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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찾사 ‘막둥이’
문화

웃찾사 ‘막둥이’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5/08 19:51

ㆍSBS 웃찾사 인기코너 ‘막둥이’, 코미디언 김현정
ㆍ“개그 한계 느껴 2년간 밴드활동… 어두운 노래하다가도 관객 웃겨”

여성 경찰이 남장한 채 폭력조직에 잠입한다. 얼굴에 수염을 잔뜩 붙이고 머리도 ‘깍두기’식으로 깎았다. 조직 막내가 된 여경은 이제 ‘막둥이’(사진)라 불린다. 그는 뜻밖에 이곳에서 조직원이 된 첫사랑을 만난다. 둘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고 옛사랑의 감정을 다시 느끼지만 서로를 위해 모른 체해야만 한다. 여경은 자신의 정체를 조직 보스에게 들킬까봐 노심초사하며 남자보다 더 남자다운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인기 코너 ‘막둥이’의 줄거리다.

최근 서울 강서구 SBS 공개홀에서 만난 ‘막둥이’ 역의 코미디언 김현정(33)은 “‘막둥이’는 보는 사람들을 웃기기는 하지만 상당히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우선 ‘남장여자’의 슬픈 이야기를 그려놓고 여기에 개그를 삽입했다고 말했다. 그의 구상 단계에선 웃음보다 플롯과 캐릭터가 우선이다. 김현정은 코미디계에서 대본 구성 능력과 연기력을 고루 갖춘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웃찾사> ‘막둥이’를 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개그우먼 김현정이 서울 강서구 SBS 공개홀 내 사무실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고 미소를 짓고 있다.

‘막둥이’는 <웃찾사> 녹화 현장에서 관객 반응이 좋은 코너다.

관객은 막둥이가 하는 “눈 감고, 귀 닫아” “여~부가 있겠습니까” 등 대사는 물론 “으헤. 으헤헤” 같은 추임새까지 거의 빠짐없이 따라 한다. 김현정은 “난 계산적으로 대본을 쓰는 편”이라며 “관객들이 따라 할 부분을 정확하게 나눠놓고 개그, 유행어, 진지함 등을 배치시킨다”고 설명했다. 6~8분의 짧은 콩트지만 마치 희곡을 쓰듯 호흡을 고려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김현정은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를 나왔다. 연극연출가 오태석처럼 되고 싶어 극작과에 입학했다. 이처럼 연극에 관심이 많던 여대생이 코미디를 하게 된 계기는 바로 팔씨름 때문이다. 대학 시절 학교 체육대회에서 열린 팔씨름 대회에 나갔다가 선배인 개그맨 심현섭을 만나 대학 개그동아리에 발을 들이게 됐다. 당시 서울예대 개그동아리 ‘개그클럽’은 신동엽, 김경식 등 걸출한 코미디 스타들을 배출한 곳으로 유명했다. “원래 그냥 쭉 웃기는 아이”였다는 김현정은 결국 2006년 <웃찾사>를 통해 데뷔했다.

어느덧 10년차 코미디언인 김현정은 자신의 개그에 자부심이 강하다. 2006~2007년 <웃찾사> ‘귀여워’와 ‘퀸카 만들기 대작전’ 등 코너들을 히트시켰다. 하지만 코너 이름을 듣고 ‘김현정’이란 이름 석자를 바로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막둥이’는 2년여의 긴 휴식 기간을 가진 그의 복귀작이다. 김현정은 “음악이나 그림에선 자기만의 스타일이 인정되지만, 개그에선 이를 ‘자기 표절’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사랑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내 색깔을 유지하다보니 결국 한계에 부딪힌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2008년 <웃찾사>를 떠나 순위제로 진행되는 tvN <코미디빅리그> 무대로 옮긴 그는 매번 최하위권을 맴돌다 공개 코미디를 떠났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변화를 줘야 했지만 그걸 인정하는 게 싫었다. 그의 표현대로 “독고다이식”이다. 코미디를 그만둔 김현정은 갑자기 인디클럽과 음악 페스티벌에 출몰했다. ‘밤손님’이란 밴드의 보컬로서 그가 청아하면서도 약간 ‘뽕필’이 담긴 목소리로 음울한 노래를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바닥에선 제가 갓난아기처럼 온갖 도움을 받아야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좋더라고요. 또 무대에선 어두운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를 하는 사이마다 제가 자꾸 그렇게 관객을 웃기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제 다시 코미디가 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죠. 사람들을 웃기는 걸 되게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걸 좋아하지만, 한때 슬픈 노래를 부르기도 했던 김현정의 평소 모습은 어떨까. ‘우울한 나’와 ‘웃기는 나’가 함께 있단다.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슬퍼서 ‘좀머씨’처럼 동네를 방황했다는 이야기를 하던 그가 갑자기 거친 농담을 던졌다. “저도 나중에 웃기지 못하면 소설 속 ‘좀머씨’처럼 죽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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