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해주에서 피난 내려와 실향민으로 일평생 전쟁의 비극과 아픔을 작품화 해 온 구순의 이동표 작가의 작품전이 7월 22일까지 부산 미광화랑에서 열린다.
고인이 되신 이구열 미술평론가는 생전에 이동표 작가를 이렇게 회고했다.
미술계에서의 그간의 이동표 평가는 그를 낳자마자 불쌍하게 저 세상으로 떠나간 어머니를 마음으로 되살려 그리고 또 그리려고 한, ‘어머니 집착의 화가’로서 널리 정평이 나 있다. 그의 마음속에 그만큼 항시 살아있는 영원한 어머니상의 슬픈 찬미를 수십년 이상 끊임없이 연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해도 벽성(해주에서 가까운 고장)의 농촌에서 이동표를 낳은 어머니는 가난으로 산후 바라지가 잘못돼 이내 불쌍한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해주미술학교 학생이던 6.25전쟁 때 생사의 여러 고비를 넘어 남한으로 탈출할 때에도 그는 그럴 겨를이 없어 어머니의 사진 하나를 챙겨오지 못했다. 그 회환이 그를 평생 한스럽고 슬프게 했다. 그 회환은 화가로 뜻을 이룬 그의 그림 속에서 어머니의 그리움이 사무치게 거듭거듭 그려졌다. 그것은 곧 어머니의 영생을 기도하려고 한 것일 것이다.
전시에서는 비장한 표현주의적 적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작가는 어머니의 영혼을 자신의 화실로 모셔오겠다는 환상적 염원으로 ‘어머니 초혼전(招魂展)’을 갖기도 했다. 선명한 기억 속의 고향 해주와 어머니 모습을 합치시킨 ‘어머니 품 같은 내 고향 해주’, 별이 총총한 밤하늘의 커다란 둥근달 안에 쓸쓸한 모습의 노인(아버님)을 그려 넣고 그 앞에는 남한에 잘 살아있는 자신의 가족이 ‘아버님 전’이라고 쓴 깃발이 등장하는 ‘아버님 전상서’ 작품 등은 눈길을 끈다. 작가는 카달로그에 “매년 추석날 밤 보름달에 비친 아버님 환영을 보면서 띄어 올리는 애절한 편지, 소자도 하늘에 오르는 날 우리 부자 구름 위에서 만나 그동안 못다 나눈 이야기 들려드리겠습니다”라고 썼다.
이동표 작가 처럼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을 소재로 평생 작품을 이어온 온 작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동표 작가의 작품은 분단의 비극에 보내는 전상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