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상윤 기자]조용한 산중에 울려 퍼지는 트로트 음악과 의문의 방송. 자연인을 찾아 산속을 헤매던 제작진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꽤나 당황스럽다.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레 노랫소리를 따라가 보는 제작진.
그곳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예쁜 오두막 두 채와 휘날리는 태극기를 본 순간, 당황스러움은 호기심으로 바뀌어 버렸다. 태양열로 방송 시스템을 만들어 멧돼지를 쫓고, 산속에 갖춰진 완벽한 헬스장까지 모든 것이 준비된 산중낙원이라니. 더욱이 이곳의 주인장은 행정학과 법학 박사라는 자연인 배순기(67)씨.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가 직접 지었다는 두 채의 오두막에는 더 놀라운 것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는 마흔 살에 야간 대학교에 입학한 만학도였다. 농사를 지으셨던 부모님은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자식들 공부만큼은 누구보다 열성이셨다. 고향에는 초등학교뿐이라 중학교부터는 외지로 나와야 했다는 자연인.
학비에 하숙비까지 대느라 동네에서 돈을 꾸고, 날품팔이를 하셨던 부모님은 그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공무원이 되라고 하셨다. 6남매의 장남이었던 그는 모든 걸 헌신하신 부모님의 뜻대로 대학교 대신 공무원의 삶을 택했고, 그렇게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인맥과 차별.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현실은 일하는 내내 자격지심과 원망이 되었다.
좌절이 반복되자 고민은 깊어졌고 결국 마흔 살에 대학생이 되었다.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에는 공부를 했다. 매일 자정이 돼서야 집에 왔고, 저녁도 그때서야 먹다보니 건강도 하루하루 나빠졌다.
그렇게 4년.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탓일까. 공부에 대한 욕심은 18년 동안 이어졌고, 58살이 됐을 때 비로소 행정학과 법학 박사라는 꿈을 이뤘다. 그런데 그는 돌연 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용접 기술을 배우고 된장 담그는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그렇게 2년 후 정년퇴임을 한 그는 산으로 향했다. 대학교 시간 강사도 마다하고 그는 왜 박사에서 산사나이가 된 것일까.
준비된 자연인은 다르다! 산에 오기 전 배운 용접기술로 컨테이너 두 개를 예쁜 오두막으로 개조했고, 2층짜리 헬스장도 지었다. 마당에는 아내를 위한 높은 그네도 만들었다. 항아리에는 그가 장인에게 배워 담근 된장이 가득이다.
닭장에는 부화 전용 아파트가 있고, 취미로 하는 양봉도 말법 잡는 기구를 만들 만큼 그가 산에 사는 방법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5년 묵은 된장으로 끓여내는 된장찌개와 집 앞 계곡물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인 어죽, 다슬기 수제비 등 요리 박사를 방불케 하는 수준급 실력까지 그의 산중생활에는 분명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산에서 행복 박사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자연인 배순기씨의 이야기는 27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