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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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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모래시계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21/06/02 01:08 수정 2021.06.02 01:13
코로나 19라는 미증유의 터널

모래시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이지요. 우리가 코로나 19라는 미증유의 터널을 벗어나는 시계로도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럼 코로나 19의 모래시계는 어디까지 도달했을까요?

지금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5월 15일 동아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산출한 ‘청년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는 지난해 113.36으로 분석이 가능한 2015년(100)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경제고통지수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지표라고 하네요.

알바 자리마저 구하기 어려운 실업난과 치솟는 생활물가 같은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심리적 좌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4·7 재·보궐선거에서도 극심한 취업난(失業苦)과 생활고(貧苦), 사회적 고립(孤獨苦) 등,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20, 30대 ‘3고(苦) 세대’의 억눌린 분노가 표출됐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지난 2월 2일자 SNS에 권영심이라는 분의 <신의 모래시계는 멈추는 순간이 있다.>는 글이 마음을 때려 그 감동을 함께 느껴보고자 합니다.

【일요일은 손님이 가장 없는 날이라고 할수 있는데, 그래도 오후1시면 문을 연다. 손님이 오면 고맙고 안 와도 혼자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3시 못 되어서 손님이 왔다. 처음 오는 젊은 손님이었는데 외모도 깔끔하고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여서 소주와 안주를 만들어 주었다.

“좀 오래 있어도 되나요?” “그럼요.” “와이파이도 되는지요?” “되고 말구요.” 그는 혼자 간간 술을 마시며 폰을 손에 서 놓지 않았고 시간은 흘러 어두워 졌다. 소주는 네 병, 더 달라 해도 시간이 허락지 않기 때문에 그는 일어서야 한다. 그 안에 다른 손님은 오지 않았고 나는 계산을 청구하고 그만 일어설 것을 권했다. 그는 폰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는데 한도 초과였다.

다른 카드도 마찬가지여서 현금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신고하세요.”였다. 예의도 바르고 행동도 반듯했건만, 이제 31세의 젊은이가 4만원이 없어 신고하라는 그 목소리에 내 마음 속에서 뭔가가 끊어졌다. 내가 묻는 말에 그는 천천히 대답했는데, 인력사무실에 나가는데 일이 없다고 했다.

집안에 먹을 것도 없고, 가스가 끊어진 집은 추워서 그냥 정처 없이 걷다가 우리 가게 안의 불빛이 그렇게 따스해 보여서 그냥 문을 밀고 들어왔단다. 고향엔 부모님이 계시고 농사도 지을 수 있는데, 이제는 아무래도 돌아가야 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세요. 가서 부모님과 사세요.”

이렇게 타향에서 설움과 없는 고통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살지 말고 부모님 곁으로 가라고 진심으로 말했다. 그는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무엇을 하고자 하고 본인이 찾기만 하면 지자체의 도움도 많은 것과 사회 복지의 혜택도 많음을 말해 주었다.

그는 자신이 천하의 불효자라고 하면서 연락도 안한 지가 2년이 넘었다고 했다. 나는 내 아들보다 어린 그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부모님 옆에 있어만 줘도 효자라고, 이제 가서 부모님의 곁에서 농사를 함께 지으며 노가다를 할 수 있는 그 힘으로 땅에 승부를 걸어 보세요.”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 그는 도시의 풍파를 겪으며 살 수 있는 영악한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부모님의 집에 전화를 걸어서 이번 명절에 집에 돌아가서 함께 살겠다고 말해 봐요. 부모님이 뭐라고 할지 한 번 들어나 보세요.”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받은 모양이었다.

“- 예... 저예요... 아버지, 저 집에 가서 살아도 돼요? 여긴 일이 없어서... 내일은 못 내려가요...방도 정리하고, 짐도 보내고... 예? 내일요? 아버지...-” 그는 폰을 붙들고 통곡을 했다. 나는 물수건을 따뜻하게 만들어 갖다 주었고 그는 얼굴을 닦고 나서 허덕이면서 말했다.

“아버지가 내일 당장 올라오신다고 했어요.” 그 때 전화가 울렸습니다. 여자의 높은 목소리가 들리면서 비명처럼 그의 이름을 부르는 이는 어머니였다. 당장 주소를 부르라면서 재촉하는 어머니와 데리러 오신다는 아버지가 있는 그는 그렇게 한 부모의 귀한 아들이었다. 택시를 불러 그를 보내고 불을 끄고 나는 조금 울었다.

그런데 오늘 오전에 전화가 왔다. 그의 아버지였고 다 정리하고 지금 제천으로 내려간다면서 너무나 고맙다고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들은 이제 다시는 고향을 떠나지 않고 함께 살겠노라고 했다면서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을지 모르겠다는 그의 아버지 말에 나는 너무나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이제 아들은 다시는 부모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신은 모래시계를 가지고 인간의 복을 저울질하는데, 문득 멈추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결국 도시에서 노숙자나 범죄자로 전락했을 운명을 자신의 의지로 바꾼 것이다.】

오늘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한국경제 완연한 회복세이며, 올해 경제성장율 4% 전망한다.” “이는 2010년(6.8%) 이후 36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라고 했습니다. 그 기나긴 코로나 19의 모래시계가 다 지나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한국의 청년들이여!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고 힘차게 뛸 그날을 준비하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6월 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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