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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결국, 검찰 출석..
정치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결국, 검찰 출석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5/08 19:37
[정리뉴스]‘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뇌물 ‘배달사고’ 일축하더니 이번엔 “물증 없다” 무죄?

홍준표 경남지사(61·사진)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8일 검찰에 출석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8일 오전 10시 홍준표 경남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8명(김기춘, 허태열, 이완구, 이병기, 홍준표, 유정복, 홍문종, 부산시장)의 정치인 중 첫번째 소환이다. 홍준표 지사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1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홍준표 지사는 검사 출신이다.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사건을 맡아 박철언 전 장관과 당시 이건개 대전고검장 등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시켰다. 정치자금 수사로 스타덤에 올랐던 검사 출신 홍준표 지사는 20여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처지가 됐다. 공수가 바뀐 셈이다.

성완종 전 회장이 1억원을 건넸다고 지목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홍 지사는 연일 출근길 발언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선배 검사로서 검찰에 쓴소리를 해왔다. 검찰 수사를 비판해온 평소 발언이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은 홍 지사를 상대로 그동안 확보한 증거들을 토대로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홍 지사와 검찰 특별수사팀의 공방에 시선이 모아진다.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홍준표 지사는 1977년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됐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14기)다. 청주지검 시절 원래 이름이던 홍판표에서 홍준표로 개명했다.

홍 지사는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업계 비호세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제6공화국 황태자로 꼽혔던 박철언 전 장관을 구속해 일약 스타 검사로 부상했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TV드라마 <모래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홍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홍 지사는 이 수사에서 박철언 전 장관을 5억원 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박 전 장관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면서 전달자 홍모 여인의 ‘배달사고’ 가능성을 언급하자, 홍 검사는 “뇌물사건 중 물증이 없는 경우가 80%는 된다. 대부분 현금거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증 없이 유죄가 확정된 대법원 판례가 한둘이냐”고 박 전 장관의 해명을 일축했다.

홍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검찰 조직에 순응하지 않는 검사로 낙인찍혀 한직을 전전하다 1995년 사직했다. 같은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서울 송파갑에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2001년 보궐선거에서 부활해 18대까지 내리 4선을 하면서 사무총장, 원내대표, 최고위원, 당 대표를 지내며 거물급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2001년 10월5일 동대문을 재선거에서 승리한 한나라당 홍준표 당선자가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굴곡도 적지 않았다. 2007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선 갑자기 투입된 오세훈 전 시장에게 밀렸다. 2010년 전당대회에선 안상수 전 대표에게 패했다. 재도전 끝에 2011년 당 대표가 됐지만 최구식 전 의원 비서의 ‘중앙선관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으로 5개월 만에 물러났다.

19대 총선에선 서울 동대문을에서 민주통합당 민병두 후보에게 패한 뒤 ‘재야에서 제3막의 인생을 찾을 것’이라는 글을 남기고 도미했다. 이후 18대 대선과 함께 치른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8개월의 ‘야인’ 생활을 끝내고 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범(汎)친이계로 분류되는 홍 지사는 당내 주류인 친박계와는 불편한 사이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정치적으로 고립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경수 후보에게 완승을 거두고 재선에 성공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왼쪽)가 2012년 11월16일 경남 마산시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민과 함께 희망경남 만들기’ 대회에서 같은당 홍준표 경남지사후보와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박민규기자


■검찰 소환 앞둔 홍준표 지사

 홍준표 지사는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연일 해명과 반박을 내놓았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 초기에는 다른 정치인들처럼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법리에 근거해 해명을 시작했다. 오는 8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홍 지사는 6일 “검찰이 유일한 증인인 윤승모씨를 한 달 동안 통제 관리하고 10여차례 조사하면서 진술 조정을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검찰 수사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알려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6일 오전 집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도중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수첩을 꺼내든 채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ㅣ연합뉴스

 성완종 전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된 다음날인 지난달 10일 검찰은 성완종 전 회장의 시신을 조사하던 중 바지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발견했다. 성완종 전 회장의 메모에는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7억, 유정복 인천시장 3억, 홍문종 2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이라고 쓰여 있었다.

홍 지사는 같은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배달사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홍 지사는 “내 이름이 왜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치판에는 왕왕 이런 경우가 있다. 로비했다고 해서 전부 본인과 연결됐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검사 시절 박철언 전 장관이 뇌물 수수 의혹에 배달사고 가능성을 언급하자 “뇌물사건은 물증이 없는 경우가 80%는 된다”고 박 장관의 해명을 일축했다. 그런데 이번엔 홍 지사가 스스로 ‘배달사고’ 운운하며, 물증이 없다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1억원 수수 의혹에 휩싸인 그의 모습이 더욱 역설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홍 지사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지난달 13일부터는 매일 아침 출근길 발언을 통해 목소리를 내며 검찰과 수싸움을 시작했다.

홍 지사는 “일이 있을 때마다 언론에서 미리 공방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금품 전달자로 거론된 윤승모씨에 대해서는 “2011년 경선 때는 직접 조직에 들어오지 않고 당시 한나라당 내 민주계 사람들을 상대로 전국적으로 뛰어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해줬다. 저한테는 참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에는 억울함을 드러냈다. 홍 지사는 출근길에서 “고인(성완종)이 왜 그런 메모를 하고 돌아가셨는지, 무슨 억하심정으로 메모를 남기고 돌아가셨는지 거기에 대해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올무’에 걸렸다는 표현도 썼다. 홍 지사는 “지금 내가 성완종 리스트란 올무에 얽혀 있다”며 “왜 이런 올무에 얽히게 됐는지 그것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달 29일부터는 성 전 회장의 메모와 녹취가 증거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의 메모는 반대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메모나 녹취록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작성된 게 아니어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반박을 내놓았다. 법의 속성을 잘 아는 ‘내가 전문가’라는 자신감으로 변호사도 서둘러 선임하지 않았다.

 

홍 지사의 장외 변론에 검찰이 지난 2일 “검토 결과 성 회장의 메모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밝히자, 홍 지사는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팻감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과 청와대를 겨냥했다. 팻감은 바둑 용어로 ‘패를 이기고자 다른 곳에 두는 수’를 말한다. 검찰 수사가 옥죄어오자 정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 지사는 이어 “성완종 사건에서 나를 수렁에서 건져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다른 분들은 정치세력이 뒷받침되지만 나는 나 홀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어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검찰 소환이 임박하자 홍 지사는 출근길 언론 취재에 더 이상 응하지 않겠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검찰 소환 하루 전날인 7일 홍 지사는 돌연 휴가를 내고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홍 지사는 8일 오전 특별수사팀 조사실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에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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