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끼리끼리 모여 사는 것’을 말함이지요. 사물에는 각기 비슷한 부류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은 '서한(西漢) 성제(成帝) 때, 유향(劉向)이 정리한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에 나옵니다.
사람이 자주 만나면 정이 듭니다.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로 우리 덕화만발 가족도 자주 만나지 못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 인간에게 사랑만큼 신비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나는 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을까요?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 중 왜 하필 그 사람과 사랑하게 됐을까요?
세상에 흔하디흔한 것이 사랑이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사랑이라지만, 우리에게 사랑은 여전히 어렵고 그 실체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확률로 볼 때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거의 기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요? 나는 언제 어떻게 그 사람을 내 사랑이라고 알아봤을까요? 그리고 이 사람이 진정 나의 사랑이 맞을까요?
남녀 간의 문제에서 사랑을 다루지 않은 분야는 찾기 어렵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선택의 문제에 유별나게 관심을 기울인다고 합니다. 사랑은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관계적 문제, 즉 지극히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지요.
대만에 서로 사랑하는 처녀 총각이 있었습니다. 이 둘은 정말 많이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직장 관계로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만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총각은 처녀에게 사랑의 편지를 열심히 보냈습니다. 얼마나 많이 보냈을까요? 자그마치 2년여 동안 약 500여 통의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대단한 연인관계지요. 드디어 2년 후에 이 처녀가 결혼을 했답니다. 누구랑 결혼 했을까요? 당연히 500통의 편지를 보낸 그 총각일까요? 아닙니다. 500번이나 편지를 배달한 우편배달부와 결혼을 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편지의 힘’(사랑)보다는 ‘만남의 힘’(사랑)이 더 강하다는 보여 준 것입니다.
이 이론은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자인 ‘로버트 재이욘스(Robert Zajonc : 1923~2008)’라는 사람이 연구한 ‘호감 이론’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된다.’는 그런 말입니다. 그러니까 한 번도 만나지 않고 편지만 500통 보낸 남자보다는 한 번도 편지를 안 썼지만 500 번 만난 우편배달부가 결혼에 골인한 것입니다.
도반(道伴)과 동지(同志)도, 가족도. 친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가지 사정을 핑계로 어쩌다 한번 만나면 서먹서먹하기 마련입니다. 안부 묻고 나면 별로 할 말이 없지요.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자주 많이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그 고귀한 코로나 19님 때문에 우리의 만남은 정(情) 마저 서먹할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만남 자체가 곧 사랑하는 길인데 말입니다.
우리 <덕인 회>와 <덕화아카데미> 가족들이 만난 지도 거의 1년 반이 가까워 옵니다. 7월에는 마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남녀 간에는 서로 비슷한 변수가 매우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연애나 결혼에서 닮은 사람을 선택하는 경향성을 사회심리학에서는 ‘맞춤원리(matching principle)’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신체적 매력이나 행동, 태도에서 유사한 사람끼리 좋아지게 된다는 현상을 다루는 연구가 ‘맞춤원리’인 것이지요. 최근에는 성격뿐 아니라 심리적 성향을 비롯해 인종과 종교, 유전인자, 정치적 성향과 같은 다양한 인구통계학적인 유사성 연구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런 심리연구들의 결론은 하나같이 유사성이 클수록, 즉 서로가 비슷할수록 관계의 만족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과 사람 간에 수많은 유사성들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요소는 외모, 교육수준, 인종, 종교 등이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주변의 커플들을 볼 때 닮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됩니다.
우리는 주로 관계의 지속성이 오래된 커플일수록, 오래도록 함께 산 부부일수록 더 많이 닮은 것으로 인식합니다. ‘로버트 제이욘스’는 커플이 닮은 이유는 애당초 유사한 파트너 간의 결혼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결혼한 이후에 비슷해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서로 닮아서 끌린 것이 아니라, 사랑하다 보니 닮았다는 것이지요.
사랑을 연구한 심리학자 ‘파인스(Ayala Malach Pines)’는 성격의 유사성은 자기 인식에 대한 불안을 감소시키고 이를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기 성격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얻는다는 것이지요.
나와 성격이 비슷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되는 일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성격의 유사성은 결정적으로 소통을 쉽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사람은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먹고 살기 때문이지요.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덕화만발』의 기치 아래 만난 도반이고, 동지입니다. 우리 함께 손에 손잡고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그렇다면 이 메마른 세상에 얼마나 좋은 인연입니까? 우리는 자주 만나야 합니다. 서로 사랑하며 살아도 세월이 너무 짧기 때문이 아닌 가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6월 2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