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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여백 속에서 펼쳐지는 이강소 그림..
문화

꿈이라는 여백 속에서 펼쳐지는 이강소 그림

편완식 기자 wansikv@gmail.com 입력 2021/06/21 00:11 수정 2021.06.21 10:56
8월 1일까지 갤러리현대 '몽유'전...어린시절 모래그림 연상
제 3의 눈으로 보는 풍경...교졸하기조차한 순진무구 세계
이강소 작가
이강소 작가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팔순에 가까운 아티스트가 이제 다시금 고향 낙동강 모래톱에 서 있다. 어린시절 물에 흠뻑 젖은 몸으로 물속에서 나와 모래놀이를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바로 엊그제 일인듯한 꿈 같은 풍경이다. 인생이 일장춘몽이라 했던가. 나뭇가지를 하나 든 소년은 모래 위에 휙휙 선을 그어 나간다. 나뭇가지가 지나간 자국으로 인해 자국 바깥의 모래는 순간 분할된 여백처럼 보이면서 자국 그 자체는 그럴듯한, 그러나 뭐라 특정할 수 없는 입체감을 주는 이미지로 새겨진다. 선을 긋는 장난스러운 행위 때문에 아무것도 없던 모래바닥이 여백이 되면서 화폭으로 변신한 것이다.

청명
청명

오는 8월 1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 ‘몽유(夢遊, From a Dream)’를 펼치는 이강소(78) 작가의 작품을 한마디로 꿈이라는 여백 속에 펼쳐진 현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희디 흰 캔버스 바탕에 먹색의 스트로크(붓의 일필)가 물리적인 동력으로 면을 가르며 분할하면서 바탕이 돌연 여백이 되면서 여백 자체가 하나의 입체같은 환각을 부여하면서 공간적인 느낌을 자아내어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는 듯한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 이강소 미술의 가장 특징적 부분을 이룬다.

최근작 ‘청명(淸明)‘시리즈는 특히나 맑고 밝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붓질을 떠올리게 해준다. 모래사장 위에서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며 노는 순진무구한 그래서 교졸하기조차한 이미지를 새기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중첩된다. 세상살아 오면서 품었던 의기와 집념이 노년에 풀어져서 느슨한 느낌으로 그려내는 선과 면이 더욱 더 단순해지고 자연스러워져, 인위성이 제거된듯 보여서 오히려 더 강력하게 다가오며 울림을 준다.

모노톤에서 탈피해 색채도 가미되고 있다. 크래파스을 가지고 종이 위해 마음껏 자유롭게 색을 칠하고 있는 아이들을 연상시킨다. 작가들의 최대 소망이 어린아이처럼 잃어버린 순수로 되돌아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청명

작가는 자연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색채를 억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벌이 꽃을 향해 날아가고, 새들이 서로를 유혹하는 수단에도 색채가 있음을 환기시켰다. 사실 작가는 모노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단색화로 불리기를 끝내 거부했다.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는 오리 그림이다. 어느 겨울날 들렀던 서울대공원에서 얼음이 언 연못에서 노는 오리의 생동감에 자극을 받아 붓질로 옮겼다. 기운생동,양자물리학에서의 에너지 같은 ’제3의 눈‘이다. 존재론에 치우쳤던 서구사상의 한계를 벗는 순간이다.

오리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사실 현실의 개념적 이해는 실재도 아니고 묘사도 아니다. 플라톤도 장자도 현실은 가상이라 했다. 시뮬라크르다. 배나 집 같은 이미지도 매한가지다.

규정되지 않은 비논리적인 것들이 열린 감성을 불러일으켜 작품이 소통수단이 아니라 소통 그 자체가 되고 있다. 이입,주객통합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 자체가 캔버스 속에 품어지는 것이다.

청명

서울대 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이강소 작가는 1970년대 ‘신체제’,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서울현대미술제’ 등을 주도하며 한국 실험미술운동의 최전선에 있었다. 내년에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전시 '아방가르드: 1960~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 참여 작가로 선정됐다. 이건용, 이승택, 김구림, 성능경 등과 함께 전시에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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