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현수 기자='지브리니'(지브리+리니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던 넷마블의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이하 '제2의 나라')가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2의 나라'는 레벨파이브와 스튜디오 지브리가 협력한 판타지 RPG(역할수행 게임) '니노쿠니'를 모바일 RPG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원작의 세계관을 새롭게 구성, 카툰 렌더링 방식의 3D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느낌의 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지브리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살린 그래픽과 지브리를 상징하는 음악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곁들여진 예고편으로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었고, 2021년 6월 10일, 오픈 직후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게임 1, 2위 터줏대감인 NC소프트의 '리니지' 형제를 밀어내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출시 당일에는 한국 애플앱스토어 매출 1위도 차지했다.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가 나왔다. 일본에서도 최고매출 구글플레이 4위, 애플앱스토어 3위 등의 성과를 기록했으며, 8일 출시한 대만·홍콩·마카오에서는 사전 다운로드 만으로 3개 지역 애플앱스토어 인기 1위, 출시당일 대만·홍콩 애플앱스토어 매출 1위, 구글플레이 매출 대만·홍콩·마카오 1위 등을 차지했다.
지금은 '리니지M'과 '리니지2M'에 밀려 3위에 안착했지만, 그래도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과 넥슨의 '바람의나라: 연'과 'V4' 등을 제치고 있어 결코 나쁘지 않은 성과다.
참고로 '니노쿠니' 시리즈는 레벨파이브와 스튜디오 지브리가 합작한 판타지 RPG 시리즈다. 단순히 게임 내의 동영상을 제작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지브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과 동일한 퀄리티와 연출을 하기 위해서 게임의 모든 부분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게임으로는 드물게 서양권에서도 나쁘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사실 이 게임은 출시 전에는 '리니지'류의 게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완성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게임 발매 초기에 개발진에 '리니지' 출신들이 있다는 소문이 알려져 리니지와 비슷한 과금 시스템이 적용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NC소프트의 '트릭스터M'이 많은 홍보 끝에 출시됐지만, 결과적으로 '귀여운 리니지'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가 떨어진 상태에서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왔다. '한국 게임들은 다 비슷하게 돈만 밝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 소문은 NC소프트의 '리니지' 개발진이 아닌 넷마블이 NC소프트의 IP(지적재산권)만 빌려서 만든 '리니지2: 레볼루션' 개발진이라고 확인됐지만, 여전히 'Pay to win'류 게임, 즉, 현금을 투자한 만큼 강해지는 류의 게임으로 많은 돈을 투자해야 즐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스그라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소위 '현질'(많은 돈을 게임에 쓰는 행위를 일컫는 속어) 게임일 것이라는 섣부른 비난이 나왔고, 리니지에 지브리 스킨을 씌웠다는 의미로 '지브리니', 혹은 '지브리니지', '리니지브리'라는 별명이 붙기까지 했다. 넷마블 측은 출시 전 '무(無)과금으로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출시 후 확실히 인기는 끌었다. '리니지' 형제를 밀어내고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게임 1위에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초창기에는 출시 전 우려가 현실화 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리니지의 '아인하사드'와 비슷한 시스템, 즉, 획득 경험치와 아이템 드랍률이 크게 오르는 아이템을 파는 것으로 확인됐고, 서버가 자동사냥을 계속 돌려주는 AI 모드가 확인됐으며, 자동 사냥 옵션에서 몬스터 사냥/PK 옵션이 있어 오토로 PK(Player Kill, 게임 속에서 유저를 죽일 수 있는 기능)를 통제하게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왔다.
뿐만 아니라 특정 길드(게임에선 킹덤원이라고 한다.)가 수도를 점령하면 길드원에게 특별 아이템, 버프, 코스튬은 물론 아예 서버 이벤트, 서버 정책 등을 열 수 있는 권한을 줘 리니지의 '혈맹' 시스템과 유사한 게임 내용까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리니지'와는 다른 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아인하사드'와 비슷한 시스템은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무리한 과금 유도도 생각보다는 적었다.
또 PK 시스템은 실제로 사용해 보면 디메리트(Demerit)가 너무 커서 함부로 다른 유저들을 사냥할 수는 없었다. 일부 킹덤(길드)이 사냥터를 통제해 돈 투자 없이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또 PK가 가능한 공간이 제한적이고, 필드 보스도 기여도 방식으로 보상을 얻는 시스템이라 메리트(Merit)가 없어 다른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려야 하는 통제를 할 필요성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Pay to win'류 게임인 것은 맞으나, 수십, 수백만 원을 투자할 정도는 아니어서 무소과금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과금 시스템도 가격 대비 효율이 좋은 상품이 많아 그동안 높은 과금 유도에 질색했던 게이머들에게 "그렇게 심한 핵과금 게임은 아니다"라는 평가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모바일임을 감안하면 좋은 편으로 볼 수 있는 지브리 스타일의 그래픽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곁들여지면서 심미적 완성도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고, 다양한 사물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해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원작인 니노쿠니의 세계와 현실 세계. 즉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한다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주인공(게이머)이 게임인 '소울 다이버즈'의 베타 테스터라는 설정을 더 해 게임의 몰입감을 높였다는 점도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다.
자동전투 등 과도하게 친절한 시스템 등 때문에 다소 지루하다는 평가는 있지만, 이는 호불호가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게임 자체의 단점이라기 보다는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다. 이같은 평가는 전작인 '니노쿠니' 시리즈가 실시간 전투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전작의 팬들로부터 더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은 '제2의 나라' 성공에 고무된 분위기다. 7월 6일에는 유튜브 채널 '넷마블TV'에서 첫 공식 방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행사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함께 하는 킹덤 관련 콘텐츠 등 즐길 거리를 꾸준히 추가할 예정"이라며 "동시에 이용자들과의 소통 창구를 확대할 방침이다. 7월 진행하는 첫 공식 생방송도 소통 확대를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제2의 나라'를 개발한 넷마블네오의 몸값도 오르는 분위기다. 넷마블네오가 지난 25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크래프톤에 이어 게임업계 'IPO(기업공개) 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참고로 넷마블네오는 2012년 6월에 설립된 넷마블 자회사로 2016년 '리니지2: 레볼루션'을 출시했으며, '다함께 차차차',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 등의 게임을 제작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881억 원, 영업이익 432억 원, 당기순이익 386억 원을 기록, 준수한 실적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89.5%나 감소하는 등 수익성 악화를 겪었지만, '제2의 나라'가 성공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