 관계자와 신도들이 이들을 말리며 한때 몸싸움이 벌어졌지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해산했으나, 이들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조계사 주변을 한동안 떠나지 않으며 계속 소란을 피웠습니다. 조계사 측은 이날 “행사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는 행동을 했다”면서도 “이들을 고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편 이날 오후 4시에는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한 여성이 소란을 피워 경찰에 체포됐다고 합니다. 경찰과 봉은사에 따르면, 이 여성은 봉은사 법당에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가 “스님을 만나러 왔다”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면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우산을 휘두르며, 신분증을 끝까지 제시하지 않아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내 종교가 소중하면 다른 종교도 소중한 것이 아닌가요? 우리나라는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사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찌 그 사실을 그들만 모르고 있을까요? 그러니까 겉으로는 비교적 종교적 갈등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사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중 하나가 공격적이고 강압적인 선‧포교에 따른 갈등일 것입니다. 많은 종교지도자들이 ‘화합’과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일부 종교인들이 막무가내 식 선‧포교 활동으로 타 종교를 자극하거나 많은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을 어찌 모를까요? 이렇게 공격적인 선‧포교 활동으로 종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사례 중 하나가 사찰 내에서 벌어지는 일부 개신교 측의 전도행위인 것입니다.
이와 같이 타 종교에 대한 강압적 선‧포교 활동은 종교 간 갈등만 유발하며 화합과 상생의 시대정신과 한참 어긋납니다. 동국대 법대학장인 김상겸 교수는 이를 “이웃‧종교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 교수는 “일부 종교단체의 강압적인 전도(포교) 행위는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는 행위”라며 “사회적 화합을 위해 각 종교 단체는 자제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습니다.
‘유엔종교간 평화추진 한국협회’ 김윤열 대표는 종교가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종교 간 교류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종교의 핵심적 가치는 사랑과 평화다. 서로 싸우는 것은 (창시자의 뜻과는 달리) 신앙하는 사람들의 욕심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마음의문을 열고 이웃종교를 알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종교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지요.
종교야 말로 이런 메마른 상황에서 허덕이는 영혼들에게, 이웃사랑의 미덕을 통하여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구원의 삶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유마거사의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라는 말속에 모든 종교가 지향하는 바가 녹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종교지도자들 특히 사이비종교는 이런 소외된 인간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니체의 말에 따르면, 특정 종교든 정치적 이념이든 어떤 확신에 독단적으로 사로잡히는 것은 일종의 자기 소외이며, 심지어 스스로 노예가 되기를 바라는 태도의 표현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렇게 사이비 종교의 위험성은 자기 소외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인간을 구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화시킬 뿐입니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특히 내 종교만이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는 배타성과 유일성 그리고 맹목성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과장된 자만심은 쉽게 분노하고 타 종교를 공격하는 행위에서 자기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성향을 보입니다. 그리고 동료집단의 인정을 갈망하면서, 자기 확신의 근거를 집단 속에서 찾는 역설적인 의존성을 보이기도 하지요.
어떻습니까? 이 사이비 종교와 광신도들의 광란의 춤을 멈추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종교란 서로 다른 말을 하지만 궁극적인 진리는 하나인 것입니다. 종교 갈등이 횡행하는 한 평화는 없습니다.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도 하나입니다. 우리 서로 사랑하고 남의 종교도 존중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5월 3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