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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화종구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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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화종구출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21/06/11 00:38 수정 2021.06.11 00:42

화종구출(禍從口出)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구화지문(口禍之門)과 같은 말이지요. 그러니까 ‘모든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제일 무서운 폭력은 아마 바로 언어(言語)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입을 놀리거나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삼가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원래 화(禍)란 입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으로, 말을 삼가야 함을 이르는 말.
원래 화(禍)란 입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으로, 말을 삼가야 함을 이르는 말.

맹렬한 불길이 집을 태워버리듯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그것이 불길이 되어 내 몸을 태우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의 불행한 운명은 바로 자신의 입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오죽하면 옛 선인들이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라고 했을까요?

요즘 대화중에 막말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고 심지어 폭행과 살인으로 이어지는 불행한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러니 상대방이 듣기 좋고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너그럽고 부드러운 말은 차츰 사라지고 있지요.

귀하게 자라서 부엌일을 거의 안 해본 며느리가 결혼해서 처음으로 시아버지 밥상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반찬은 그런 대로 먹을 만했는데 문제는 밥이었습니다. “식사준비가 다 되었느냐?”는 시아버지의 말씀에 할 수 없이 밥 같지 않은 밥을 올리면서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며느리가 말했습니다.

“아버님, 용서해 주세요!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것을 해왔습니다. 다음부터는 잘 하도록 하겠습니다.” 혹독한 꾸지람을 각오를 하고 있는 며느리에게 시아버지는 뜻밖에도 기쁜 얼굴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가야, 참 잘됐다! 실은 내가 몸살기가 있어서 죽도 먹기 싫고 밥도 먹기 싫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것을 해왔다니 정말 고맙구나!”

‘그동안 친정에서 뭘 배웠느냐, 대학은 폼으로 나왔느냐’ 하고 꾸지람을 주실 법 한데 오히려 무안해 하는 며느리에게 따뜻한 말씀을 하신 시아버지는 정말 지혜로운 분이 아닐까요? 그 지혜로운 인격과 성품으로 그 시아버지는 평생 며느리의 극진한 섬김을 받았다고 하네요.

이렇듯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상처 주는 말 한마디로 평생 원수가 되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人生事)일 것입니다. 이와 같이 날마다 인간의 마음을 파괴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의 폭력’입니다.

인간관계는 유리그릇과 같아서 조금만 잘못해도 깨지고,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원수가 되어 버리기 십상입니다. 우정을 쌓는 데는 수 십 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단 1분이면 족하다고 합니다. 서로서로 따뜻하고 정다운 말 한마디로 상대를 배려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삶으로 우리 함께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귀와 입을 더럽히면 마음을 더럽히는 것입니다. 한 번 마음이 더러워진 뒤에는 얼룩지고 때가 끼어도 잘 알 수 없지요. 우리의 마음이 오염되기 전에 조심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화종구출’의 내용을 살펴봅니다.

첫째, 막말은 사양하는 것입니다.

화종구출은 진(晋)나라 사상가 부현(傅玄)의 <구명(口銘)>에서 유래하는 말입니다. 재화(災禍)는 입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으로, 재앙은 입을 잘못 놀리는 데에서 생긴다는 것입니다. 아예 우리들의 입에서 막말은 사양해야지요.

둘째, 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베푸는 것입니다.

《논어(論語)》에 ‘손여지언(巽與之言’라는 말이 나옵니다. 귀에 거슬리지 않도록 공손하고 완곡(婉曲)한 말로 사람을 깨우친다는 의미이지요. 즉 ‘남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는 온화(溫和)한 말’이라는 뜻입니다.

순자(荀子)의 <영욕편(榮辱篇)>에 나오는 ‘여인선언, 난어포백(與人善言, 煖於布帛)’도 ‘손여지언’과 비슷한 뜻입니다. ‘남에게 부드럽고 착한 말을 해 주는 것은 의복을 주는 것보다 더 따뜻하다.’라는 말입니다. 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베푸는 삶이야 말로 엄청난 공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셋째,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것입니다.

이 속담에서 ‘천 냥’은 큰일이나 어려운 일, 불가능한 일 등을 의미합니다. 말 한마디에 어떤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말을 공손하고 조리 있게 잘하면, 부드러운 말 한마디로 엄청난 액수인 ‘천 냥’이라는 빚을 갚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태산(少太山) 부처님의 법문(法門)에 「우리 속담에 말하고 다니는 것을 나팔 불고 다닌다고도 하나니, 사람사람이 다 나팔이 있어 그 나팔을 불 되 어떤 곡조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어떤 곡조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며, 어떤 곡조는 슬프게 하고, 어떤 곡조는 즐겁게 하며, 어떤 곡조는 화합하게 하고, 어떤 곡조는 다투게 하여, 그에 따라 죄와 복의 길이 나누이게 되느니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막말 정치, 그리고 일부 극열한 세력인지는 몰라도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을 향하여 입에 담지 못할 카톡이나 막말을 보면 그분들의 앞날이 여간 걱정이 아닙니다. 그 과보를 무엇으로 감당할 것인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어떻습니까? 이왕이면 한량없는 복의 문이 열리는 좋은 곡조의 나팔을 불면 좋겠습니다. 그럼 천만 사람이 다 화하게 하여, 자기 일이나 공중의 일이 흥하게 하는 주인공이 되지 않을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6월 1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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