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현상’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낡고 썩고 고루한 보수 정치세력을 완전히 뒤바꿀 세대교체의 바람이라는 기대와 자칫 이 바람이 아직 (세대교체의) 준비가 안 돼 있는 집권 여당을 혼수상태에 빠트릴 수도 있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우려가 공존하는 듯하다.
나는 그것이 아직은 설익은 기대요, 근거 없는 우려라고 생각한다. 30대의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국민의힘 지지자들이나 당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의 결과라고 보지 않는다. 단순히 오늘날 대한민국 보수 정치세력에 인물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드러내는 현상일 뿐이다. 야당 지지자들이 이준석을 적극 택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없이 이준석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드러난 것만 해도 십 수건의 범죄와 비리혐의자이며 국회에서 빠루를 들고 설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국민밉상’을 택하랴, 강남에서 20 몇억 원을 챙긴 소문난 아파트 투기꾼을 택하랴, 다른 당에서 날라온 철새를 대표로 택하랴. 그저 아직 어떤 공직에도 당선 된 적이 없어 권력을 누려 본 경험이 없고 세상 살아온 기간 자체가 짧아 비자발적으로 아직 안(덜) 부패한 젊은이를 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대교체라는 것은 한 인물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세대가 하는 것이다. 그 세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사상과 경륜과 비전을 갖춘 인물이 대표로 나서 새 시대를 열어 제치는 것이다.
이를 테면 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서 싸워야 할 때 유진산이라는 왕사꾸라에게 농락 당하던 야당을 혁신하게 위해 김대중 김영삼이 높이 들었던 ‘40대 기수론’이 그렇다.
그런데 과연 지금 정치상황이 그렇게 엄혹하고, 이준석을 미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그렇게 단단히 각성해 있고, 대표로 나선 이준석이 그렇게 뛰어난 리더십과 책임감, 도덕성을 보여주고 있는가. 터무니 없는 소리다.
나는 기본적으로 보수를 자처하는 젊은 세대가 이준석 같은 인물을 당 대표로 추대해 성공시킬 힘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이준석 현상’의 본질이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일어난 세대교체 바람이 아니라 오래전 낡고 병들어 정권을 담당할 능력조차 잃어버린 국민의힘이 여전히 정권탈취의 야욕만은 살아있어 언론과 함께 정치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더 이상 인물을 찾을 수 없는 것을 허울 뿐인 ‘세대교체’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에 인물이 없는 건 대통령 선거 후보군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내부에서 찾다 찾다 못 찾으면 밖에서 찾을 모양인데 내 눈에는 가정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시정잡배의 도덕성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살아온 불한당, 공금을 생활비로 썼으면서도 전혀 부끄러움이 없는 양심불량자, 나 아니면 안 된다면서도 어떠한 신뢰할 만한 리더십도 보여주지 못하는 정치적 미숙아 외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보수세력이 이처럼 인물난에 허덕이는 것은 보수세력이 더 이상 보수가 아니라 오래전 지켜야 할 가치도 없고 미래의 비전도 없이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 헐떡이는 수구세력으로 변질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처럼 ‘이준석 현상’이 진정한 세대교체의 바람이 아니라면 이는 분명히 정권 탈취를 위한 정치공작으로 이어질 것이다. 온갖 정치 모사꾼들, 여론조사 기관들, 언론들이 이 정치공작에 가담할 것이고 우리 사회의 온갖 기득권세력이 동원돼 형편없는 인물을 대단한 거물로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은 실체도 없는 세대교체 바람에 공연히 휩쓸려 우왕좌왕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송영길 지도부는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을, 초선 의원들은 초선의원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